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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박진영이 일으키고 있는 일본의 4차 한류 열풍

기자
양은심 사진 양은심

[더,오래] 양은심의 도쿄에서 맨땅에 헤딩(46)

“한국어에 이런 글자 있어?”
“응! 있어.”
“한국어 가르쳐 줄래?”
“응, 그래.”
 
요즘 일본의 어느 중학교 교실에서 벌어지는 광경이다. 그 반에 딱 한 명 있는 한국인 여학생은 급우들에게 한글을 가르쳐주기에 바쁘다. 이런 장면이 연출된 배경에는 JYP의 박진영이 심사를 맡은 ‘Nizi Project(무지개 프로젝트)’가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데뷔한 걸그룹 니쥬(NiziU)의 인기가 뜨겁기 때문이다.
 
요즘 일본의 어느 중학교 교실에서 벌어지는 광경이다. 딱 한 명 있는 한국인 여학생은 급우들에게 한글을 가르쳐주기에 바쁘다. [사진 pxhere]

요즘 일본의 어느 중학교 교실에서 벌어지는 광경이다. 딱 한 명 있는 한국인 여학생은 급우들에게 한글을 가르쳐주기에 바쁘다. [사진 pxhere]

 
한일관계가 빙하기에 접어든 것과는 정반대로 지금 일본에서는 ‘4차 한류 붐’이 일고 있다. 2003년에 방송된 ‘겨울 연가’가 중년 이상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2차·3차를 젊은 여성들이 이끌었다면, 4차 붐은 젊은 여성층만이 아니라 그 부모 세대까지 끌어들였다. 코로나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며 넷플릭스 가입자가 늘어났고, ‘사랑의 불시착’과 ‘이태원 클라쓰’가 드라마 부문 톱10의 1위와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설마 내가 한국 드라마에 푹 빠질 줄은 정말 몰랐다”고 말하는 중년 남성 팬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드라마 이야기가 아니다. 4차 한류 붐을 이야기하는 데 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JYP의 박진영’이다. 드라마가 ‘스토리와 대사’로 팬을 매료시킨다면, 박진영은 그 자신의 철학과 언어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때로는 일본어로 때로는 한국어로 전해지는 메시지는 중고생뿐만 아니라 어른까지 통틀어서 감동하게 했다.
 
‘Nizi Project’는 코로나 시대에 일본의 안방에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했다. 글로벌 걸그룹 탄생을 목적으로 JYP와 소니뮤직이 진행했고, 비디오 웹사이트 ‘hulu’에서 방송되었다. 일본 8개 도시와 미국의 2개 도시에서 개최한 지역 예선에는 1만 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 지역 예선에서 26명, 도쿄 합숙에서 14명이 합격했다. 그중 13명이 6개월간 진행되는 서울 오디션에 참가하여 최종적으로 9명이 선발되었다. 그룹명은 니쥬(NiziU). 데뷔곡은 ‘Make you happy’이다.
 
이 오디션은 지상파인 니혼(日本)테레비의 ‘슷키리(スッキリ)’라는 아침 방송에서도 꾸준히 소개되어 K-POP에 관심이 없던 사람까지 끌어들이며 큰 화제를 모았다. 화제를 모은 이유 중 하나가 프로듀서 박진영의 주옥같은 말이다. 10대 참가자들을 위한 조언이 그 부모 세대의 마음까지 흔들어놓은 것이다. 슷키리 진행자들이 감동한 나머지 눈물을 짓는 장면도 종종 있었다. 시청자들은 ‘J.Y.Park’, ‘팍상(パクさん)’의 팬이 되어갔고, ‘모치고리(餅ゴリ,떡(餅)을 좋아하는 고릴라)’라는 닉네임이 붙여질 정도이다.
 
‘Nizi Project’는 코로나 시대에 일본의 안방에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했다. 글로벌 걸그룹 탄생을 목적으로 JYP와 소니뮤직이 진행했고, 비디오 웹사이트 ‘hulu’에서 방송되었다.[사진 JYP엔터테인먼트]

‘Nizi Project’는 코로나 시대에 일본의 안방에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했다. 글로벌 걸그룹 탄생을 목적으로 JYP와 소니뮤직이 진행했고, 비디오 웹사이트 ‘hulu’에서 방송되었다.[사진 JYP엔터테인먼트]

 
어느 날 박진영은 참가자들을 모아놓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시작했다. 물론 일본어였다. 그의 일본어 실력은 회를 거듭할수록 유창해졌다. 참가자에게 바라는 것은 노래와 댄스의 실력만이 아니다. 그 이상으로 훌륭한 인성이다. 그는 훌륭한 인성을 갖추고 세상에 선한 영향을 주길 바란다며, 다음 세 가지를 실행해 달라고 당부한다. 진실, 성실, 겸허. 이 세 가지는 JYP가 추구하는 가치라고 한다.
 
“진실이란, 숨길 것이 없는 사람이 되라는 말입니다. 카메라 앞에서 할 수 없는 말이나 행동은 카메라가 없는 곳에서도 절대로 하지 마세요. 조심하는 게 아니라 조심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성실이란, 자기와의 싸움입니다. 매일 해야 하는 것을 하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을 채찍질해 노래 연습, 댄스 연습, 어학 공부 등을 계속하다 보면, 그것이 쌓여 여러분의 꿈을 실현시켜 줄 것입니다.”
 
“겸허란, 말과 행동의 겸허가 아니라 마음의 겸허를 뜻합니다. 자기의 부족한 점을 인식하고, 옆 사람의 단점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장점만을 보고, 진정으로 감사하는 것입니다.”
 
박진영의 철학을 구체적인 말로 접하며 참가자들은 더 진솔해졌고, 스스로와의 싸움에 매진했다. 그가 마지막까지 강조한 것은 인성이었다.
 
‘Nizi Project’처럼 참가자 개개인을 진지하게 대하는 오디션이 있었을까 싶다. 나는 미국의 오디션 방송 ‘아메리칸 아이돌’의 팬이다. 특히 냉정한 심사로 유명한 사이몬 코웰의 팬이다. 씩 웃으며 말하는 그를 나는 ‘악마의 미소’라고 불렀다.
 
박진영은 사이몬 코웰 이상이지 싶다. 노력의 흔적이 보일 때면 환한 미소로 응원했고, 노력이 부족한 참가자에게는 재능을 꽃피우지 못할까 봐 절실하게 걱정했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는 걸 진정으로 느끼기 시작했고 재능을 꽃피우기 시작했다.
 
오로지 K-POP에 매료되어 스타를 꿈꾸어 온 일본의 10대 소녀들이 한국인 프로듀서에 의해 꿈의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스타성 심사에서 ‘미운 오리 새끼’를 낭독한 참가자가 있었다. 수줍어 보이는 그가 성장해 가는 모습은 나에게도 기쁨이었다. 9명의 백조가 부디 K-POP이란 날개로 전 세계를 날아다니길 바라마지 않는다. 그리고 일본에 사는 한국인으로서 박진영 씨에게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
 
한일출판번역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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