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서소문 포럼] 부자 옥죄기의 부메랑

이상렬 콘텐트제작 Chief 에디터

이상렬 콘텐트제작 Chief 에디터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 아파트값이 50퍼센트 이상 오른 것(경실련 발표)은 비극이다. 쉽게 말해 6억짜리 집이 3년 새 9억이 됐다. 아파트 보유자라고 좋은 게 아니다. 생활여건이 조금 더 나은 동네, 좀 더 넓은 평수로 옮겨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12·16대책과 6·17대책으로 이런 용도의 은행 대출이 봉쇄됐다. 평범한 사람들은 거주 이전의 자유를 누리기 어려워졌다. 무주택자의 절망감은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금수저’가 아닌 이상 서울 아파트는 자력 장만이 어려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정부는 ‘이생집망’(이번 생에서 집 사기는 망했다)의 비명에 책임을 져야 한다.
 

과격한 규제가 집값 폭등의 불씨
징벌적 과세, 주택시장 퇴로 차단
부자증세 경기회복에 도움 안돼

전월세값은 또 어떤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56주 연속 상승했다. 간단히 말해 3년 전보다 1억~2억원 이상이 뛰었다. 전세 사는 이들에겐 날벼락이다. 보통 봉급쟁이는 일 년에 1000만원 모으기도 버겁다. 결국 평수를 줄이거나 외곽으로 나가거나 돈을 빌려야 한다. 1억원을 빌릴 수 있다 해도 이자만 수백만 원이 나간다. 그만큼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부동산 정책 대실패가 국민들의 삶의 질을 전방위적으로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패착 중 하나가 부동산 세금의 징벌적 과세다. 전문가들은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보유세를 올린다면 거래세를 낮춰야 한다고. 그런데 정부는 보유세(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인상은 물론 거래세(양도소득세와 취득세)부담까지 높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 초 신년 기자회견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양도세는 일종의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이기 때문에 더 낮추는 것은 국민 정서에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보유세와 거래세 동반 상승은 시장을 질식시킨다. 퇴로가 막힌 집주인들은 매매 대신 증여를 택했다. 7·10대책 후 서울 지역 집합건물(대부분이 아파트) 하루 평균 증여는 5배 증가했다. 일찍이 보지 못한 현상이다.
 
서소문포럼 7/28

서소문포럼 7/28

징벌적 세금으로 매물이 쏟아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집값은 벼락같이 뛰었다. 이쯤 되면 부동산 정책이 불로소득 환수를 목표로 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질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여권이 벤치마킹했다는 싱가포르를 포함해 다른 나라에서 보유세와 거래세를 동반 인상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아무리 못마땅해도 징벌적 과세의 부작용이 효과를 능가하면 수정하는 게 상식에 맞다.
 
특정 계층이 이익을 독차지하는 것을 용납 못 하겠다는 사고방식, 그것을 정책 우선순위의 윗자리에 올려놓는 것은 현 정권의 뿌리 깊은 특징이다. 도심의 용적률 완화, 그린벨트 해제 사안도 마찬가지다. 규제를 풀었다가 집값이 뛰어 개발이익을 소유주가 가져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공급 확대를 통해 집값이 안정되는 효과는 뒷전이다. 부자·자산가 찍어누르기가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목표보다 중요하다는 것인가.
 
정부는 강남 집값을 잡겠다며 과격한 규제를 쏟아냈다. 강남 4개 동을 토지거래허가제로 묶고,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 2년 이상 실거주 요건을 부과했다. 그러나 토지거래허가제는 ‘집값 급등 정부 보증’ 효과를 내 강남 일대 집값을 또다시 폭발적으로 끌어올렸다. 재건축단지 실거주 요건은 집주인들의 복귀를 촉발해 전세 품귀와 전셋값 폭등의 불씨가 됐다. 정부가 역효과를 알고도 그런 조치를 내놨을 리는 없을 테니 지독한 무능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빗나간 화살은 애꿎은 중산층·서민들을 다치게 했다.
 
증세 논의는 예상했던 대로 부자 증세로 결론 났다. 인상되는 소득세 최고세율(45%)이 미국(37%)·캐나다(33%)를 능가하고, 일본·프랑스·독일·영국과 같아진다는 소식은 달갑지 않다. 한국이 과연 주요 7국(G7)만큼, 심지어 미국보다 8%포인트나 높게 부자들에게 소득세를 매길 상황인가. 정부는 증세 대상이 상위 0.05%, 1만1000명이라는 수치까지 제시하며 부자 증세 비판을 희석하려 한다.
 
그러나 아무리 소수 부자를 겨냥한 것이라 해도 과중한 세금은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경기를 주저앉히는 후유증을 부른다. 반대로 성공적인 경기 회생엔 늘 세금 인하가 역할을 했다. 홍콩은 가벼운 세금(소득세 최고세율 15%)으로 세계 각국의 인재와 돈을 유치했다.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에 시달리던 미국을 구해낸 레이거노믹스의 핵심 역시 과감한 세금 인하였다.
 
경제 운용의 핵심 기조가 더 이상 부자 옥죄기여선 곤란하다. 그 부작용은 시장에 전가되고, 결국 약자들을 더 힘들게 한다. 지난 3년간 한국 경제가 톡톡히 겪었던 일이다.
 
이상렬 콘텐트제작 Chief 에디터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