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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 논설위원이 간다] “15끼니째 컵라면으로 때워…문빠였지만 이젠 치떨린다”

노조위원장이 전한 이스타항공 참상

지난달 4일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 등 항공 운수업계 노조원들이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규탄시위를 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노조는 5차례 민주당사를 항의 방문했다. [뉴스1]

지난달 4일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 등 항공 운수업계 노조원들이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규탄시위를 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노조는 5차례 민주당사를 항의 방문했다. [뉴스1]

“직원들 다 죽게 생겼다. 이스타항공은 월급을 6개월 넘게 안 주고도 매일 강제로 출근을 시킨다. 김포·인천 공항에 세워진 비행기를 관리해야 한다며 정비사 등 ‘필수요원’ 50~60명을 교통비·점심값도 안 주고 출근시키고 있다. 이들은 돈이 없어 매일 수 킬로미터를 걸어 출근하고, 15끼째 컵라면만 먹은 분도 있다. 1500여 직원들은 이스타의 ‘노예’나 다름없다. 지금 나가면 퇴직금 한 푼 못 받는 처지가 돼 회사가 살아날 날만 기다리며 울며 겨자 먹기로 출근한다. 그러나 이상직이 대표로 있는 한 이스타항공이 제삼자에게 인수될 가능성은 전무하다.”
 

민주당, 5번 갔지만 거들떠도 안봐
이상직, 파산으로 증거 인멸 우려
법정관리로 회생시켜야 비리 잡아
‘대통령 사위 태국서 목격’ 주장도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의원(재선·전주을)이 창업주인 이스타항공 전 노선의 운행이 중단된 지 100일이 넘어간다. 이 의원은 부실 경영과 임금 체불 및 자녀 편법 증여 논란 속에 민주당 핵심 텃밭인 전북 도당위원장에 단독 출마해 지역 여론의 반발을 샀다. 그러다 사흘 만에 돌연 사퇴해 논란을 증폭시켰다. 미래통합당은 3일 청와대 민정수석 출신 정권 저격수로 불리는 곽상도 의원이 이끄는 ‘이스타 진상규명 TF’를 발족시키며 그를 정조준했다. 이 과정에서 최대 희생자는 이스타항공 근로자들이다. 이미 570여명이 해고됐고, 남은 1600여명 근로자의 임금체불은 반년 가까이 돼간다.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 위원장으로부터 들은 실태를 재구성했다. 그의 목소리는 분노로 가득했다.
  
‘사람이 먼저다’던 더불어민주당 반응
 
박이삼. [연합뉴스]

박이삼. [연합뉴스]

“민주당사를 5번이나 찾아갔지만 거들떠보지도 않더라. 사태 초기에 민주당의 ‘을지로 위원회’에서 보자고 해서 만나니 우원식 의원 보좌관이 나와 ‘잘 해결될 것’이란 원론적인 얘기만 하더라. 그 뒤 연락이 없어 ‘다시 만나자’고 하니 대답이 없더라. ‘을’을 위한다는 위원회조차 발을 빼는 걸 보고 도대체 이상직의 뒷배가 누구일까 하는 의문이 절로 들었다. 난 엄청난 문빠(문재인 열혈 지지층)였는데 이젠 치를 떨게 됐다.”
  
윤석열 있을 때 서둘러 고발
 
“이스타항공 노조는 지난달 29일 조세포탈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이상직을 검찰에 고발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버티고 있을 때 해야 한다는 생각에 서둘러 한 것이다. 가장 걱정되는 시나리오가 이상직이 회사를 파산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모든 자료가 소멸해 비리의 증거가 사라져버린다. 그게 이상직이 바라는 것이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빨리해서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또 반드시 법정관리로 가야만 법원에서 파견한 회계사들이 이스타항공 내부를 파헤칠 수 있다. 이를 통해 내부 책임자들은 물론 이스타항공과 유착한 정치인들도 모두 잡아내고, 300억원 임금이 체불된 직원들과 1700억 미지급금에 신음하는 하청업체들을 살려내야 한다. 이스타항공이 얼마나 엉망이냐면 재무제표도 온통 X판이더라. 회계감사를 맡은 업체가 모 회계법인인데 대표가 이상직 친구라고 한다. 그러니 감사가 제대로 되겠나. 그 회계법인도 뒤지면 (비리가) 엄청 나올 거다.”
  
정권과 유착 가능성
 
최형재

최형재

“물론이다. 100%다. 이스타항공은 이상직이 19대 의원 시절 보좌관을 지낸 민주당 출신 김유상씨가 실세 전무로 있다. 최종구 대표이사도 민주당 핵심과 고교 동기다. 게다가 김현정 민주당 부대변인은 내게 ‘체불 임금 250억원 중 110억원만 받고 이상직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안’을 타진했다. 하도 황당해 ‘내가 왜 당신 말을 들어야 하나’고 물으니 ‘아, 위원장님은 결국 이상직이 목표네요. 이상직 죽이려는 거네요’라 하더라. 집권당 부대변인이 사기업 분규에 개입해 사측(이상직) 편을 대놓고 드니 막장 아닌가. 정권과 이스타가 유착하지 않고서 이럴 수가 있나. 하도 어이가 없어 녹취한 대화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니 그 뒤로 민주당 측은 무서운지 나에게 일절 전화하지 않는다.”
  
