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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 분해, 반려견 사료로 사용…동애등에는 ‘신의 선물’

‘그린 뉴딜’ 곤충산업의 재발견

지난해 6월 농촌진흥청 주관으로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곤충식품 페스티벌 및 심포지움’ 참석자들이 식용곤충으로 만든 다양한 음식을 시식하고 있다. [사진 농촌진흥청]

지난해 6월 농촌진흥청 주관으로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곤충식품 페스티벌 및 심포지움’ 참석자들이 식용곤충으로 만든 다양한 음식을 시식하고 있다. [사진 농촌진흥청]

“파리처럼 생겼지만 사람에게 좋은 일만 하고 죽는 곤충이에요”
 

사료용 곤충 농장 가보니
동애등에, 파리 비슷하지만 익충
유충 1마리가 2~3g 음식물 분해
70억 마리 키워 세계 선두 다퉈

일반 사료보다 질병 저항력 탁월
강아지·광어·닭 등 먹이로 인기

기업형 곤충 농장을 운영하는 (주)CIEF 이종필 회장(73)은 ‘동애등에’(검은병정파리) 예찬론자다.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이라는 표현까지 할 정도다. 몸길이 1~2cm로 파리목에 속하는 이 곤충은 이 회장 말처럼 파리와 거의 흡사한 모양새를 하고 있지만 사람에게 전혀 피해를 주지 않는 대표적 익충(益蟲)이다. 이 회장은 “곤충산업이야말로 4차 산업, 특히 그린 뉴딜에 어울리는 미래산업”이라고 말한다. 30년 동안 기아자동차 등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던 그는 2003년 정년퇴직 후 우연한 기회에 동애등에에 관한 이야기를 전문가에게서 들었다. 이 회장은 동애등에에 대한 다양한 자료를 수집하고 공부했다. 2008년 그는 퇴직금 등 자신의 사재를 털어 동애등에 대량 사육을 위한 본격적인 실험에 들어갔다.
 
“동애등에는 조건이 잘 맞지 않으면  알을 잘 낳지 않거나, 알을 낳더라도 무정란을 낳습니다. 수년간 70여 차례에 걸쳐 다양한 테스트를 한 끝에 대량 사육 기술을 얻었습니다.”
 
대량사육 기술을 얻은 후 그는 2016년 370억원 정도를 들여 전북 김제시 백산면 지평선산업단지에 대규모 곤충 농장(공장)을 만들었다. 현재는 동애등에 70억 마리를키우는 단일 곤충 사육으로는 세계에서 1, 2위를 다투는 규모의 농장이 됐다. 대지 5만2800m²(1만6000평)에 사육하는 건물 면적이 9900m²(3000평)에 달한다.
  
사료 곤충 농가 200곳, 1년 새 2배 늘어
 
음식물 쓰레기를 먹고 있는 동애 등에 유충. 김성태 객원기자

음식물 쓰레기를 먹고 있는 동애 등에 유충. 김성태 객원기자

그가 동애등에를 미래산업이자 친환경 산업으로여기는 데는 이유가 있다. 동애등에가 인간에게는 전혀 해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음식물쓰레기 분해에 엄청난 능력을 발휘하는 곤충이기 때문이다.
 
동애등에는 성충으로 사는 2주 동안을 포함해 수명이 40일 안팎이다. 이 중 애벌레 시기인 14일 동안 하루에 2~3g의 음식물쓰레기를 분해한다. 애벌레 5000마리만 있으면 음식물쓰레기 10㎏을 3~5일에 80% 이상 분해할 수 있다고 한다. 이 회장이 사육하는 동애등에 70억 마리로는 하루 30여t의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다. 음식물쓰레기 분해 후 나오는 부산물인 동애등에 분변토는 천연비료로 사용할 수 있다. 또 유충과 번데기, 성충은 다양한 동물의 사료 원료로 이용된다. 한마디로 버릴 게 하나도 없는 곤충인 셈이다.
 
이 회장은 “서울 송파, 경기도 양주 등에서 건조한 뒤 파쇄한 음식물쓰레기를 대량으로 들여와 동애등에의 먹이로 준다”며 “제주도, 경남 거제시 등에도 음식물쓰레기 처리를 위한 사업제안을 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특히 “제주도나 남해안처럼 양식업을 하는 지역에 많이 쓰는 생사료가 썩어 바다로 흘러가는 등 환경 오염 우려가 크기 때문에 동애등에 사육 산업이 더 커지면 이런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도 했다.
 
