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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1000억 투자' 노무현 수소생산 원자로, 한국 아닌 외국에 짓는 이유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있는 초고온헬륨루프. 프리랜서 김성태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있는 초고온헬륨루프. 프리랜서 김성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바이오를 비롯한 한국의 과학ㆍ기술이 재조명 받자 떠들석하게 ‘K’라는 수식어가 붙고 있다.  K-바이오. K-방역… K 라는 글자 이면에는 해외에서도 인정 받는 국내 기술에 대한 자부심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해외에서 인정 받는 기술 중에 국내에서는 ‘찬밥 대접’을 받는 것도 있다.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그린 수소’를 대규모로 만들 수 있는 4세대 원자력발전‘초고온가스로’(VHTR)가 그렇다.
 
 
지난 3일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미국의 원자력기업 USNC, 현대엔지니어링과 소형모듈형원자로(MMR)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캐나다에 북부 오지에 전력공급용 고온가스로를 MMR 형태로 함께 건설하고, 또 향후 5년간 수소생산용 초고온가스로 기술 개발 등을 위해 협력한다는 내용이다. ‘기술 수출’의 대가로, 작지만 10억여원의 돈도 받는다는 얘기도 들린다.  
 
 
고온가스로는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는 헬륨을 냉각재로 사용하고 흑연을 감속재로 사용하는 원자로다. 750℃ 이상의 고온열을 생산해 전기 뿐 아니라 수소도 만들어낼 수 있다. 초고온가스로는 고온가스로보다 조금 더 진화한 원전이다. 온도를 850~950℃까지 조금 더 올려 수소생산 효율을 높이는 데 주목적을 둔 미래형 원전이다. 1600℃ 이상에서도 방사선이 방출되지 않고, 후쿠시마 사태와 같은 극한 사고에서도 자연냉각만으로도 안전성이 확보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미국 원자력기업 USNC, 현대엔지니어링과 공동으로 소형 모듈형 고온 가스로 등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고 3일 밝혔다.   3개 기관은 공정열·전력 생산용 '고온 가스로'(HTGR)와 '초소형 모듈 원자로'(MMR) 개발과 건설, 수소 생산용 '초고온 가스로'(VHTR) 기술 개발을 위해 협력하게 된다.   사진은 미국 USNC가 개발 중인 초소형 모듈 원자로 개념도. [사진 USNC]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미국 원자력기업 USNC, 현대엔지니어링과 공동으로 소형 모듈형 고온 가스로 등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고 3일 밝혔다. 3개 기관은 공정열·전력 생산용 '고온 가스로'(HTGR)와 '초소형 모듈 원자로'(MMR) 개발과 건설, 수소 생산용 '초고온 가스로'(VHTR) 기술 개발을 위해 협력하게 된다. 사진은 미국 USNC가 개발 중인 초소형 모듈 원자로 개념도. [사진 USNC]

 
사실 초고온가스로는 2004년 노무현 정부 시절 수소경제 구현을 위해 클린 수소를 생산할 목적으로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6년 수소경제의 불확실성이 거론되면서 후속과제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면서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탈(脫) 원전 분위기 때문에 초고온가스로 연구개발은 물건너 가버렸다. 한때 연간 100억원 규모였던 예산도 필수적인 인력 운용만 가능할 정도로 줄었다. 그간 연구개발에 들어간 혈세만도 1000억원이 넘었지만, 그건 과거의 일이 돼버렸다.
 
 
문재인 정부가 꿈꾸는 수소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원활한 수소 공급이 필수적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생산 가격이 저렴하고 대량 공급이 가능해야하며 환경 오염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정부는 수소경제에 쓸 수소의 대분을 천연가스(CH4) 개질을 통해 뽑아낸다는 현실적인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물의 전기분해를 통해서도 수소를 생산할 수 있지만, 경제성을 갖추기엔 아직 긴세월의 연구가 필요하다. 수소경제의 원조였던 노무현 정부 당시 초고온가스로 연구개발을 시작한 이유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초고온가스로 4개를 붙여 하나의 발전소를 만들면 연간 수소 14만t을 1㎏당 3000원 이하로 생산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수소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이다.    
 
지난 3일의 한ㆍ미 상호협력 체결은 원자력연구원이 지난 15년간 쌓아올린 연구개발의 첫 성과다.  비록 국내에 초고온가스로를 건설해 클린 수소를 생산한다는 애초 목적을 접고, 이역만리 남의 나라 땅에 대신 그 꿈을 옮겨 심어야 하는 처지가 됐지만. 이 땅의 과학기술자들은 이렇게라도 연구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다는 데 만족해하는 모습이다. 10억여원 기술 수출과 국내에선 할 수 없는 고온가스로에 대한 기술인증을 받을 수 있는 것도 덤이라면 덤이다. K-원자력이 어쩌다 이렇게까지 처량한 신세가 됐을까.
 
산업2팀 권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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