태국서 대통령 사위 목격한 조종사
 
“이스타항공 자회사로 알려진 타이이스타젯에 문재인 대통령 사위 서모씨가 취직했다는 의혹이 이상직과 정권의 유착 논란을 증폭시켰다. 실제로 지난해 말 서씨가 타이이스타젯 사무실에 있는 게 목격됐다고 한다. 태국 현지에선 그를 ‘토니’라 부른다. (어떻게 알았나?) 내 후배 조종사와 친한 일본인 조종사가 타이이스타젯에서 일했는데 그가 회사 사무실에서 서씨가 박석호 대표이사와 함께 (근무하고) 있는 걸 봤다고 전해줬다. 워낙 조그만 회사라 한국인이면 금방 눈에 띄었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 이상한 게, 이스타항공 타이 지사장이 최근 우리 노조에 체불임금 청구서를 제출하러 왔는데 박석호 얘기를 하니 청구서를 찢어버리고 나가버렸다. 박석호와 이상직 간에 모종의 관계가 있는 것 같다. 박석호에 전화 걸어보니 번호를 말소시켜 놓았더라.”
  
복마전 핵심, 타이이스타젯
 
“민주당은 타이이스타젯 얘기만 하면 입을 다물어버리더라. ‘모르는 얘기’란 거다.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려던 제주항공도 당초 타이이스타젯이 복마전인 걸 알고 이 회사부터 해결하라고 이스타항공에 요구했다. 타이이스타젯 안고 인수하면 의혹이 밑도 끝도 없이 나올 걸 알고 그런 거다. 인수는 물거품이 됐지만, 제주항공은 협상 과정에서 타이이스타젯 내부를 들여다봤을 것이다. 그때 가안으로 작성한 계약서 공개하면 (비리 현황이) 다 나올 거다.”
 
이상직 전북도당위원장 출마와 사퇴, 의문의 해프닝…공천 논란도
이상직 의원은 지난달 27일 마감 한 시간을 앞두고 민주당 핵심 텃밭인 전북도당위원장 후보에 전격 등록했다. 당초 위원장직에 강한 의욕을 갖고 준비를 해온 재선 김성주 의원(전주병)이 돌연 출마를 포기한 지 하루 만에 일어난 일이라 전북 지역 정가엔 파문이 일었다. 전북 도당위원장은 지방선거에서 비례의원 공천권을 갖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자리다. 그런데 사흘 뒤인 30일 이상직이 돌연 후보를 사퇴해 의문은 더욱 증폭됐다.
 
민주당 소식통은 “후보 등록 마감 전날인 지난달 26일 이상직이 전주고 1년 후배인 김성주를 만나 ‘내가 요즘 어렵다. 도당위원장 하며 명예회복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 직후 김성주가 돌연 출마 뜻을 접었다”고 했다.
 
이상직과 김성주 회동 사실은 김성주 의원실도 시인했다. 의원실은 “김성주 의원이 ‘원팀’ 화합을 위해 용단을 내렸던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소식통은 “김성주가 외압에 의해 사퇴했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했다. “김성주는 돌연 후보 출마를 포기하면서 ‘날 지지하는 전북 의원이 많지 않고 위원장직 맡아도 실익이 없다’는 이유를 댔다는데 납득하기 어렵다. 전북 바닥 민심은 경선하면 무조건 김성주가 이기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김성주는 정세균 국무총리 계열이다. 정세균은 대권 의지가 있어 고향이자 민주당 핵심 텃밭인 전북 도당위원장을 김성주가 맡길 원했을 거다. 이런 정치적 포석까지 안고 출마하려던 김성주가 이상직을 만난 뒤 거두절미하고 뜻을 접었으니 ‘외압’을 의심하는 건 당연하지 않나. 중앙당 친문 핵심이 김성주에 출마 포기를 유도했으리란 소문도 나온다.”
 
전북 도당위원장 파동과 맞물려 이상직의 4·15 총선 공천에도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전주을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컷오프됐던 최형재(57)씨는 “당시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음에도 경선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주장했다.  
 
“경선 전 서울에서 중소벤처기업진흥 공단 이사장을 지내던 이상직이 전주을 출마 뜻을 비치면서 ‘최형재는 서울(민주당 중앙당)에서 날려버릴 것’이란 얘기를 하고 다닌다고 시의원들이 내게 전했다. 난 ‘내가 지지율 1위인데 당이 그럴 리 있나’며 일축했지만, 당은 아무런 이유도 밝히지 않고 날 컷오프했다. 이상직은 인지도 낮은 청년 후보 1명 만을 상대로 땅 짚고 헤엄치기로 경선에 이겼다. 난 억울함을 호소하러 양정철 만나러 갔는데 안 만나주고 전화도 안 받더라. 그래서 나랑 친분이 두터운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이 내 구명을 위해 양정철에 전화했더니 ‘서울시장님이 뭐하러 전주까지 신경 쓰시냐’는 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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