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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천도 아닌 일자리 분산이 맞다

오영환 지역전문기자·대구지사장

오영환 지역전문기자·대구지사장

우리 국토개발은 수도권 팽창과 궤를 같이한다. 수도권에 거의 모든 분야의 최고 기관과 하부 조직이 집적해 사람과 돈을 빨아들였다. 집중이 집중을 낳았다. 용적률 완화는 마법의 사다리였다. 고층 빌딩·아파트 중심으로 도시 기능과 주거를 압축했다. 팽창 계수가 커지면서 수도권은 주변으로 확장했다. 그린벨트를 잠식했다.
 

세종시 조성, 153개 공공기관 이전
약발 다하고 수도권 블랙홀 못막아
일자리 통한 사람의 지방 역류 필요

서울·인천시, 경기도의 수도권 일극(一極)은 세계 굴지다. 지난해 말 인구가 처음으로 나라의 절반을 넘어섰다(6월 2600만명). 일본이 아우성치는 도쿄권과는 비교가 안 된다. 도쿄도, 가나가와·사이타마·지바현 인구(3661만명)는 전체의 28.7%다. 일그러진 국토 문제는 수도권 중심의 고도성장, 국가 경쟁력의 뒷전으로 밀려났다.
 
2011년은 수도권 팽창에 제동이 걸린 해였다. 수도권 인구가 처음 순유출됐다. 수도권 전출이 전입을 8450명 웃돌았다. 수도권 전출 초과는 과밀 해소의 주요 잣대다. 유출은 이듬해를 빼고 2016년까지 이어졌다. 6년간 그 규모는 약 6만명이었다. 세종시가 출범하고, 153개 공공기관 이전과 10개 지방 혁신도시 조성이 한창일 때였다. 노무현 정부가 시작한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효과를 낸 셈이다. 일본은 2015~19년 1기 지방창생 전략에서 도쿄권 전출입 균형을 내걸었지만 실패했다. 지난해 전입이 14만여명으로 규모가 오히려 늘어났다. 인구의 지방 역류는 그만큼 힘들다.
 
서소문 포럼 8/4

서소문 포럼 8/4

문제는 행정도시나 공공기관 이전의 약발이다. 2017년부터 수도권 인구가 전입 초과로 돌아섰다. 유입 규모는 3년간 약 16만명이다. 대책을 무색게 하는 수도권 블랙홀이다. 40대 이상은 2008년 이래 계속 유출됐지만, 10대와 20대 유입이 꺾이지 않았다. 수도권은 예나 지금이나 젊은이에게 꿈의 땅이다. 100대 기업 본사 91%, 벤처 기업 70%, 주요 대학, 문화 시설이 몰려 있다. 여기에 서울시와 경기도의 청년 안전망은 비수도권보다 훨씬 낫다. 청년 수당·기본소득·노동자 통장과 월세 보조…. 재정 자립도 1·3위인 서울·경기의 청년 복지는 인구의 수도권 불패신화에 한몫한다.
 
인구 흐름도는 여권의 세종 행정수도 완성 구상을 시험한다. 세종시에는 정부 부처 약 3분의 2가 이전했다. 43개 중앙기관, 15개 국책연구기관, 4개 공공기관이 옮겨갔다. 천도(遷都)의 위헌 문제는 차치하자. 세종시로 청와대와 국회, 나머지 부처가 옮겨가면 수도권 과밀 해소의 돌파구가 열릴까. 과거 20년간 통계는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2012~19년 수도권의 세종시 순유입 인구는 5만여명, 같은 생활권의 충남 순유입은 6만여명이다. 하지만 세종시는 2015년 1만3000여명을 정점으로 유입 인구가 하향 곡선이다. 충남은 지난해 수도권 전출 초과로 바뀌었다. 천도론의 심리적 파급 효과와 세종 중심 인구 이동은 있겠지만,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일 게다. 세종은 행정 중심이지 도시 기능이 융합된 곳이 아니다.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천도 구상은 부동산 문제의 관심을 돌리고, 충청 표심을 겨냥한 냄새를 풍긴다.
 
세종 행정수도는 서울의 위상 문제도 제기한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얼굴이자 성장의 기관차다. 역사와 문화가 서린 국제도시기도 하다. 건국 244년의 미국 워싱턴과 뉴욕을 견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균형발전론이 서울의 매력을 깎아내려서는 안 된다. 둘은 제로섬 관계가 아니다. 동아시아 교차로와 국제금융 허브로서의 비전은 강화돼야 한다. 지금 중국의 강권 지배로 금융 도시 홍콩이 흔들리고 있지 않은가. 행정수도는 주한 외교공관·주한미군과의 소통, 위기관리, 통일 후의 수도 문제 숙제도 던진다. 천 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대역사(大役事)에 5년 정권은 겸허해야 한다.
 
여권은 지금 300여개 수도권 공공기관 2차 이전도 검토 중이다. 공공기관 남하는 지방에 단비다. 하지만 사람의 물줄기를 돌리기엔 역부족이라는 얘기가 많다. 영남권과 호남권은 공공기관 이전과 혁신도시 조성에도 지난 20년간 단 한 해도 수도권 인구가 순유입된 적이 없다. 수도권 과밀화 대책은 복합처방과 장기전의 각오가 불가결하다. 수도권의 자력(磁力)은 입증됐다. 행정·공공기관의 적소 배치는 필요조건의 하나일 뿐이다.
 
인구의 지방 역류는 첫째도, 둘째도 일자리다. 일이 사람을 부른다. 지방으로 기업 본사의 기능 이전·분산이나 창업이 함께 가야 한다. 지방행 기업에 획기적 세제 혜택 등의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분산형 사회 구축은 코로나 팬데믹의 교훈이기도 하다. 지방 도시의 자구책도 긴요하다. 교육·의료·문화·여가 환경 정비로 인구의 댐을 만들어야 한다. 수도권 부동산값 폭등이 촉발한 과밀화 문제를 국토 대개조로 승화시켜보자.
 
오영환 지역전문기자 겸 대구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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