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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난 K진단키트, 포스트 코로나 ‘66조 시장’ 넘본다

코스닥 상장사 씨젠의 주가는 지난해 8월 초 2만원에서 1년 만에 30만원대(7일 기준)로 급등했다.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해 1220억원이었던 이 회사 매출은 올해 7000억원대, 224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4000억원대로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씨젠, 1년 만에 주가 15배 껑충
수젠텍·솔젠트·휴마시스 등 활약

상반기 수출액 전년 동기 13배
올해 1조원 돌파 유력하지만
글로벌 체외진단 시장선 미미

일각선 과대평가 주의 목소리
네트워크·브랜드 강화 등 필요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긴급사용승인(EUA)을 받은 이 회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가 지난 6월 말 기준 세계 67개국에 3000만 테스트 이상 수출되는 등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코로나19 덕분에(?) 국산 진단키트(‘K진단키트’)와 생산 기업이 연일 비상하고 있다. 내수·수출 동반 침체로 먹구름이 깔린 국내 경제에 위안거리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K진단키트 수출액은 5억2000만 달러(약 6178억원)로 전년 동기(4000만 달러)의 13배 수준이다. 수출국도 149개국에 이르렀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코로나19 누적 진단검사 건수는 약 154만 건. 전국 각지 의료진과 함께 국내 방역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K진단키트가 전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으면서 수출 효자 종목으로 떠오른 것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선봉장은 K진단키트 대장주(株)로 불리는 씨젠이다. 씨젠의 본업은 자궁경부암과 결핵 등의 유전자 진단시약·기기 개발이다. 그러다 코로나19에 대응해 발 빠르게 만든 진단키트가 국내외에서 유효성을 입증받으면서 스타 기업으로 떠올랐다. 국내에서 쓰이는 코로나19 진단키트의 75~80%를 만들고 있다. 그러면서도 최근 매출의 90% 이상을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천종윤 씨젠 대표는 “갑자기 주문이 몰리면서 한동안 코로나19 진단키트용 원재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젠 월간 2000만 테스트의 물량 생산이 가능할 만큼 안정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씨젠의 코로나19 진단키트는 코로나19에만 존재하는 특이 유전자를 3~4개 탐지할 수 있어 변이가 잦은 코로나19 병원체(RNA 바이러스) 진단에 효과적이라는 평이다. 대부분의 경쟁사 제품은 보통 2개의 유전자를 탐지하고 있다.
 
다른 코스닥 상장사 수젠텍도 수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수젠텍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은 러시아 정부로부터 지난 5월 진단키트의 정식 사용승인을 받은 첫 번째 기업이다. 지난달 28일엔 미 FDA의 긴급사용승인을 위한 항체 진단키트 성능 평가에서 민감도(양성을 양성으로 판별하는 능력) 100%, 특이도(음성을 음성으로 판별하는 능력) 99%의 임상 성능을 최종 입증했다고 밝혔다.  
 
