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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모든 법적책임 현산에 있다”…아시아나 매각 무산 수순

2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주기장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모습. [연합뉴스]

2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주기장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모습. [연합뉴스]

산업은행이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 측의 아시아나항공 재실사 요청을 거절했다. 사실상 계약이 무산된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산업은행은 계약이 무산될 경우 그에 대한 책임이 현산 측에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산은, 현산의 재실사 요청 거부
“12일에 계약해지 통지 가능”
채권단 주도 경영관리 방안 등
노딜 염두에 둔 플랜B 준비 언급
현산 “산은 간담회 내용 확인 중”

산업은행은 3일 온라인 브리핑을 열고 아시아나항공 매수자 측인 현산·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의 아시아나항공 재실사 요구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산은 지난달 26일 매도자 측인 금호산업에 아시아나항공 재실사를 요구했다.
 
최대현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재실사 요청은 과도한 수준이고 기본적으로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판단”이라며 “그간 실무 선에서 거래 종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대면 인터뷰를 요청했음에도 응하지 않다가 거래 종료일 당일에야 12주간의 재실사를, 그것도 서면으로 요청한 것은 인수 진정성은 없으면서 단지 거래 종결을 지연시키고자 하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최 부행장은 “11일까지 시정조치를 요구하고 12일에 계약 해지 통지가 가능한데, 실행 여부는 현산의 최종 의사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산은 부행장 “인수 진정성 없다”
 
이동걸 산은 회장

이동걸 산은 회장

산은은 계약을 이어가려면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의 인수 의사를 보이라고 현산에 요구했다. 최 부행장은 “현산이 진정으로 인수 의사가 있다면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됐어야 한다”며 일부 증자 이행이나 계약금 추가 납입을 예로 들었다.
 
또한 아시아나항공 재실사는 현산의 인수 의사가 확실할 때만 제한적으로 허용한다고 강조했다. 최 부행장은 “인수가 전제된다면 인수 후 영업환경 분석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대응책 마련 차원에서 제한된 범위 내에서 (재실사) 논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산은은 현 상황에선 사실상 ‘노딜’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최 부행장은 “수많은 인수합병(M&A)을 경험했지만 당사자 면담 자체가 조건인 경우는 처음”이라며 “현산 측이 계속 기본적인 대면 협상에도 응하지 않고 인수 진정성에 대한 진전된 행위를 보이지 않는다면 계약 무산이 현재로선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계약 무산을 염두에 둔 이른바 ‘플랜B’ 언급도 있었다. 최 부행장은 “채권단은 매각이 무산될 때 아시아나항공 영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동성 지원 및 영구채 주식 전환을 통한 채권단 주도의 경영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경영 안정화 뒤엔 저비용항공사(LCC) 분리 매각이나 자회사 처리 등 구체적인 관리 방안을 적극적으로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추진 일지

아시아나항공 매각 추진 일지

대우조선해양 사례와 같은 ‘국책은행 주도의 채권단 경영관리’를 시장에선 흔히 ‘국유화’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최 부행장은 ‘국유화’라는 표현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그는 “산업은행이 출자전환을 통해 일부 지분을 보유하는 것을 두고 ‘국유화’란 표현은 맞지 않는다”며 “국유화라는 표현이 자칫 신용도(평가)나 외부 영업에서 아시아나항공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채권)은행의 관리’라는 표현이 적당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산과 금호산업은 현재 계약이 이행되지 않는 데 대한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에 양측이 계약금 반환 소송을 염두에 두고 상호 책임론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계약 무산 시 그 책임이 현산에 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회장은 “금호와 산은 측에선 하등 잘못한 게 없고 계약 무산의 모든 법적인 책임은 현산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여러 공문이나 보도자료를 통한 현산의 주장은 상당 부분 근거가 없었고 악의적으로 왜곡된 측면도 있었다. 본인의 책임은 본인이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런 불확실한 상황을 계속해서 끌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겠고, 법률적으로도 이제 종결 시점이 오기 때문에 저희도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2500억 계약금 반환소송 불가피할 듯
 
금호산업은 채권단의 의지와 방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입장이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그동안 현산 쪽에 계속 대면으로 만나자는 얘기를 했는데 테이블에 나오지 않았다”며 “진정성 있는 자세로 협상 테이블에 나오면 24시간 언제든 다시 협상할 자세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은행의 입장과 미시적, 거시적으로 궤를 같이하며 추호도 다른 길을 갈 수 없다”면서 “큰 틀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잘 마무리되고 새로운 회사로 새롭게 출발해 나가야 국내 항공산업도 안정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현산은 “산업은행 기자간담회 내용에 대해 확인 중이나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긴 어렵다”고 했다. 현산은 “계약 무산 시 그 책임이 현산에 있다”는 산은의 단호한 태도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산 입장에서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아시아나 부채가 급증했기 때문에 (재실사를 통해) 몸값을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 바뀌진 않을 것”이라며 “결국 2500억원의 계약금을 두고 금호와 현산 간의 소송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용환·염지현·곽재민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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