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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월드]"최연소 女총리 뭐 중한가" 일·사랑 모두 잡은 서른넷 인생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가 지난 2월 21일 유로존 국가수반 특별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벨기에 브뤼셀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AFP=연합뉴스]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가 지난 2월 21일 유로존 국가수반 특별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벨기에 브뤼셀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해 말 핀란드 총리가 된 산나 미렐라 마린은 올해로 만 서른넷입니다. 미혼의 최연소 여성 총리인데 지난해 남자친구와의 사이에 난 딸과 함께 헬싱키 관저에 입성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핀란드 마린 총리, 관저서 16년 남자친구와 결혼식
알코올 중독 아버지, 성소수자 어머니 '흙수저' 출신
"최연소 타이틀은 중요하지 않아…정책 집중"

 
그는 1일(현지시간) 남자친구와 결혼식을 올려 다시 한 번 주목받았습니다. 열여덟살 시절부터 16년째 만나온 동갑내기 마르쿠스 래이퀴닌이 주인공입니다. 총리는 결혼식 후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며 "사랑하는 남자와 앞으로의 삶을 함께하게 돼 기쁘고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이어 남편에게 "우리는 젊은 시절을 함께 보내며 성장했고, 지금은 사랑스러운 딸의 부모가 됐다"며 "곁에 있어 줘서 고맙다"는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가 16년째 교제해 온 마르쿠스 래이퀴닌과 1일(현지시간) 헬싱키 관저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EPA=연합뉴스]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가 16년째 교제해 온 마르쿠스 래이퀴닌과 1일(현지시간) 헬싱키 관저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EPA=연합뉴스]

 
결혼식은 핀란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서 '스몰 웨딩'으로 치러졌습니다. 마린 총리는 행정부 수반이 되자마자 닥친 감염병 사태에 비교적 잘 대처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전임자인 안티 린네(57) 전 총리가 우편 파업으로 사임하면서 남기고 간 산적한 과제가 남아 있지만 현재로선 일과 사랑 모두 잡은 셈입니다.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 성소수자 어머니

만 20세 정계 입문, 26세 시의회 의원, 28세, 시의회 의장 29세 여당 의원 당선, 33세 교통부 장관, 34세 총리. 승승장구한 화려한 정치 이력만 보면 이른바 '금수저'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사실은 정반대입니다. 어린 시절 알코올 중독에 빠진 아버지 밑에서 쪼들리는 생활을 했습니다. 부모님이 이혼한 뒤에는 어머니와 살았습니다. 당시 어머니는 여성 동반자를 만나 성소수자 가정을 꾸렸습니다. 
 
마린 총리는 원내에 진출한 2015년 핀란드 매거진(Me Naiset)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무지개 가족' 출신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어린 시절, 자신의 가족 구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털어놓을 수 없었을 때는, 마치 자신이 투명인간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고등학교에 들어갔을 때 나는 다른 친구들과 정치적, 사회적 배경이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성 소수자에 대한 논의는 21세기 들어서 활발해졌지만 과거에는 이런 논의를 공개적으로 하기 어려웠었죠"라면서요.
 산나 마린 총리가 지난해 12월 10일 총리에 선출된 직후 언론 인터뷰 중인 모습.[AP=연합뉴스]

산나 마린 총리가 지난해 12월 10일 총리에 선출된 직후 언론 인터뷰 중인 모습.[AP=연합뉴스]

 
아르바이트는 15살에 시작했습니다. 빵집 등에서 계산원으로 일하며 생활고를 해결하는데 힘을 썼습니다. 이사도 자주했고 임대 주택에서도 살아봤습니다. BBC 등에 따르면 마린 총리는 집안에서 처음으로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총리의 집안에 대학을 간 인물이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죠.
 
