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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과학까지 적폐 청산 대상?…학문 영역 침범 말라

지난 정권에서 임명된 신성철 KAIST 총장이 정부의 무리한 고발로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무혐의 처분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그를 검찰에 고발한 지 20개월 만이다.
 

과기부가 고발한 신성철 KAIST 총장 무혐의
과학계 기관장 교체, 블랙리스트와 뭐가 다른가

과기부의 주장은 신 총장이 2012년 DIGIST 총장 시절 미국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LBNL)에 장비 사용료를 이중 지급하고 교수 채용 과정에 부당 개입했다는 것이다. 2018년 고발과 함께 KAIST에 직무정지를 요청했지만 이사회가 거부했다. 총동문회와 과학계까지 나서 신 총장을 옹호하고 정부의 무리한 행태를 비판했다.
 
당시 KAIST 교수회는 “평생 연구 잡음이 없던 신 총장과 노벨상 수상자를 13명이나 낸 LBNL을 연관시켜 배임·횡령이 있을 것으로 유죄 추정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LBNL도 언론 인터뷰에서 “계약 및 공동연구 과정엔 문제가 없다”며 한국을 ‘원더랜드(이상한 나라)’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과학계는 “문재인 정부가 학자들까지 무리하게 적폐로 내몬다”며 반발했다. 신 총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초등학교 동문으로 영남대 이사까지 지낸 경력 탓에 과학계의 적폐로 몰렸다는 것이다. 당시 네이처도 “한국 과학자들이 부당한 처사에 저항하고 있다”며 비중 있게 다뤘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임기를 못 채우고 옷 벗은 기관장만 박태현(한국과학창의재단)·조무제(한국연구재단) 등 12명이다. 2018년 4월 임기 2년을 남기고 사퇴한 임기철 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은 “과기부 차관한테 ‘촛불정권이 들어섰으니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들었다”고 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임기가 남은 기관장을 잘못도 없이 내치는 것은 지난 정권의 ‘블랙리스트’와 무엇이 다른가. 과학자에게 적폐 딱지까지 붙여 내쫓는 것은 ‘촛불정권’을 자임하는 현 정부에서 더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뿐이 아니다. 현 정권에서도 대학 구성원들이 뽑은 후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거부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지난 2월 공주교대는 개교 이후 처음 직선제를 도입해 66.4%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이명주 교수를 추천했지만 교육부가 거절했다. 구체적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재선거해 후보를 다시 추천하란 뜻이다. 이 교수가 행정법원에 소송을 냈고, 구성원들이 규탄 집회까지 벌였지만 총장 자리는 7개월째 공석이다.
 
과학과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말처럼 그 어떤 곳보다 장기적 리더십이 필요한 분야다. 새 정권이 들어섰다고 기관장부터 갈고, 정부 코드에 맞는 사람만 총장에 앉히려 한다면 미래는 암울하기 짝이 없다. 민주주의는 정치뿐 아니라 학문의 영역에도 필요하다. 권력의 외압과 입김에 간섭받지 않는 학문의 자유와 다양성이 보장될 때 창의성과 혁신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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