K진단키트의 선봉장은 씨젠이다. 천종윤 씨젠 대표가 사업 소개를 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K진단키트의 선봉장은 씨젠이다. 천종윤 씨젠 대표가 사업 소개를 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이 회사는 코로나19의 중화항체(병원체가 인체에 들어왔을 때 악영향을 중화해 세포를 방어하는 항체) 형성 여부를 판별하는 진단키트도 개발 중이다. 기존 항체 진단키트로는 중화항체 확인이 어려웠다. 손미진 수젠텍 대표는 “코로나19 감염 후 완치됐다가 체내에 중화항체가 장기간 유지되지 못해 재감염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코젠바이오텍·솔젠트·휴마시스 등도 코로나19 진단키트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코젠바이오텍은 지난 2월 초 국내 최초로 질병관리본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코로나19 진단키트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기존 24시간 걸리던 진단 시간을 4~6시간으로 단축해 초기 방역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솔젠트는 국내 경쟁사들과 달리 진단키트용 RNA 증폭 효소와 같은 핵심 원재료를 자체 생산하고 있다. 독일과 중국 등지에서 주로 수입하던 튜브 등의 진단키트용 소모품도 국산화했다. 유재형 솔젠트 대표는 “57개국에 수출하면서 가격과 품질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휴마시스의 코로나19 항체 진단키트는 최근 브라질 국가건강품질관리연구소(INCQS) 평가에서 품질 적합 인증을 받았다. 이에 따라 세계에서 두 번째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은 브라질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이 외에도 에스디바이오센서·바이오세움·바이오코아·웰스바이오·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 등 기업이 국내외에서 코로나19 진단키트 시장 개척에 성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K진단키트의 인기 비결로 그간 외신을 통해 널리 알려진 한국의 우수한 방역 사례, 그리고 기업들의 신속한 대처를 꼽는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전무는 “세계 진단키트 시장을 장악한 미국·독일·스위스 등의 글로벌 기업보다 훨씬 규모가 작은 국내 중소 벤처기업들이 오히려 작은 조직만의 강점인 빠른 의사결정을 앞세워 초반 속도전에 나선 게 주효했다”며 “코로나19가 중국을 거쳐 비교적 이르게 한국에 확산한 탓에 질본이 기업들에 발 빠르게 진단키트 개발을 요청한 것도 한몫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지난 수년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등 국내 전염병 창궐로 고생한 후 대응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이 전염병 특화 진단기술 강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관련 경험을 쌓은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각에선 K진단키트의 과대평가를 주의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 성과에 따라 실현 가능성이 커진 장밋빛 미래를 독려하되, 현황을 더 냉철히 점검하면서 장기적으로 더 나은 수확을 기대해보자는 건설적 비판의 관점에서다. 코로나19로 K진단키트의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었지만, 코로나19가 잠잠해질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어필할 만한 ‘히트작’이 또 나올지는 미지수여서다.  
 
예컨대 세계 체외 진단기기 시장은 지난해 558억 달러(약 66조원) 규모나 됐다. 올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나비효과로 K진단키트 수출액 1조원 돌파가 유력하지만 전체 글로벌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아직 5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미미한 수준이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 감소 등도 고려해야 할 변수가 되고 있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국산 진단시약 수출 물량은 전월보다 늘어난 반면 수출액은 1억3660만 달러로 18.6% 줄었다”며 “제품 단가가 내려간 게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K진단키트의 성공 신화를 계속 쓰려면 장기적인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과 브랜드 인지도 강화, 진단 분야 다양화 등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RNA(Ribonucleic acid)
유전자의 본체인 DNA와 함께 핵산을 이루는 물질. DNA가 가진 유전 정보에 따라 필요한 단백질을 합성할 때 촉매 역할을 하는 고분자 화합물이다.

임신 확인하듯, 15분 만에 맨눈으로 감염 여부 진단
국내 코로나19 진단 기술 강화를 위한 정부와 학계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주목할 만한 성과도 나왔다.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30일 한국화학연구원 김홍기 박사 연구팀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15분 만에 맨눈으로 진단할 수 있는 ‘항원 신속 진단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항원 신속 진단 기술이란 항원과 항체 간 결합 반응을 활용, 임신 진단키트처럼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빠르게 맨눈으로 확인하는 기술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항원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다양한 항체를 활용해 가능해졌다. 우선 채취한 검체 시료를 샘플 패드에 흡수시킨다. 그러면 시료가 이동하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존재하는 경우 발색 나노입자를 포함한 항체와 항원이 결합한다. 의료진이 이를 맨눈으로 관찰하면서 15분 만에 감염 여부를 가려낼 수 있다.
 
정부는 이번에 개발한 신기술을 토대로 제품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연내 개발 완료가 목표다. 김범태 한국화학연구원 신종바이러스(CEVI)융합연구단장은 “지금보다 쉽고 빠른 코로나19 진단 기술로 현장에서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며 “그동안의 융합 연구로 축적한 역량을 바탕으로 조기에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지난달 27일 기업에 대한 기술 이전까지 마친 상태로, 고감도의 신속 진단키트 제작을 위해 필요한 기술들을 뒷받침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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