마린 총리는 이런 배경이 오히려 정치에 관심 갖게 한 계기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영국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 총리라는 꿈을 꿀 수 없었고 정치는 먼 곳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며 "나에게 인권과 평등이라는 도덕적 개념은 의문의 여지가 없는 기초가 됐고 우리 사회가 국민과 인권을 보는 방식에 영향을 주고 싶어 정치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최연소 여성 총리란 게 뭐가 중요한가"

 
마린 총리는 20대 초반부터 사민당의 모임에 참여하며 정치 경력을 쌓았습니다. 고향에서 낙선도 해봤고 26세에 시의회 의원이 돼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선 한창 취직 준비에 매달릴 나이에 지역에서부터 착실히 정치 기반을 다져나간 것이죠.  
 

갓 30대에 진입하던 2015년에는 국회의원(사민당)이 됐습니다. 이어 2019년 5월에 재선에 성공하면서 교통통신부 장관을 맡았습니다. 사민당 내에서도 그는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기후 변화와 평등, 사회 복지 등 관련 정책에 끈질기게 집중했습니다.  
 
탐페레 대학에서 젠더 문제를 연구하는 요한나 칸톨라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다른 스타 정치인처럼) 자신에 대해 시선을 끌려 하지 않고, 정책이나 이슈에 집중해 대중의 신뢰를 쌓았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시의회 의장 시절 TV토론에서 어려운 질문을 피하지 않고 원칙적인 대답을 고수하는 모습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쌓았다고 외신들은 전했습니다. 
산나 마린 총리가 지난해 12월 10일 총리에 선출된 직후 언론 인터뷰 중인 모습.[AP=연합뉴스]

산나 마린 총리가 지난해 12월 10일 총리에 선출된 직후 언론 인터뷰 중인 모습.[AP=연합뉴스]

 
실제 마린 총리는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원칙적 모습을 기대한 국민의 기대에 부합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마린 내각은 지난 3월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지던 아시아 지역과 대부분의 항공편을 신속히 끊고 온라인 교육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신속히 단행했습니다. 헬싱긴사노마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핀란드 국민 응답자의 85%는 마린 내각의 코로나19 대처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지지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전세계 언론이 주목한 '34세 최연소 여성 총리(2019년 12월 당시)'라는 타이틀은 정작 그에겐 중요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마린 총리는 행정부 수반이 되면서 "전세계 미디어가 (저에 대해) 뭐라고 말하는지에 대해서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중요한 건 우리가 변화를 약속했고 이제는 행동할 때라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습니다.
 

여성, 젊은이의 정치 참여 활발한 핀란드

핀란드 산나 마린 총리(가운데)와 마린 내각의 여성 장관들이 지난 5월 4일 헬싱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한 언론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교육부장관 리 앤더슨, 재무부 장관 카트리 컬머니, 산나 마린 총리,내무부 장관 마리아 오히살로, 법무부 장관 안나 마이아 헨릭슨. [로이터=연합뉴스]

핀란드 산나 마린 총리(가운데)와 마린 내각의 여성 장관들이 지난 5월 4일 헬싱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한 언론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교육부장관 리 앤더슨, 재무부 장관 카트리 컬머니, 산나 마린 총리,내무부 장관 마리아 오히살로, 법무부 장관 안나 마이아 헨릭슨. [로이터=연합뉴스]

핀란드의 정치문화도 최연소 여성 총리의 탄생의 중요한 배경입니다. 젊은 여성 지도자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없습니다. 마린 총리 외에도 사민당과 연정을 구성한 4개 정당 대표 모두 여성입니다. 그중 3명은 30대 초반입니다. 장관 19명 중 12명이 여성으로 구성됐습니다.  
 
하루아침에 이런 문화가 생긴 건 아닙니다. 핀란드는 1906년 유럽에서 최초로 여성에게 참정권을 부여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에는 세계 최초로 여성 19명이 의회에 진출했습니다. 여성 총리는 2003년부터 세 번째 배출 중입니다. 여성 대통령은 진작 나왔습니다. 이원 집정부 체제인 핀란드는 2000년부터 12년간 여성이 대통령을 맡았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핀란드 아이들은 오히려 "남자도 총리나 대통령이 될 수 있는지" 묻곤 한다고 하네요.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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