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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2년간 KAIST 총장 몰아붙이더니…결국 "증거 불충분"

신성철 KASIT 총장이 지난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신성철 KASIT 총장이 지난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검찰이 최근 신성철 KAIST 총장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지난 1년 8개월간의 수사 끝에 내린 결론이다. 2018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신 총장을 횡령(연구비 부당집행)과 업무방해(채용특혜 제공)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건에 대해서다. 신 총장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 재직시절 교수 채용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해외 연구기관에 주지 않아도 될 장비사용료 22억원을 냈다는게 과기정통부 측의 주장이었다.  과학계에서는 "정치가 과학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근본적인 시스템을 정비해야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신 총장과 과기정통부 모두 검찰의 판단을 전해들었을 뿐, 공식적인 불기소 이유통지서를 전달받지는 못한 상태라고 한다. 과기정통부가 검찰의 판단에 불복하는 준항고를 할 가능성도 있지만 2년 가까이 진행된 수사라는 점을 감안할 때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기정통부는 “검찰의 공문을 수령해 검토한 뒤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발 이후 신 총장은 임기의 절반 동안이나 과기정통부와의 ‘불편한 관계’를 의식해야 했다. 공식적인 행사에 제대로 참석하지 못하거나, 과기정통부의 허락이 필요한 KAIST 사업에도 일부 지장이 있었다고 한다. 신 총장과 함께 고발된 DGIST 교수 3명도 연구비 지원에서 배제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알려졌다.

DGIST가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와 진행하던 협력연구에도 차질이 생겼다. 이를 바탕으로 세워진 ‘DGIST-LBNL 신물질연구센터’는 2018년 11월 과기정통부 장관 표창을 받고 우수연구성과지원사업으로 선정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자금 지급이 중단되는 등 연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수도권 대학의 한 이공계 교수 "과학은 이데올로기와 관계 없이 결과로만 승부하는 영역인데 자꾸 정치를 개입시키는게 문제"라며 "한국은 아직 국제협력 연구가 소중한 상황인데, 앞으로 이런 것들이 위축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이 사건은 당시 국제적으로도 논란이 되면서 국가적 망신을 당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일부 연구자들은 한국 정부가 공공연구기관 기관장을 퇴진시키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네이처는 LBNL이 과기정통부에 신 총장 측 해명을 뒷받침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전했다. LBNL은 서한에서 “DGIST와의 공동연구 협약은 국제 연구 관행에 따라 진행됐으며, 신 총장에 대한 의혹들은 사실과 가정에서 중대한 오류들을 담고 있다”면서 “두 기관 사이에 이중계약은 없다”고 못 박았다. 이에 대해 네이처는 “국가연구기관 기관장 여러 명이 임기 중에 사임했고 한국에서는 대통령이 바뀌면 기관장을 물러나게 하는 것이 흔히 있는 일”이라고 전했다.  
 
실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12명의 연구 기관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모두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이었다. 당시 과기정통부 고위 관료들이 이들 기관장들에 집요할 정도의 사임 압박을 했던 건 주지의 사실이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회를 운영하는 ‘하르나크 원칙’(Harnack Principle)을 설명하는 말 중 하나다. 주목 할만한 점은 1948년 연구회가 조직된 이래 역대 이사장의 임기(6년)다. 지금까지 과반수 이상의 이사장이 연임을 했고, 나머지도 대부분 기본 임기를 채웠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과학ㆍ기술 연구기관의 리더십은 흔들지 않았다는 의미다.  

 
검찰과는 별개로 아직 과기정통부 자체 감사는 결론이 나지 않았다. 계좌 추적 등을 자체적으로 할 권한이 없는 감사관실은 지난해부터 “검찰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는 입장이었다. 이제 과기정통부가 답할 차례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신성철 KAIST 총장 논란 일지
2018년 7월 과기정통부, 신성철 KAIST 총장(전 DGIST 총장·사진)에 대한 비리 제보 접수  
11월 초 과기정통부, DGIST 감사 시작  
11월 28일 과기정통부, 신 총장 서울 중앙지검에 고발(업무상 횡령 및 배임)  
11월 30일 과기정통부, KAIST 이사회에 신 총장 직무 정지 요청  
12월 4일 신 총장, DGIST-LBNL 이면계약 의혹에 대한 해명 기자회견  
12월 7일 KAIST 교수 등 과기계 교수 810명(13일 기준) 과기정통부에 항의 성명 발표  
12월 13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신 총장 공방에 대한 보도  
12월 13일 실리콘밸리 KAIST 동문회, 과기정통부에 항의 성명 발표  
12월 14일 KAIST 이사회, 신 총장 직무정지 유보 결정 
 
2020년 8월 검찰, 신 총장 고발 건에 대해 불기소 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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