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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비위 현지처벌 거의 없었다···'면책특권' 누리는 외교관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아던 총리는 지난달 28일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 외교관의 성추행 사건을 직접 언급했다. [뉴스1·연합뉴스=AP]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아던 총리는 지난달 28일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 외교관의 성추행 사건을 직접 언급했다. [뉴스1·연합뉴스=AP]

 
뉴질랜드에서 발생한 한국 외교관의 동성 성추행 사건이 양국 간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파견국 외교관의 범죄 행위가 접수국에서 직접 처벌된 사례는 매우 드물다.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에 의거, 세계적으로 인정되는 외교관의 '면책특권' 때문이다.

일본·캄보디아 외교관은 국내 징계로 마무리
'성추행 의혹' 필리핀 대사 및 멕시코 무관도 '본국행'
'승무원 성추행' 몽골 헌법재판소장만 국내 수사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2016년 주칠레 한국 외교관 성추행 사건이 그렇다. 지난 2016년 12월 주칠레 한국대사관 3급 참사관으로 일하던 박모씨는 자신이 한국어를 가르치던 현지 미성년 여학생들을 성추행했다.
 
당시 현지 언론의 함정수사로 박씨가 여학생을 성추행하는 모습이 그대로 전파를 타면서 국제적 망신 논란까지 일었다. 뉴질랜드 성추문과 비슷하게 현지인을 성추행한 데다, 당시 중남미에 거세게 불던 한류 열풍을 악용해 성추행을 일삼으면서 죄질이 나쁘다는 비판이 일었지만 박씨는 곧바로 국내로 소환됐다.
 
당시 외교부는 박씨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어 파면 조치한 뒤 형사고발까지 했고, 박씨는 결국 국내 법원 최종심에서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고 만기 출소했다.
 
이보다 앞서 2014년에는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김모 당시 대사가 대사관 부하직원을 관저에서 성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에도 외교부는 김 전 대사를 귀국 조치시킨 뒤 조사를 진행했고, 성 비위가 확인되면서 형사 고발했다.
 
현직 대사가 성비위로 고발 조치된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결국 김 전 대사는 피감독자 간음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의 실형이 확정돼 지난해 말 만기 출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일본 총영사와 캄보디아 주재 외교관이 부하 여직원을 성추행해 물의를 빚은 사건에서도 외교부는 이들을 모두 귀임 조치한 뒤 내부 감사를 통해 징계하는 선에서 마무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관의 신분에서 누릴 수 있는 면책특권은 접수국의 민사 및 형사 관할권에서 면제받는 것을 의미한다. 면책특권은 1967년 비엔나 외교관계에 관한 협약에 명시돼 있는 내용으로, 빈 협약에 포함된 국가들에게는 모두 적용된다.
 
이처럼 면책특권이 세계적으로 인정되는 외교관들의 고유 특권인만큼, 접수국이 파견국에 함부로 면책특권을 포기하라고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본인이 자발적으로 출석하거나 면책 특권을 포기하지 않으면 수사기관이 강제로 구인해 수사할 수 없게 되면서 통상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하게 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에서 열린 해외 공관 부임자 임용장 수여 및 부임 선서식에서 최근 논란이 된 한국 외교관의 뉴질랜드 성추행 의혹을 의식한 듯 "재외 공관원은 말과 행동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중앙포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에서 열린 해외 공관 부임자 임용장 수여 및 부임 선서식에서 최근 논란이 된 한국 외교관의 뉴질랜드 성추행 의혹을 의식한 듯 "재외 공관원은 말과 행동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중앙포토]

 
한국에서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노에 웡 전 주한(駐韓) 필리핀 대사도 마찬가지다. 노에 웡 전 대사는 지난해 12월 주한 대사 근무 당시 30대 초반의 한국 여성을 동의 없이 뒤에서 끌어안으며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국 경찰은 사법절차에 따라 지난 5월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했지만, 외교부에서 노에 웡 전 대사의 면책특권을 포기하라고 요청하지는 못했다. 다만, 노에 웡 전 대사가 현재 민간인 신분인 만큼, 외교부가 필리핀 당국에 노에 웡 전 대사 사건과 관련해 체포 영장이 집행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청하는 수준이었다. 
 
2017년에도 주한 멕시코대사관 소속 외교관 R대령(무관)이 대사관 여직원(한국계 파라과이인)을 3차례 성추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R대령은 우리나라에서의 조사를 거부하다 멕시코로 출국하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예외적인 사례가 있다면, 지난해 발생한 '몽골 헌법재판소장 승무원 성추행' 사건이다. 당시 정부는 헌재소장이 몽골 공관 소속이나 외교관 신분이 아니라는 이유로 면책권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해 인천국제공항 터미널에 머물던 몽골 헌재소장을 입건해 조사한 뒤 10일간 출국 금지 조치를 했다. 문제의 헌재소장은 국내에서 약식 기소가 확정됐다.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외교부 관계자는 "외교 관계와 관련된 많은 사건은 비엔나 협약에 따라서 처리하고 있다"며 "(논란이 되는 뉴질랜드 성추행 사건에 대해서도) 뉴질랜드에서 요청이 오면 조약에 따라 사법당국이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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