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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애의 직격인터뷰] “촛불 이후 민주주의의 퇴행…학생운동 엘리트가 문제 그 자체”

최장집 교수의 한국 민주주의 진단

고정애 정치에디터

고정애 정치에디터

‘최장집의 민주주의론’이란 말이 있다. 오랫동안 한국 민주주의를 비판적으로 탐구해온 축적물이다. 민주주의의 민주화,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양손잡이 민주주의 등은 그의 저서명이면서 동시에 당대 민주주의를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이기도 했다.
 

민주화 세력 집권한 지금은 위기
대통령과 운동권은 하나의 권력체
권위주의, 전체주의, 전제정 우려
지식인들은 자기검열로 몸사려

그런 그가 이번엔 전문 학술지 논문이란 형식으로 화두를 던졌다. ‘한국정치연구’ 최근호에 게재된 ‘다시 한국 민주주의를 생각한다: 위기와 대안’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진보와 보수 간의 극단적 양극화와 더불어 민주주의 위기를 불러왔다”며 “진보의 위기가 그 중심에 있으며 이는 그것을 선도했던 학생운동 세대의 엘리트 그룹과 그들과 결합된 이른바 ‘빠’ 세력의 정치적 실패를 표현한다”고 썼다. 〈그래픽 참조〉
 
최 교수를 지난 4일 서울 광화문 연구실에서 만났다. 그는 “민주화로부터 촛불시위 이전까지는 한 단계 높은 민주주의로 발전하느냐가 한국 정치 발전의 중심 주제였다면 촛불시위 이후 현재 시점에서 제기되는 건 민주주의가 퇴행하는 걸 정지시키고 제대로 복원·발전하는 전환점을 만들어내느냐란 새로운 문제”라고 진단했다. 80여분간 진행된 인터뷰 동안 그는 ‘권위주의’ ‘독재’ ‘전제정’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그만큼 문재인 정부 아래의 민주주의에 대해 엄중하게 인식했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4일 서울 광화문 연구실에서 ’촛불 시위 이후 민주주의 퇴행을 정지시키느냐가 새로운 문제 “라고 말했다. 최정동 기자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4일 서울 광화문 연구실에서 ’촛불 시위 이후 민주주의 퇴행을 정지시키느냐가 새로운 문제 “라고 말했다. 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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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운동을 한 이들이 집권했는데 민주주의의 위기를 말하는 게 아이러니다.
“크게 보면 민주주의의 큰 전환점은 1980년대 민주화, 2010년대 촛불시위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촛불시위 이후 민주주의 형태나 내용이, 오늘 시점에서 볼 때 굉장히 실망스럽고 위험한 역사적 국면으로 들어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극단적 분열, 좌우 분열 등 새로운 형태다. 많은 사람이 포퓰리즘이라고 하고 나는 상당히 권위주의로 위험하게 다가가는 민주주의로 이해하고, 더 비판적으로 얘기하면 전체주의적 특성이 나타나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는 상황이다. 이는 우리에게 큰 질문을 던지는데 민주주의를 만들었던 중심세력, 학생운동의 중심이 된 세력이 실제 권력을 획득하고 정치를 할 때 그 내용과 결과가 왜 이런 실망스러운 결과를 가져왔느냐는 것이다.”
 
왜 그렇다고 보나.
“촛불시위는 하나의 특정 세력, 특정 이슈만을 가지고 일어났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운동권 세력들이 중심이 된 문재인 정부의 정치세력들은 배제적·독점적 방식으로 정치를 운영하고 정책을 추진했다. 이전보다 훨씬 극심한 정치균열과 갈등, 이런 적대적 관계를 만들어내는 건 알다시피 적폐청산을 모토로 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겠다.”
 
최 교수가 본 오늘의 한국 민주주의

최 교수가 본 오늘의 한국 민주주의

운동권 세력들이 정치를 적(敵)과 아(我)의 권력투쟁으로 인식한다고 지적했다.
“(80년대로부터) 한국 사회는 혁명적이다시피 모든 차원에서 변했는데 이들은 마치 냉장고에 있다 나온 듯 당시 투쟁할 때처럼 적과 아를 단순하고도 거의 폭력적으로 구분하고 (적인 이들을) 나쁜 것으로 도덕적으로 규탄하며 이걸 청산의 대상으로 생각한다. 친일청산 등 잠재화돼 있거나 넘어설 수 있는 갈등과 균열도 오히려 끌어내 증폭시킨다고 할까. 국제 관계를 이해하는 방식도 너무나 80, 90년대를 재현한다. 탈냉전을 넘어 미·중 간 새로운 냉전이 나타나는 대전환기인데도 그렇다.”
 
