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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국회의사당을 새만금으로

서현 건축가·서울대 건축학과 교수

서현 건축가·서울대 건축학과 교수

사소한 잡음이 있어도 원안대로 추진하라. 이렇게 단호하게 지시한 사람은 사령관이 아니고 대통령이었다. 1971년 7월 30일 건설부고시 447호. 그린벨트의 탄생 통보다. 사소한 잡음은 사유재산권 침해논란이었다. 지금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절대 권력의 권력 남용 순간이었다. 다음 해에는 전국 대도시 주변에 그린벨트가 확장 지정되었다.
 

그린벨트 논란이 남긴 유산
중요한 건 미래에 대한 공감
도시화로 인식되는 균형발전
도시국가가 되려는 대한민국

그린벨트 지정취지의 하나는 ‘안보상 장애 제거’였다. 적 공격 시 피난과 방어가 초미의 관심사였던 시기다. 그린벨트는 방어부대 은닉지가 도시를 둘러싸는 최적의 도구였을 것이다. 조선시대 한양의 성곽이 대한민국 서울의 규모로 확장구현된 것이다.
 
아파트값과 맞물려 시끄럽던 그린벨트 논란이 수그러들었다. 논란 쟁점의 출발지는 단어의 오해였다. 녹색이 아닌 그린벨트를 풀어서 아파트를 짓자는 주장이었다. 그런데 통칭이 그린벨트지만 정확한 단어는 개발제한구역이다. 나무가 아니라 비닐하우스가 있어도 개발제한구역인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
 
말 없는 구조물도 시간이 지나면 새 존재 의미를 얻는다. 서울성곽은 군사구조물이 아니고 문화유산이 되었다. 그린벨트도 절대권력 남용으로 태어났지만 지금은 유산이다. 이 논란이 남긴 진정한 유산은 그린벨트 자체가 아니었다. 다음 세대에 넘겨줄 유산확보의 공감대 확인이었다. 희귀한 사안이다. 돈이 되면 유산이든 유적이든 어디든 파헤쳐 온 한국이기 때문이다.
 
지역의 균형발전과 수도권 집중 억제. 그린벨트 지정 당시 내건 다른 취지였다. 균형발전은 부인할 수 없는 가치지만 이게 강제 균형도시화로 번역되는 순간 문제가 된다. 그런데 항상 그렇게 번역이 된다. 국토 전반을 건물과 아스팔트의 도시구조물로 균등 도포해야 한다는 이야기. 잊을 만하면 균형발전론이 거론되는 때는 선거철이나 국면전환기다. 표가 되면 악마와도 거래하는 것이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균형발전론의 문제는 실체와 목표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지방이 충분히 도시화되었다고 지방에서 인정할 때까지 도시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만 남는다. 대도시 인구집중은 전 세계 근대산업국가의 공통현상이다. 문제는 균형발전을 거론하기에 한국국토는 턱없이 작다는 것이다. 국토균형발전이 필요하다는 나라가 코리아고, 그래서 새 수도를 만들겠다는데 이르렀고, 그 위치는 고속철도로 30분 거리라면 바다 건너 도시학자들은 농담으로 이해할 것이다. 국토계획의 목표가 도시국가 조성이냐고 물을 것이다.  
 
국영기업체 본사는 지방으로 이전시켜라. 이 역시 그린벨트 지정 당시 사령관, 아니 대통령의 국무회의 지시 내용이다. 짜르나 주석이나 국방위원장이 내릴 명령이다. 그러나 이런 계획경제·전체주의로 중무장한 사회가 계획대로 작동할 것이라 믿는다면 그런 사회의 도시들을 보아야 한다. 자애로운 인민사랑으로 가득한 천출명장·절대존엄이 밤잠 못 자고 고민하여 스키장·혁명성지·닭공장까지 손수 계획·조성·현장지도 하신다는 사회주의 인민낙원도 있다. 그 낙원도시들이 도대체 얼마나 위대한지 제발 볼 일이다.
 
공공기관·공기업 지방 이전이라는 단어는 완곡한 표현일 뿐 결국 근로자 강제이주다. 스탈린과 히틀러가 연상되는 그 단어다. 사회주의를 부인하는 한국에서 사회주의적 공기업 강제이주 계획이 시행되었다. 현실은 강제를 거부하는 정부기관·공기업 근로자들의 보부상화다. 인구 밀집의 결과가 도시형성이다. 거꾸로 도시조성의 결과가 인구유입이라면 곤란하다. 도시는 플라스틱 레고블럭이 아니고 유연한 유기체다. 머리를 잘라 나눠 어깨와 엉덩이에 이식한다고 인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국회의원들이 합심하고 대통령이 결심하여 굳이 자신들 청사를 옮기겠다면 반대할 필요는 없겠다. 그러나 목적지가 세종시면 곤란하다. 주제가 세종시의 배타적 발전이 아니고 국토의 균형발전이기 때문이다. 하여 지화자,
 
의사당의 입지로는 새만금이 최적이다
균형발전 대선공약 새만금에 시작하여
땅만덮은 미완성지 오도가도 못하는데
떠난자에 침뱉은들 메운땅이 바다되랴
흙에깔려 절규하던 물짐승들 거름되어
문전옥답 기름지고 지기발원 충만하리
민의전당 국회의원 식솔가축 거둬모아
뜬세상에 부초인생 어디간들 못살겠나
길지라고 믿고가면 만세도읍 예아니랴
청와대도 옮기려니 균형발전 지엄하다
세종시가 웬말이뇨 가덕도가 적지로다
공항신설 부산민심 백가쟁명 번잡하니
평지풍파 제번하여 다스릴바 기회로다
주적포격 사정거리 천리밖에 벗어나고
사위팔방 죄바다니 경호근심 설곳없다
행정수도 공약시에 해양수도 약속한바
청와대가 이주하니 백년대계 구현일세
지도깔고 굽어보니 아름답다 삼각구도
균형발전 머지않고 태평성시 곧오리라
새만금과 가덕도에 서쪽하늘 바라보면
노을지는 풍광이라 바다너머 지는해가 
 
밝은미래 틀림 없다. 아, 어쩌면 정말로 거기서 세상이 곧 밝아올 수도 있겠다. 지구가 거꾸로 돌기 시작한다면.
 
서현 건축가·서울대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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