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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주본능 바이크 “고속화도로만이라도…” vs “시기상조”

오토바이, 고속도로 통행 청원 논란

이륜자동차는 올해 3월 기준 등록신고 수가 역대 최고를 기록했지만 자동차전용도로 통행은 제한 받고 있다. 사고 위험에 대한 국민 우려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이륜차 운전자들은 시간적·경제적 비용 절감을 위해 대체 도로가 없는 구간만이라도 자동차전용도로 통행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이륜자동차는 올해 3월 기준 등록신고 수가 역대 최고를 기록했지만 자동차전용도로 통행은 제한 받고 있다. 사고 위험에 대한 국민 우려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이륜차 운전자들은 시간적·경제적 비용 절감을 위해 대체 도로가 없는 구간만이라도 자동차전용도로 통행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강원도 강릉시에 사는 박 모씨(50)씨는 지난해 2월 2종소형 면허를 취득했다. 이륜자동차를 타고 주말마다 레저활동을 즐기기 위해서다. 동해안 7번 국도를 따라 울진 여행을 가려 했던 박씨는 출발 전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삼척~울진 구간이 자동차전용도로로 지정돼 있어 이륜차 통행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1시간 30분이면 도착할 거리지만 일반국도로 우회하느라 1시간가량 더 소요됐다. 박씨는 “오토바이의 자동차전용도로 및 고속도로 통행금지(도로교통법 제63조)는 행복추구권과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지난 2월 헌법재판소는 이륜차의 사고 위험성을 고려해 현행법 조항은 불합리한 차별로 볼 수 없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소송대리인을 맡은 안성일 변호사는 “헌재가 근거로 제시한 오토바이 사고 수는 시내 교차로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위험하다는 이유로 무조건 통행을 막는 것은 오토바이를 하나의 교통수단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헌재는 도로교통법 “합헌” 고수
경부고속도 개통 후 진입 막아
90년대엔 자동차전용도로 확대

경찰 “사고율 높고 단속 어려워”
면허·정비 등 제도부터 강화해야

헌재 결정을 계기로 이륜차의 고속도로 등의 진입 여부가 운전자들 사이에서 다시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이륜차의 고속도로 진입 제한 폐지는 바이커(오토바이 운전자)들의 숙원사업 중 하나다. 올해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오토바이의 고속도로 통행 허용해달라’며 2만명이 넘게 서명해 1호 입법청원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하지만 주요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등에선 교통 혼란을 이유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경찰청 등 관할부처 역시 이륜자동차의 잘못된 운전행태와 교통안전 확보를 이유로 고속도로 등의 진입은 시기상조란 입장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 도로교통법 제63조가 헌재에 소환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8년을 시작으로 올해가 9번째 결정이다. 본격 심리가 진행된 2007년부터 헌재는 지금까지 ‘합헌’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륜자동차의 교통사고 치사율과 변칙적 운전 문화, 교통 혼란을 우려하는 국민 인식이 크다는 게 이유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이륜차 사고율은 0.82%로 자동차 사고율(0.96%)에 비해 낮지만 사망률은 2.28%로 자동차(1.45%)의 1.6배 높은 수준이다. 최근 10년간 평균 교통사고 사망률을 살펴보아도 이륜차는 3.37%인 반면 자동차는 2.07%다.
 
해당 법 조항을 두고 1~2년에 한 번꼴로 헌법소원 소송이 이뤄지는 사이 일부 재판관 사이에선 변화의 움직임도 있다. 지난 2월 헌재의 결정문에서 이영진 재판관은 보충의견을 통해 “대형 이륜차의 사용신고가 2014년 5만7038건에서 2018년 9만8469건으로 급증했고 사륜과 비슷한 정도의 주행성능”을 근거로 260cc 이상 이륜차에 한해 단계적 통행의 필요성을 밝혔다. 지난해 10월 김학용 전 국회의원이 260cc 이상의 이륜자동차에 한해 자동차전용도로 통행을 허용하는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된 바 있다.
 
우리나라는 50년 가까이 이륜자동차의 고속도로 진입을 막고 있다. 근거는 경부고속도로를 개통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972년 6월 내무부(현 행정안전부)에서 내린 장관 고시다. 90년대 들어 도시내 자동차전용도로(도시고속화도로)가 본격 개통되기 시작하자 91년 도로교통법 개정을 통해 고속도로뿐 아니라 자동차전용도로까지 확대했다. 위반 시 벌금 30만원이 부과된다.
 
경찰청은 사고의 위험성을 통행금지의 이유로 든다. 경찰청 교통국 관계자는 “자동차전용도로나 고속도로에서의 오토바이 사고 위험도는 시내권 사고보다 너무나도 높다”며 “불법 오토바이 운전자를 발견해도 사고 우려 때문에 적극적으로 단속하기 힘든 현실에서 통행 허용은 여러모로 이른감이 있다”고 말했다. 도로교통공단의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이륜자동차의 사고 건수는 2010년 1만950건에서 2019년 1만8467건으로 지속해서 늘었다. 부상자 역시 1만3142명에서 2만3584명으로 80% 가까이 증가했다. 반면 자동차 교통사고와 부상률은 꾸준히 감소세다.
 
