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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기의 시시각각] 메뚜기떼 닮은 민주당 정권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요즘 민주당 정권이 뚝딱 해치우는 일들을 보면 들판을 훑고 가는 메뚜기떼가 연상된다. 그들은 다수의 본능에 따라 걸리적거리는 소수들을 신속하게 휩쓸어 버린다. 풀꽃이든 곡식이든 동물이든 심지어 허수아비든 갉아먹는다. 눈앞의 것들은 죄다 적이다. 구성 요소들이 상호작용하는 생태계는 안중에도 없다. 단숨에 파괴한다. 감나무 수확 때 가지 끝에 까치밥 몇 개 남겨 두는 여유와 지혜를 그들은 가지고 있지 않다.
 

소수의 임대인이 다수의 적인가
윤석열·최재형한테 집단 이지메
박원순 죽음에는 침묵의 카르텔

모든 것을 적군과 아군으로 나누는 민주당의 본능은 부동산 시장에서도 발휘되고 있다. 다수의 임차인은 살리고 소수의 임대인은 죽이겠다는 살기가 흐른다. 임대인이 죽으면 임차인은 어떻게 사나. 그들은 소수와 다수가 작은 부분에서 갈등하는 것만 본다. 더 큰 부분에서 공존한다는 사실은 모른다. 다수는 자기와 다른 조건에 있는 소수들을 차례로 제거하다 어느 순간 한 줌 소수로 쪼그라든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지난주 윤희숙 통합당 의원은 스스로 임차인임을 밝히면서 국회사에 남을 연설을 했다. “임대인과 임차인은 상생하며 유지될 수밖에 없다. 임차인을 편들려고 임대인을 불리하게 하면 임대인은 가격을 올리거나 시장에서 나갈 수밖에 없다. 임대인에게 집을 세놓는 것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순간, 시장은 붕괴하게 돼 있다.”
 
윤 의원의 얘기를 정치적으로 풀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소수파라는 이유로 다수를 두려워해야 하는 곳은 사회가 아니라 정글이다. 소수도 살게 해줘야 한다. 사실 소수는 다수의 삶의 조건이 된다. 소수가 사라지면 다수도 살 수 없다. 민주주의 사회라 해도 다수파가 소수들을 지속적으로 배제하다간 사회 자체가 없어지게 된다.”
 
다수당 정권의 소수 사냥은 ‘계급의 적’인 임대인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민주당 권력은 당의 방침에 따르지 않는 불순한 ‘내부의 적’들을 끝없이 색출해 왔다. 선거에서 압승하고 난 뒤엔 대통령이 임명한 윤석열 검찰총장과 최재형 감사원장까지 솎아내려 한다. 이유는 이들이 청와대의 범죄 혐의를 수사하거나 정부 기관의 잘못된 행위를 엄격하게 따지려 했기 때문이다. 검찰총장과 감사원장은 헌법에 명문화된 국가 기구다. 임의 조직인 정당이 헌법 기관들을 좌지우지해선 곤란하다. 두 기구는 정치의 세계에선 소수지만 국가 시스템에선 부정부패를 막는 소금 역할을 한다. 폭주와 과속을 조절하는 브레이크다. 당의 입맛에 안 맞는다고 소금에 설탕 성분을 주입하거나, 마음이 급하다고 브레이크에 가속 기능을 섞는다면 나라는 붕괴하고 만다.
 
요즘 당·정·청과 전·현직 관료, 어용 언론들까지 총동원돼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적이 없는 검찰총장을 쫓아내려 하고 있다. 임기가 엄연히 남아 있는 감사원장에게 물러나라고 소리친다. 집단 따돌림(이지메) 같은 학교 폭력이 생각난다. 이지메는 소수를 폭행해 쾌감을 얻는 심리다. 다수의 가학 심리는 나치의 유대인 탄압이나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자본가 박탈처럼 한번 작동하면 망하기 전엔 멈추지 않는다.
 
집단 가학이 요란스럽기만 하지 않다. 박원순의 죽음 뒤 청와대·민주당·서울시·사법부·검찰·경찰·법무부·여성가족부·참여연대 등 그 소리 드높던 여성 인권 옹호 기관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다물었다. 박원순에 의한 성폭력 피해자와 변호사, 소수의 지원단체만 외로운 진실 투쟁을 이어갈 뿐이다. 거대하고 무서운 침묵의 카르텔이다. 다수 권력은 왜 침묵하는 걸까. 민주당 소속 서울시장의 성폭력 진상이 드러날수록 영구 집권이 위협받기 때문일 것이다.
 
다수의 지배는 민주주의의 주요 원리다. 하지만 다수가 항상 정의가 아니라는 것도 진실이다. 민주주의엔 다른 주요 원리들도 있다. 소수파 존중, 법치와 절차적 정의, 협상과 타협, 관용 등이다. 언제 다수가 소수 되고, 소수가 다수 될지 모른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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