동애등에는 음식물쓰레기 처리뿐 아니라 닭, 돼지, 넙치(광어), 강아지 등 다양한 동물의 고급 사료 원료로도 최근 떠오르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해부터 동애등에를 넙치용 곤충 배합사료로 만들어 양식장에 120여 곳에 보급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일반 생사료보다 동애등에 배합사료가 영양가도 높고 질병 저항력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립수산과학원 연구 결과 일반 배합사료와 비교해 동애등에가 함유된 곤충 배합사료를 먹인 넙치의 중량이 17%, 생존율은 20%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반려견 사료도 앞으로 곤충을 원료로 한 것으로 점차 대체될 전망이다. 충북 청주에 있는 (주)엔토모는 동애등에 반려견 사료를 만드는 대표적 사회적 기업이다. 농촌진흥청으로부터 관련 기술을 이전받은 이 회사는 동애등에 단백질 49%가 들어간 반려견 사료를 생산하고 있다. 동애등에 유충은 고품질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으면서도 천연 항생제인 항균 펩타이드가 풍부하여 반려동물의 알레르기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 회사는 아마존을 통해 판로를 확보하면서 별 5개 수출기업으로도 인정받았다. 이처럼 동애등에를 이용한 사료 사업은 최근 뚜렷한 성장세를 보인다. 남성희 농진청 곤충산업과장은 "기업형 농장뿐 아니라 중·소규모 농장이 지난해 100가구에서 올해 200여 가구로 늘었다”고 했다.  
  
빌 게이츠도 남아공 농장에 큰돈 지원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도 동애등에에 주목했다. 2008년 설립된 영국 사료업체인 애그리프로테인은 빌게이츠재단으로부터 1000만 달러를 지원받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가축과 애완견 사료에 쓸 동애등에 사육 농장을 세웠다. 이 회장은 “2018년 초 애그리프로테인 회사 관계자가 우리 농장을 방문해 사업 협력을 제안한 적이 있다”면서 “하지만 외국 회사보다는 국내 업체나 농가와 협력해 동애등에 사육을 활성화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엔 유엔 월드뱅크 아프리카 사업단이 동애등에 사육 농장을 직접 방문했다고 한다. 당시 사업단 관계자는 엄청난 규모의 사육 시설에 놀라워했고, 사육기술, 기능성 물질 연구 성과에 큰 관심을 표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미래 산업으로서 가능성은 무궁무진 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고 했다. 이 회장의 얘기다.
 
“2016년 공장을 세우기 시작해 3년이 지나서야 겨우 대량 사육체제를 갖췄어요. 사료 등 제품으로 출시하기 위해 허가를 받는 데만 2년이 걸렸고요. 그동안은 적자 상태일 수밖에 없는데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으려고 하면 재무제표가 항상 걸림돌로 작용해요. 당국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합니다.”
 
한국 곤충산업 찾은 월드뱅크, 아프리카 식량난 ‘SOS’
지난해 12월 도르테 버너(오른쪽 둘째) 담당관 등 월드뱅크 아프리카팀이 김경규 농진청장을 만나 아프리카 기아 해결을 위한 프로젝트를 논의했다. [사진 농촌진흥청]

지난해 12월 도르테 버너(오른쪽 둘째) 담당관 등 월드뱅크 아프리카팀이 김경규 농진청장을 만나 아프리카 기아 해결을 위한 프로젝트를 논의했다. [사진 농촌진흥청]

지난해 12월 9~11일 유엔 산하 기구 중 하나인 월드뱅크 아프리카팀이 한국을 방문했다. 곤충산업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한국의 곤충산업 육성정책, 곤충 R&D 추진성과 등을 면밀히 살폈다. 또 전북 김제의 동애등에 사육 농장인 CIEF(이종필 회장), 담양고소애, 장수백만돌이, 한미양행과 같은 곤충 사육 농가와 업체 등 현장 방문에서도 깊은 인상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남성희 곤충산업과장은 “월드뱅크 관계자들은 우리나라 곤충 산업 현황과 관련해 이구동성으로 ‘월드베스트’라고 했다”면서 “이들은 아프리카 기아문제 해결에 한국의 곤충 산업이 큰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 과장에 따르면 농진청 곤충산업과는 지난해부터 월드뱅크 아프리카 담당관 등과 긴밀히 협조하며 아프리카 기아 해결 프로젝트를 논의해 왔다. 월드뱅크 아프리카지역의 기아 해결 프로젝트를 이끄는 도르테 버너 담당관은 “한국이 곤충을 대량으로 사육하고 가공, 유통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경험을 갖고 있다”면서 향후 한국과의 협력 필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고 한다. 오는 9월쯤 남수단 지원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케냐, 말라위, 짐바브웨 프로젝트가 순차적으로 기획, 시행될 예정이다. 농진청은 이들 아프리카 대상 국가에 대한 교육, 시설구축, 곤충 생산·사육 기술을 전수할 예정이다.
 
유엔이 곤충산업에 큰 관심을 갖는 이유는 기후환경 변화의 시대를 적절하게 대비하기 위한 핵심 키워드가 바로 곤충이기 때문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2013년부터 진행한 세계 식용·사료 곤충에 대한 연구·조사결과를 보면 1kg의 단백질을 얻기 위해 소는 10kg의 사료를 먹어야 한다. 반면 곤충은 1.7kg의 사료만 먹어도 될 정도로 생산성이 우수하다. 또 소와 곤충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물 사용량 비율도 각각 2850:1과 1500:1일 정도로 친환경적이다. 이런 이유로 FAO는 식용곤충을 ‘작은 가축’이라고 부르며 세계 각국이 미래에 처할 식량난을 해소할 자원으로 내다보고 있다.
 
고성표 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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