이륜차에 대한 국민의 우려도 여전히 높다. 자동차 마니아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선 신호 법규를 위반한 이륜자동차와의 접촉사고 경험담들이 수시로 올라온다. 학부모들이 모인 맘카페 등에선 아이들 왕래가 잦은 스쿨존에서 과속과 불법 주행을 하는 오토바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박선화(37)씨는 “지난달 말 초등학생 2학년 딸을 데리고 학원 배웅길에 나섰다가 불법 좌회전하는 오토바이에 아이가 크게 다칠 뻔했다”며 “시속 20~30㎞로 다녀야 할 동네에서도 오토바이가 위험한데 고속으로 다니는 자동차전용도로에선 더 위험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륜자동차 운전자들은 당장의 고속도로 진입을 힘들더라도 시내권이나 대체 도로가 없는 구간만이라도 자동차전용도로 통행 허용을 주장하고 있다. 일반도로가 일정 구간부터 갑자기 자동차전용도로로 지정돼 운전자도 모르게 도로를 이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서울시 양재대로 수서~양재 구간처럼 법률상 자동차전용도로로 규정되어 있지만 외견상으론 횡단보도나 신호교차로가 설치돼 있어 구분이 어려운 도로도 부지기수다. 김영호 한국이륜자동차산업협회 부회장은 “위험하단 인식으로 무조건 통행을 막기보단 일부 시범 정책을 통해 이륜차의 자동차전용도로 통행이 얼마나 위험하고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 교통 전문가들은 통행 허용에 앞서 이륜자동차에 대한 전반적인 제도 개선을 강조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국내 이륜자동차 등록 수는 약 223만대에 이른다. 하지만 이륜자동차의 면허제도부터 정비 및 검사, 보험, 단속 관리는 걸음마 수준이다. 당장 면허 취득부터 너무 쉽다. 사륜과 달리 이륜자동차의 면허증은 16세 이상부터 발급이 가능하다. 도로 주행 없이 면허시험장 내 기능시험만 통과하면 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오토바이는 국가공인 정비기능사자격 증조차 없는 게 국내 현실”이라며 “면허뿐만이 아니라 제대로 된 안전교육도 미비하고 고장 나면 수리해줄 전문 인력도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안전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토부나 경찰청이 오토바이가 위험하다고 말만 하지말고 오토바이 운전자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지금까지 어떤 노력을 했는지, 혹은 앞으로 어떤 정책을 구상 중인지 답해야 한다”고 밝혔다.
 
OECD국들 이륜차 고속도로 통행은 OK, 관리는 엄격
독일 아우토반을 달리고 있는 모터사이클. [사진 유튜브 캡처]

독일 아우토반을 달리고 있는 모터사이클. [사진 유튜브 캡처]

이륜자동차의 고속도로 및 자동차전용도로 진입을 막고 있는 국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반면 일본의 경우 125cc 이상 이륜차부터 고속도로 등의 통행을 허용하고 있으며 독일, 프랑스, 영국 등 다수의 유럽국가 역시 51cc 이상 이륜차라면 자동차전용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 미국과 캐나다는 배기량에 상관없이 모든 이륜자동차가 고속도로 등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다.
 
그만큼 관리에도 철저하다. 우리나라와 달리 주요 국가들은 이륜자동차에 대해 신고의무부터 검사 및 정비와 폐차 제도까지 세밀하게 규정하고 관리한다. 일본은 250cc 초과 대배기량 이륜차의 경우 소형 자동차로 분류해 일반 자동차와 똑같은 테두리 내에서 관리하고 있다. 각종 보험 가입 조건과 정기검사 의무, 교통 법규가 일반 차랑 기준과 똑같다. 125cc 초과 250cc 미만의 배기량은 경자동차로 구분해 물리적 크기에도 제한을 둔다. 고속도로 진입이 불가한 125cc 이하 이륜차에 대해선 원동기장치자전거 그룹에 포함해 도로운송차량법 적용을 제외하고 있다.
 
유럽은 이륜자동차 검사제도가 엄격한 편이다. 유엔 유럽경제위원회(ECE)가 규정하고 있는 ECE 규제와 경제공동체(EEC)에서 관리하는 EEC 지침이 핵심이다.  
 
특히 EEC 지침은 형식승인, 엔진 출력, 배출가스규제, 정기검사, 제품책임 등에 대한 자세히 규정해 모든 유럽연합(EU) 회원국 한해 강제하고 있다. 독일은 EU 회원국 중에서도 이륜자동차 부품에 대해서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폐차된 이륜차의 부품을 재활용하기 위해서다. 이륜차 부품을 조립하고 분해 절차에 대해 표준화를 마련하고 부품 재활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의무화하고 있다.
 
김나윤 기자 kim.na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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