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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사과로 시작된 부동산 대혼란 한 달…그린벨트·수도이전·기립투표까지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 두 번째)가 지난달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 두 번째)가 지난달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최근에 부동산 시장이 매우 불안정해서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대국민 사과는 이후 한 달여 계속된 여권의 부동산 총력전의 신호탄이었다. 이 대표는 이날 두 차례에 걸쳐 “송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집 마련과 주거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그리고 체계적인 정책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공급론’ 급부상

 
공식 사과 사흘 뒤 민주당에선 서울 공급 확대론이 급부상했다. 지난달 6일 오후 고위전략회의부터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획기적 공급 확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시내 주택 공급을 확대하라는 취지였다. 회의에선 서울 시내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린벨트 해제는 서울시장의 동의가 필요한 문제였다.
 
이틀 뒤인 지난달 8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국회를 방문해 이해찬 대표와 만났다. 이 대표는 서울 시내 주택 공급 물량 확보를 위해 그린벨트 해제가 필요하다는 당내 의견들을 주로 전달했다고 한다. 박 전 시장은 “내가 민주당 출신이기 때문에 당 입장을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 같이 방법을 찾아볼 것”이라고 했지만 다음 날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그린벨트 해제 논의에는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옆 육군사관학교 부지 [연합뉴스]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옆 육군사관학교 부지 [연합뉴스]

이후 태릉골프장과 육군사관학교 부지 활용론이 떠올랐다. 정부가 보유한 부지여서 토지매입 과정이 필요 없고 대단위 아파트를 단지를 세울 서울 내 유일한 부지로 주목받으면서다. 태릉골프장 활용 방안은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진표 민주당 의원이 제안했다. 당내에선 육사를 아예 지방으로 이전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두 부지를 합하면 총 149만6979㎡(약 45만평)로 ‘미니 신도시’ 규모였다. 
 
개발설이 나오자 인근 서울 노원구와 경기 구리시 갈매지구 아파트 가격은 출렁였다. 하지만 4일 발표된 부동산 공급 대책에는 태릉골프장 부지만 포함되고 육사는 제외됐다. 대신 용산구 미군 캠프킴 부지와 서초구 서울조달청 부지, 국립외교원 유휴부지 등을 활용해 서울 곳곳에 소규모 단지를 개발하는 방안이 추가됐다.
 

행정수도 이전 논란

 
지난달 말부터 행정수도 이전 주장이 서울 공급 확대론과 맞물리면서 논란이 커졌다. 지난달 20일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행정수도를 제대로 완성할 것을 제안한다”고 전격 제안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위헌결정으로 실패한 행정수도 이전을 다시 추진하자는 주장이었다. “그렇게 했을 때 서울ㆍ수도권 과밀과 부동산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는 김 원내대표의 설명은 통합당의 강한 반발을 샀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김진표 의원과 이야기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김진표 의원과 이야기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3일 “부동산 대책이 전혀 성과를 거두지 못하니 급기야 내놓은 제안이다. 정상적인 정부 정책으로 내놓을 수 있는 것이냐”고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빨리 거둬들이고 수도권 집값 폭등 문제 해결하는 데 집중해달라”고 했다. 대정부질문에선 “민심이 흔들릴 때마다 천도했던 왕조시대가 생각난다”(서병수 의원)는 비판까지 나왔다.  
 
불똥은 수도이전 수혜지역인 세종시로도 튀었다. 한국감정원 7월 전국주택가격 동향조사 결과에서 세종시 아파트값은 전월(6월) 대비 6.53% 상승해 전국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감정원이 세종시를 통계에 넣기 시작한 2012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었다. 여론도 호의적이지 않았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지난달 28~30일)에서 행정수도를 서울시로 유지하자는 여론이 49%, 세종시로 이전하자는 응답은 42%로 나타났다. 16년 전보다도 ‘수도 이전’ 여론이 낮아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 민주당은 주춤하고 있다. 
 

거여(巨與)의 실력행사

 
7·10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민주당은 “부동산 세법과 관련한 입법, 전·월세 시장과 임차인 보호를 위한 전·월세신고제,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하는 임대차 3법을 7월 국회에서 처리하겠다”(허윤정 대변인)고 했다. 이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지난달 29일 열린 국회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통합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기립 표결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지난달 29일 열린 국회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통합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기립 표결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지난달 28~29일 양일간 민주당은 법사위·기재위·행안위·국토위에서 군사 작전을 방불케 하는 행동에 나섰다. 176석 민주당은 18건의 법안을 이틀 만에 모두 강행 처리했다. 법안심사 소위도 모두 건너뛰고, 기립표결 방식으로 신속하게 처리했다. 통합당 의원들은 항의하고 퇴장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수적 열세 속에 법안 처리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 정책 자체엔 찬성 기조였던 정의당조차 민주당의 상임위 진행 방식에 대해선 “상임위를 당정 협의로, 본회의를 민주당 의원총회로 만드는 행태”(강은미 원내대변인)라고 비판했다.
 

부동산 안정세? 전세대란?

 
민주당은 지난달 30일과 4일 본회의에서 부동산 관련 법안 13개를 모두 처리했다. 이 대표가 총력전을 예고한 지 한 달 남짓밖에 걸리지 않았다.  
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부동산 3법 등이 통과됐다. 통합당은 반대 토론에 나섰으나 투표에는 참가하지 않았다. [오종택 기자]

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부동산 3법 등이 통과됐다. 통합당은 반대 토론에 나섰으나 투표에는 참가하지 않았다. [오종택 기자]

전망은 엇갈린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4일 “오늘 처리된 부동산 대책 법안은 부동산 투기를 뿌리 뽑고 집 없는 서민의 눈물을 덜어줄 고강도 종합대책”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은 “(여당이) 전세대란 등 감당 못 할 후과를 ‘나 몰라라’하며 국민에 내던졌다”고 지적했다. 어느 쪽의 전망이 적중할지, 이제 다시 시장(市場)의 시간이 시작됐다.    
 
오현석·박해리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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