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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수의 카운터어택] 포기는 배추를 셀 때나

장혜수 스포츠팀장

장혜수 스포츠팀장

2016년 남미축구선수권대회(코파 아메리카)는 창립 100주년 대회였다. 대회명에 ‘센테나리오’(100주년)도 붙였다. 출전국도 남미 10개국에 북중미 6개국을 더해 16개국이나 됐다. 리오넬 메시, 곤살로 이과인, 세르히오 아구에로, 앙헬 디 마리아 등이 포진한 아르헨티나는 조별리그 세 경기에서 10득점, 1실점했다. 8강전에서 베네수엘라를 4-1, 4강전에서 미국을 4-0으로 각각 꺾었다. 결승전에서 칠레를 만났다. 조별리그에서 아르헨티나는 칠레를 2-1로 이미 한 번 이겼다. 하지만 결승전 120분은 0-0으로 끝냈고, 승부차기에서 2-4로 졌다. 페널티킥 두 개를 실축했는데, 하나가 메시였다. 메시는 자책했고,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육상경기에서 역주하는 양예빈(맨앞). [사진 대한육상연맹]

육상경기에서 역주하는 양예빈(맨앞). [사진 대한육상연맹]

요아나 푹스라는 아르헨티나 초등학교 교사가 메시에게 공개편지를 썼다. “(…) 지금 아이들은 영웅이 포기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일부 국민이 승부차기에서 실수한 당신을 욕하고 깎아내리는 게 사실이다. 혹시 당신도 그들처럼 승리만이 최고 가치라고 생각하는가. 사람은 승리보다 패배를 통해 더욱 성장한다는 소중한 가치를 지켜주기 바란다. 아이들이 이기는 것만이 유일한 가치라고 생각하게 하면 안 된다. (…) 나는 아이들에게 당신이 얼마나 축구를 잘하는지 가르치지 않았다. 아이들이 당신한테 배워야 하는 건 한 골을 넣기 위해 같은 장면을 수천수만 번 연습한다는 점이다. (…) 아이들에게 2위는 패배한 거고 경기에서 지면 모든 명예를 잃는 거라고 가르쳐서는 안 된다. (…) 이길 때는 모두 같이 이긴 거고 질 때도 혼자가 아니라는 진리를 알게 해달라. 결과와 관계없이 사랑하는 일을 하고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위대한 우승이다.”
 
28일 경북 예천에서 KBS배 전국육상대회가 열렸다. 이날 여고부 1600m 계주 결승전에 양예빈(16)의 용남고가 출전했다. 양예빈은 중학교 시절 50m 뒤처진 레이스를 뒤집어 화제가 됐고, 29년 만에 한국신기록도 세웠다. 일명 ‘육상계 김연아’다. 다섯 학교가 출전 신청했다가, 세 학교가 포기했다. 용남고와 인일여고만 남았다. 그런데 첫 주자 출발 5초 만에 인일여고도 레이스를 포기했다. 용남고는 최종 주자 양예빈까지 홀로 달렸다. 후일담이 전해졌다. 대회가 TV로 중계까지 되는데, 양예빈이 뛰면 이길 수 없으니 아예 포기한 경우가 있다는 거다. 학생인 선수들이 포기를 통해 무엇을 배웠을까. 다시 한번 푹스 선생님 말씀이다. 사람은 승리보다 패배를 통해 성장하고, 이기는 것만이 유일한 가치가 아니다. 이건 제가 드리는 말씀이다. 포기는 배추를 셀 때 쓴다.
 
장혜수 스포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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