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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선의 컷인]갈 길은 먼데 마음만 바쁜 인천의 두 번째 헛발질

 
벌써 헛발질만 두 번째다. 간절함으로 똘똘 뭉쳐 강등 위기를 극복하기에 바쁠 시간, 연이은 헛발질로 앞길을 스스로 망치고 있다. 올 시즌 두 번째로 감독 선임에 실패한 인천 유나이티드 얘기다.
 
인천 사령탑을 맡아 올 시즌을 시작했던 임완섭(49)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은 지 한 달하고도 일주일이 지났다. 임중용(45) 수석코치가 감독대행 자격으로 팀을 이끄는 지금, 인천의 현재 성적은 여전히 최하위인 12위다. 인천은 14라운드까지 5무9패(승점5)로 K리그1(1부리그) 12개 팀 중 유일하게 승리가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파이널 라운드 포함 27경기로 줄어든 상황에서, 절반도 채 안 남은 경기 수를 생각하면 인천은 어느 때보다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 인천은 승강제 실시 후 매년 치열한 잔류 전쟁을 펼쳐왔지만, 한 번도 강등된 적 없어 '생존왕'으로 불렸다. 올해도 그 저력을 발휘하기를 팬들은 바라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시기에 인천은 또 한 번 삐끗했다. 5일 언론을 통해 이임생(49) 전 수원 삼성 감독이 인천 사령탑에 오른다는 보도가 나왔다. 인천 구단은 이를 부정하지 않은 채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늦어도 6일 오전 중으로 발표될 것"이라며 이 전 감독의 인천행을 사실상 인정했다.
 
그동안 인천 사령탑 후보군으로 떠오른 인물들이 여럿 있었다. 이 전 감독이 선임될 거라는 소식에 축구계 인사들은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구단 고위 관계자의 적극적인 추천이 있었으며, 이로 인해 내부에서 잡음이 있다는 얘기가 축구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여론은 물론 부정적이다. 수원 지휘봉을 내려놓은 지 3주도 채 되지 않은 이 전 감독을 갑자기 새 사령탑 후보에 올리고, 계약까지 진행하려 했다는 사실에 거부감을 느끼는 팬들의 목소리가 높다.
 
 
결국 이 전 감독 선임설이 흘러나온 지 반나절 만에 협상이 결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팬들은 분노를 넘어 황당함을 느꼈고, 축구계는 인천의 미숙한 업무 처리에 헛웃음을 지었다.
 
인천 구단은 "(이 전 감독과) 연봉·계약 기간 등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뤘으나, 세부적인 부분에서 견해차가 있었다"며 "이번 선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있었다는 것도 협상 결렬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맥이 풀리는 변명이 아닐 수 없다. 이 전 감독 선임이 이 정도로 부정적인 여론을 만들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미 감독 선임 문제로 한 차례 촌극을 연출한 인천이 할 말은 더욱 아니었다.
 
한 달 전 인천은 췌장암 투병 중인 유상철(49) 명예감독의 사령탑 복귀 요청을 받아들이고 선임을 검토했다. 당시 여론의 뭇매를 맞고 백지화했다. 유 명예감독의 의지를 존중하는 건 좋으나, 투병 중인 그에게 지휘봉을 맡기려고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그때도 인천은 비난 여론이 쇄도하자 반나절 만에 입장을 철회했다.
 
인천은 이 감독 선임 건으로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전 감독과의 협상이 이런 식으로 결렬된 게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2014년 인천은 김봉길(54) 감독의 후임으로 홈 유나이티드(싱가포르)를 이끌던 이 전 감독을 선임하려 했다. 그러나 김 전 감독 해임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 때문에 이 전 감독이 계약을 거부해 무산된 바 있다.
 
인천은 미숙한 행정으로 두 번이나 제 살을 깎아 먹었다. 현재 인천을 지휘하고 있는 임 수석코치의 경우 P급 자격증이 없어 60일 동안만 감독대행을 맡을 수 있다. 임 감독대행 체제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인천은 두 번의 헛발질로 감독 선임 '골든타임'을 놓쳤다. 촉박한 시간 동안 감독 선임 작업을 원점에서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인천은 매년 위기를 맞으면서도 프로축구 최상위 리그인 K리그1에서 한 번도 강등되지 않은 팀이다. '생존왕'이라는 별명은 양날의 칼처럼, 인천이 매년 강등 위기에 처하는 하위권이라는 뜻과 함께 끝까지 살아남는 저력의 팀이라는 사실을 방증한다.
 
게다가 인천은 주먹구구식 행정으로 스스로 먹칠을 했다. 올 시즌 1승도 없는 꼴찌라는 조건만 놓고 봐도 인천은 최악의 상황이다. 게다가 사령탑 선임 때마다 헛발질을 계속하고 있으니 어떤 감독이 선뜻 인천을 맡겠다고 나설까 싶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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