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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영양소를 마약으로 착각한 과테말라 빈민촌 엄마

기자
허호 사진 허호

[더,오래] 허호의 꿈을 찍는 사진관(19)

과테말라의 수도 과테말라시티 인근의 쓰레기 매립장. 컴패션은 전 세계 쓰레기 매립장 인근에서 자주 보인다. 쓰레기 매립장에서 버려지는 물건으로 살아가는 주민들과 그들의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사진 허호]

과테말라의 수도 과테말라시티 인근의 쓰레기 매립장. 컴패션은 전 세계 쓰레기 매립장 인근에서 자주 보인다. 쓰레기 매립장에서 버려지는 물건으로 살아가는 주민들과 그들의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사진 허호]

 
올해 코로나19로 어린이의 면역력 강화가 절실해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다행히 한국암웨이 미래재단이라는 곳에서 면역력에 좋은 미량영양소를 후원해 과테말라 전 지역 29개 컴패션 어린이센터에 공급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2년 전 시범적으로 공급한 영양소인데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이지요. 그 보고하는 자리에 저도 있었습니다.
 
당시를 떠올리면 먼저, 눈을 따갑게 하고 코가 매워지는 먼지와 분진이 생각납니다. 쓰레기 매립장 때문입니다. 쓰레기를 매립하는 장소가 의미하는 것은 쓰레기를 주워서 생활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고, 이는 컴패션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집 구할 돈도 생계도 막막한 사람들이 쓰레기 매립장 인근에 몰려 살게 된 것이죠. 매립장에서 나온 쓰레기로 얼기설기 지어진 집들이 보입니다. 그 집에서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라죠. 영양소가 잘 공급되고 있는지 보려고 간 어린이센터 중 한 곳도 그 인근에 있었습니다.
 
처음 한국컴패션은 영양소를 후원받았을 때, 수혜 대상국을 쉽게 찾을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합니다. 의외로 수혜국의 답변은 거절이었습니다. 수혜 대상자를 위해 체계적으로 돌아가고 있던 기존 양육 프로그램에 새로운 프로그램을 넣어야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영양소를 준다는 의미는 이러했습니다. 월령이나 연령, 개별적 영양 상태에 맞춰 적정량을 적정한 시기에 먹이려면, (대부분 빈민가 엄마는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를 가르치고 관리하고 감독하는 일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이를테면 배급을 위한 행정 프로그램이죠. 과테말라컴패션도 처음에는 거절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자국의 영유아 영양 상태가 워낙 심각했기에, 힘겹더라도 노력해보자며 과테말라컴패션이 영양소를 공급받기로 하였습니다. 
 
영양소를 공급받은 한 어린이의 엄마가 아이가 얼마나 건강해졌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건강해진 아이를 보는 엄마의 표정에는 자신감과 기쁨이 가득했다.

영양소를 공급받은 한 어린이의 엄마가 아이가 얼마나 건강해졌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건강해진 아이를 보는 엄마의 표정에는 자신감과 기쁨이 가득했다.

 
그런데 시범 단계로 20개 어린이센터에 영양소를 공급하려고 보니,  반발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마약 때문이었습니다. 영양소와 마약이 무슨 상관이 있나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는데, 나라 자체가 마약이 성행하다 보니 엄마들이 약 자체에 대한 거부반응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이 영양소는 가루 형태였습니다. 그래서 배급 행정 프로그램에 인식 개선을 위한 추가적인 행정이 필요했습니다. 시간과 노력을 들인 결과, 엄마들이 컴패션을 믿기로 했습니다. 기관 사람들과 관계가 돈독했고 그들을 통해 자신의 아이들이 지속해서 혜택을 받아온 덕분입니다. 제가 갔을 때는 그 1년 동안의 보고 자리였습니다. 키와 몸무게, 혈액검사를 통해 영양소의 효과를 보여주는 자리였지만 역시 실제 수혜자들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한 아스트리드라는 씩씩하고 건강한 아이는 놀랍게도 태어날 때부터 폐렴을 앓고 있었고, 영양실조로 1년 9개월이 되기까지 걷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고통 때문인지 언제나 울곤 했는데 지금은 매우 활발한 여자 어린이라고 했습니다. 켈렉스라는 남자아이는 머리카락이 자라지 않고, 잘 움직이지 못해 고민이었는데 영양소를 섭취한 후에는 잘 걸을 수 있게 됐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아이들이 음식을 잘 먹지 못하거나 머리카락이 가늘고 피부가 거칠고 짜증을 잘 부리는 이유로 양양 실조를 생각하지 못하지만, 이 엄마들에게는 늘 숙제처럼 안고 가는 이야기였습니다. 아이들 얼굴에 생기가 돌고 발육이 정상화되면서 엄마들 은 삶의 활력과 자부심도 같이 커진 듯했습니다. 자녀 사랑하는 마음은 빈부를 떠나 국적과 상관없이 우리네와 전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집마다 달력이 있길래 용도를 물었다. 중요한 것은 영양소 공급이 아니라, 꾸준히 먹는 것 그리고 아이마다 다른 영양과 신체 상태에 따라 먹는 주기와 적정량을 확인하고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이었다. 모두 수고로이 사람의 손을 타는 일이다.

집집마다 달력이 있길래 용도를 물었다. 중요한 것은 영양소 공급이 아니라, 꾸준히 먹는 것 그리고 아이마다 다른 영양과 신체 상태에 따라 먹는 주기와 적정량을 확인하고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이었다. 모두 수고로이 사람의 손을 타는 일이다.

쓰레기 매립지의 거주지에서 또 한 가지 인상적인 게 있었습니다. 동네는 굉장히 낙후되었는데 체계적으로 잘 돌아가고 있다고 느껴지는 작은 병원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그 병원 원장이 과테말라에서 그야말로 잘 나갈 수 있었던 의사라고 들었습니다. 20여년 전 처음에는 이 쓰레기 마을에 의료 봉사를 왔던 사람이었는데 (그 의사 외에는 병원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었다고요) 17년 전쯤 아예 자그마한 병원을 세워 지역 주민을 돌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 현지 엄마들을 설득하고 제대로 된 영양소 보급에 각고의 노력을 해줬다고 했습니다. 마치 그를 중심으로 동네가 성장하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한 사람의 선한 영향력이 참으로 놀라웠습니다.
 
우간다로 기억하는데, 에이즈에 걸린 한 엄마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에이즈 치료제는 매일 꼬박꼬박 먹어야 효과가 있는데 목숨이 걸린 일인데도 생계를 책임지다 보니 힘들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비타민제 하나만 먹는다 해도 종종 까먹고 정기적으로 먹기가 쉽지가 않은데 이들은 어떻겠어요. 그것을 습관으로까지 만들어 주기 위해 컴패션 어린이센터 선생님이 얼마나 열심이었는지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또 다른 (에이즈 아닌) 십대 엄마한테 들은 적이 있는데 아기가 배고프니까 어떻게든 해주고 싶은데 모유 수유도 시킬 줄 몰랐다는 겁니다. 그것을 어린이센터에서 배웠다고 하더라고요. 분유 한 통을 받아도 자기 애한테 어떻게 적당하게 먹여야 하는지 모르니 배워야 하는 거죠. 그래서 정기적으로 만나고 체크하고 모니터링하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예전에는 어떤 단체가 물품을 기부했다, 또는 우물을 파줬다 그러면 ‘좋은 일 하셨네’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물품이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해지는지, 펌프가 고장 안 나게 관리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마음이 전달되려면 사람 손이 필요합니다. 그게 작디작고 여린 어린 생명을 위한 거라면 더더욱 그렇더군요.
 
사진작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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