최근 부동산 정책의 접근법도 임대인·임차인을 구분하더라.
“이해당사자들의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일방적으로 그리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거의 즉시 정책 목표를 만들어내는 조급하고 신중하지 않은 시도가 거의 공통으로 나타난다. 야당의 목소리는 고려의 대상조차 되지 않는다. 행정수도 이전 등 엄청난 문제도 너무나 쉽게 결정하고 실제로 하려고 한다. 정도를 넘어선 것이다. 특정 범주의 사람들을 적대시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큰 정책이 추진되는 과정마다 갈등이 심화하기 때문에 온 사회가 상당히 피곤하고 나아가선 고통스럽다.”
 
학생운동권 엘리트가 문제의 해결자가 아닌 문제 그 자체라고 한 건 그 때문인가.
“이들의 방식으로 해선 의도와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본다. 이를테면 남북 평화공존을 봐도, 평화공존 자체는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목표다. 그러나 이걸 추구하는 데는 여러 층위의 문제를 균형적으로 혜안을 가지고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대표적인 게 국제관계다. 이것 없이 우리의 목표가 그러니 남북관계를 복원할 수 있다는 건 너무나 나이브(순진)한 생각이다.”
 
문 대통령과 학생운동권 엘리트와의 관계를 어떻게 규정하나.
“우리나라 대통령은 아주 강력하지만 혼자서 통치할 수 있지 않다. 이들을 부수적·보조적 조력자나 집행자로만 볼 수는 없다. 대통령만이 한다고 생각할 수 없는, 한 덩어리 또는 하나의 권력체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
 
최 교수는 논문에서 사실상 청와대가 행정부를 압도한다는 의미에서 ‘청와대 정부’, 대선 캠프에 참여했던 이들이 중용된다는 의미에서 ‘캠프 정부’란 표현을 썼다. 특히 캠프 인사들을 두곤 “공직 추구와 권력에 대한 열망이란 점을 빼곤 어떤 정치적 규범이나 행동을 공유하지 않는 아노미 집단이거나, 정치자문역으로 견지하는 윤리를 발견하기 어려운 무도덕한 집단”이라고 썼다. ‘전체주의적’ ‘동원된 다수에 의한 전제정’도 등장한다. 공통점을 추출하면 대통령으로의 권력 집중이다.
 
최 교수는 인터뷰에서도 “현 정부에서 대통령 권력이 더 분산됐다거나 견제됐다던가 하는 걸 볼 수 없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동료 학자(박상훈)의 표현을 빌려 “우리나라 대통령은 은둔형 대통령”이라며 “사회와 소통하고 지지를 필요로 하고 여론을 챙기는 듯하지만 실제론 모든 걸 대통령 의지대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소통할 필요도 통로도 없는, 사회로부터 분리된 초월적 권력자인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탈권위를 강조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 권력의 중앙집중화랄까, 권력의 집적이랄까, 다른 나라에 비해 굉장히 일원적이고 강할 수 있는 역사적 조건이 있다. 문 대통령에 와서 대통령 권력이 축소·분산되는 건 그만두더라도 최소한 비슷하게 가지 않고 더 중앙집중화됐다고 느끼게 된 건, 그러나 다르게 설명되어야 할 것이다. 포퓰리즘 정치가 세계적으로 상당히 문제가 되고 있다. 민주주의가 취약했던, 취약할 수 있는 조건을 가진 나라에서 특히 강하게 나타나는 현상을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도 문재인 정부에서 굉장히 강한 특성을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왜 문재인 정부에선가.
“운동이 굉장히 강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운동이 민주화를 만들다시피 한 나라다. 운동(권 세력)이 노무현 정부 때부터 정치에 진입했고 문재인 정부에선 핵심세력이 됐다. 운동이 정당 역할을 한다. 시민단체들도 촛불시위 이후 대대적으로 정당을 대체하는 역할을 했다. 운동적 정치관, 즉 민주주의를 이해하는 방식도 직접민주주의적 현상이 있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등으로 정치참여가 확산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폭발적 영향과 결합하면서 포퓰리즘적 정치가 한국 정치를 주도하는 상황이 오늘이라고 본다.”
 
최 교수는 논문에서 대안도 제시했다. 민주주의를 인민주권을 실현하는 운동 중심으로 이해하기보다 선출된 인민의 대표가 역시 주권자인 인민을 효과적으로 통치할 수 있느냐 하는 통치 체제 내지 정부형태로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 않다면 누가 그 또한 주권자인 인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켜주나, 그렇기 때문에 민주주의는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의 준말이라고도 했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로 대통령 권력을 분산하고 입법부·사법부의 권한을 키우며 사회적 다원주의로 나아가야 한다고도 했다. 공론의 장을 키우고 새로운 젊은 정치 세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담론 정치를 말하지만 현실은 엄혹하다. 이른바 ‘빠’의 집단적 공격성도 요인이다.
“아노미적 시민이란 말을 썼는데, 우르르 몰려가 클릭으로 좋아하고 공격하고 해서 포퓰리즘의 환경으로 이어진 게 오늘의 정치 현실이다. 교수나 지식인들의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작은데 아마 비판의 소리를 높인다면, 글쎄, 인터넷 매체들에 의해 집중적인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걸  두려워 할지 모른다. 일종의 자기검열이다.”
  
고정애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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