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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의 코멘터리] 승부사 윤석열의 출사표

 

윤석열 발언의 정치적 맥락을 짚어보니

 2019년 7월25일 함께 환담장 향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 불과 1년만에 윤총장은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연합뉴스]

2019년 7월25일 함께 환담장 향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 불과 1년만에 윤총장은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연합뉴스]

1.
윤석열 검찰총장을 둘러싼 칭송과 욕설이 극과 극을 치달은 하루입니다. 윤 총장이 8월 3일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던진 당부말씀은 언뜻 보면 아무 문제가 없는 공자님 말씀 같습니다. 핵심부분만 원문 그대로 옮기자면..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평등을 무시하고 자유만 중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입니다.  
자유민주주의는 법의 지배를 통해서 실현됩니다. 대의제와 다수결 원리에 따라 법이 제정되지만 일단 제정된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고 집행되어야 합니다.
앞으로 여러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정의롭게 법 집행을 해야 합니다. 특히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는 국민 모두가 잠재적 이해당사자와 피해자라는 점을 명심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법집행 권한을 엄정하게 행사해야 합니다.”
 
2.
그런데 반응은 양극단으로 뜨겁습니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자마자 당장 진중권 시사평론가가 ‘와 쎄다. 결단이 선 듯’이라는 감탄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친정부여당 인사들의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문파 박주민 민주당의원은 페이스북에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막는 것’이라면서 ‘모든 공권력은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올렸습니다. 다들 극혐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3.
당부말씀의 정치적 맥락을 짚어보면 이런 극단적 반응이 이해가 됩니다.  
먼저 용어의 정치적 맥락부터 정리해보죠. 민주주의도 여러 가지가 있고, 그 중에서 ‘자유민주주의’가 가장 보편적으로 많이 쓰이긴 한데, 최근엔 ‘자유민주주의’라고 하면 보수우파들의 구호로 많이 쓰입니다. 민주주의 핵심가치인 ‘자유’와 ‘평등’ 가운데 보수가 좋아하는 자유를 강조한다고 보기 때문이죠. 평등보다 자유가 더 중요하다는 인식도 깔려있습니다.  
반대로 진보좌파들은 그냥 민주주의를 선호하죠. 평등민주주의는 이상하고, 사회민주주의라고 하고 싶지만 우리나라에선 ‘사회’라는 말만 해도 벌써 사회주의(빨갱이) 운운하기에 잘 안씁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는 교과서의 ‘자유민주주의’표현을 그냥‘민주주의’로 바꿨습니다.
 
4.
윤 총장은‘자유민주주의’를 앞세웠습니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라는 표현입니다. ‘쓰고 있는’이란 말은 현재진행형. 현정부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현 정부가 선거라는 민주절차를 통해 권력을 잡았지만, 실제로는 다수란 이름으로 독재를 하고 있다’는 비판입니다.  
 
5.
이런 비판에 대해 여권에서는 ‘민주적 통제’란 말로 반박합니다. 민주 절차에 따라 선출된 국민의 대표(대통령과 국회의원)가 임명직 공무원(검찰)을 통제하는 것이 민주주의 정신에 맞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민주적 통제도 필요합니다. 그런데 선거로 다수가 됐다고 맘대로 하라는 건 아니죠. 국회의 심의절차도 지키고, 소수의견도 존중해야 합니다. 특히 검찰이나 감사원처럼 업무 특성상 정치권력로부터의 독립성이 중요한 조직에 대해선 독립성을 존중해줘야 합니다.  
 
6.
결정적으로 윤 총장은 ‘(권력형 비리에 대해) 당당히 맞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법집행 권한을 엄정하게 행사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치적 맥락으로 보자면 현정부 핵심들이 연루된 사건을 파헤치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과 같은 경우 특히 민감합니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대통령의 30년 지기며, 청와대 조직이 광범하게 개입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을 정조준한 셈이니 여권이 발칵할 수밖에 없습니다.  
 
7.
이 정도면 윤 총장은 이미 정치판에 출사표를 던졌다고 생각됩니다. 여권인사들의 주장처럼 ‘빨리 잘라달라’는 태도입니다. 희생양이란 훈장을 달고 야당 투사가 되겠다는 결심이 선 듯합니다. 마침 4일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윤 총장은 대선주자  선호도 13.8%로 나왔네요. 야권에선 압도적입니다. ‘정무감각이 없다’는 그냥 겸손의 말씀이었나 봅니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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