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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수도이전 반대하진 않았다"…달라진 수도권 정계

“서울시장 궐위 상황인지라…”
정치권에서 '수도 이전'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를 비롯한 수도권 의회와 기초단체장들이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각자 셈법에 따라 몸 사리기에 들어갔다. 2000년대 초반 행정수도 이전 당시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반대 서명운동을 벌였던 당시와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서울시, "시장 궐위중…논의 필요" 입장
기초의회도 '민주 압도'…"반대 못할 것"
"행정 수도 이전 찬성" 커지는 목소리들

 
 26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수도권 의회와 단체장 사이에선 "수도 이전 문제는 민감한 사안으로 논의가 필요하다"면서도 "균형 발전을 위한 분산이 필요하다"는 찬성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여당이 국회 의석을 차지한 것처럼 기초 의회 역시 여당이 장악한 상황에서 수도 이전 반대 목소리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 정치권에서 '수도 이전'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수도를 이전해 수도권 과밀화문제를 해소하고, 집값을 안정시키자는 것이다. 26일 장마가 소강상태에 접어들며 모처럼 서울 하늘이 맑개 갰다. 김상선 기자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 정치권에서 '수도 이전'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수도를 이전해 수도권 과밀화문제를 해소하고, 집값을 안정시키자는 것이다. 26일 장마가 소강상태에 접어들며 모처럼 서울 하늘이 맑개 갰다. 김상선 기자

서울시 "논의 필요…박원순 전 시장 반대 입장은 아냐"

 거주 인원이 1000만명을 넘어가는 서울시는 '수도이전' 문제에 대해 공식 언급을 꺼렸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날 "시의 공식입장은 아니지만, 수도이전 관련한 논의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공공기관 이전 문제에 대해 박원순 전 시장 시절에는 굳이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었다"는 설명도 보탰다. 현재 여권을 중심으로 다시 불거진 수도 이전 이슈에 대해 서울시장 궐위 상황이 아니었다면 반대할 상황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이다. 
 
 서울시 안팎에선 내년 4월 보궐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행정1부시장)을 중심으로 공식 입장을 내놓기도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장이 공석인 상황에선 앞선 박 전 시장의 기조에 따라 "논의가 필요하다"는 정도의 소극적 입장만 내놓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관계자 또한 "의견을 개진해야 할 서울시장이 궐위 중인 데다 국회 차원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모양새여서 상황을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2004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행정 수도이전과 관련한 헌법재판소 결정을 지켜보고 있다. [중앙포토]

2004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행정 수도이전과 관련한 헌법재판소 결정을 지켜보고 있다. [중앙포토]

 
 과거 행정수도 이전이 추진된 2003년 노무현 정권 시절, 서울시는 완강한 반대 입장을 보였다. 당시 서울시 경영기획실을 중심으로 행정수도 이전 반대 보고서를 냈고, 서울시의회는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위헌'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당시 서울시는 보고서를 통해 "수도 이전 비용만도 100조~120조원에 달한다”며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다는 명분이라면 충청권이 아닌 호남권으로 이전해야 하며, 수도 이전으로 수도권 과밀현상 해소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커지는 "찬성"…"서울로 권력 집중, 집값 상승 요인"

 경기도의회는 "입장을 정리하는 단계"라며 직접적인 언급을 꺼렸다. 인천시의회도 "구체적으로 당 입장을 정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수도권에서 확보한 기초의회 의석이 워낙 많다 보니 수도 이전을 반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현재 수도권 기초의회 구성을 따져보면 민주당 소속 의원이 압도적으로 많다. 서울시의회만 해도 의석 110개 가운데 102개가 민주당 소속인 가운데 미래통합당은 6명에 불과하다. 경기도의회 역시 의원 141명 가운데 민주당 132명, 통합당 5명 수준이다. 인천시의회도 의원 37명의 가운데 민주당이 34명, 통합당이 2명이다.  
 
 이에 대해 김종인 인천시의회 민주당 원내대표는 "그간 권력이 서울시로 집중되면서 집값 상승 등 요인이 생긴 것은 맞지 않느냐"며 "중앙집권체제 분산과 세종시 이전에 대한 부분 등에 대해선 중앙당과 뜻을 같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한 분산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중앙당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일부 반대하는 의원도 있겠지만 대부분 중앙당 입장에 찬성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시 전경. [중앙포토]

세종시 전경. [중앙포토]

 
 이동진 서울 구청장협의회 회장(도봉구청장)도 '사견' 임을 전제로 수도 이전 문제에 긍정적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 회장은 "헌법개정이라는 큰 틀을 놓고 한 번 볼 필요가 있다"며 "행정수도 이전 문제와 5년 단임제, 자치분권 문제 등이 시대 흐름에 맞게 개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의 입장에선 청와대, 국회가 다 이전하면 공동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인식이 있지만, 미국 뉴욕과 워싱턴 관계를 보면 행정 기능이 이전한다고 해서 서울의 기능이 공동화한다고 이야기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일찌감치 수도 이전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혔다. 그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수도권 집중은 우리나라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며 "국토 균형 발전과 자치분권 면에서 중요하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깊이 한 번 생각해볼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2 행정수도' 가능성도 언급했다. "제2 청와대를 만들어 거기서 주로 업무를 보게 되면 현실적으로 행정 중심이 된다"는 주장이다. 그는 "제2 행정수도로 수요를 옮겨놓으면 수도권 수요가 많이 줄고, 공급이 늘어 부동산 문제에도 근본적인 대처 방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현예·최모란·허정원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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