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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검찰의 뇌물 수사 원천봉쇄한 권력기관 개혁안

어제 당·정·청이 발표한 ‘권력기관 개혁 협의안’은 검찰이 사실상 뇌물 등 공직자 비리 수사를 못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검찰이 고위 공직자는 물론이고 일반 공무원의 비리도 손대지 못하게 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3급 이상은 공수처가, 검찰은 4급만
금액으로 수사대상 한정도 비상식적

개혁안은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을 공직자 범죄와 부패·경제·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가지 범죄로 한정하기로 했다. 이미 올 초 개정된 검찰청법에도 같은 내용이 명시됐다. 그런데 당·정·청은 범죄 유형을 넘어 수사 대상도 제한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공무원 범죄의 경우 4급 이상만 검찰이 수사하고 나머지는 경찰에 맡기는 식이다. 이미 3급 이상 공무원의 공무상 범죄는 신설되는 공수처가 맡게 돼 있다. 결국 한 부서에서 여러 명이 뇌물을 받아도 국장급 이상은 공수처가, 사무관 이하는 경찰이, 4급인 신참 과장과 서기관만 검찰이 나눠서 하는 희한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많은 공직자 비리 수사가 하급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단서를 잡아 상부로 확대하는 현실도 외면한 방안이다.  
 
또 국회의원의 경우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지만, 의원실 관계자 중에는 4급 보좌관 2명만 검찰의 수사 대상이고 나머지는 수사 대상에서 벗어나게 된다. 적어도 국회의원에 대해선 검찰이 수사의 실마리도 찾을 수 없게 되는 셈이다.
 
검찰 수사 대상을 뇌물 금액 3000만원 이상으로 한정하는 것도 비상식적이다. 수사 개시 단계에 뇌물 액수를 가늠하기 어렵다. 얼마 전 집행유예로 풀려난 유재수 전 금융위 국장도 여러 차례 받은 금품이 모여 4000만원 넘는 뇌물 혐의로 확정됐다. 3000만원 기준이 생기면 수사 대상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어 사실상 수사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공무원들이 흔히 저지르는 뇌물 유형이 기업인으로부터 신용카드를 받아 사적으로 쓰거나, 소위 떡값 형태의 용돈을 받아 쓰는 것인데 이런 범죄를 사실상 수사하지 말라는 의미가 된다.
 
수사 대상과 범위를 한정하는 것은 검찰청법과 충돌한다. 그런데 하위 법령인 법무부령을 통해 강행하겠다는 당·정·청의 발상이 놀라울 따름이다. 검찰로부터 수사를 넘겨받게 될 경찰의 국가수사본부 신설 법안은 20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통과가 안 돼 자동 폐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법무부령부터 덜컥 고치면 부패와 공직자 범죄 수사에 큰 구멍이 뚫릴 수밖에 없다.
 
그동안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이 저지른 전횡으로 인한 폐해가 막대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검찰도 직접 수사를 줄이고 적절히 경찰에 넘기는 것에 동의했다. 하지만 범죄 유형이 아니라 대상자의 직급과 범죄 금액으로 수사 주체를 구분하는 것은 비효율만 초래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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