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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꽃길, 靑 뒤돌자 고난길…'우리 윤총장' 1년 돌아보니

윤석열 검찰총장이 오는 25일 취임 1주년 맞는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우리 윤 총장님"이란 말까지 들으며 화려하게 취임했지만 2년 임기 반환점을 맞는 처지는 녹록지 않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역대 두 번째로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을 발동했다. 윤 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은 '채널A 강요미수 의혹'에 휘말려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공들였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수사마저 검찰수사심의위원회로부터 "중단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여당은 "식물 총장"이라는 비판과 함께 연일 사퇴 압박을 이어나가고 있다.  
 
대내외 갈등에 주요 사건의 수사 정당성마저 흔들리면서 검찰 수장의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올랐다는 평가다. 검찰 안팎에선  "윤 총장의 지난 1년은 살아있는 권력을 상대로 엄정한 수사를 하면 검찰 조직에 어떤 불이익과 보복적 조치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모두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작은 '꽃길'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2019년 5월 25일 열린 검찰총장 취임식 참석을 위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행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2019년 5월 25일 열린 검찰총장 취임식 참석을 위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행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윤 총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우리 윤 총장님"이라고 불렀다. 그러면서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권력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자세로 엄정하게 처리해서 국민 희망을 받으셨는데 그런 자세를 앞으로도 계속해서 끝까지 지켜달라"고 했다. '정무적 감각이 부족하다'고 자평하던 윤 총장이 문 대통령의 취임사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 것인가. 취임 직후부터 검찰 수사의 칼날은 여권을 정면으로 향했다.

 

조국 수사로 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시작으로 청와대와 윤 총장의 갈등은 본격화됐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조국 전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이후 가족 비리·사모펀드 등의 의혹이 쏟아졌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지난해 8월 27일 30여곳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을 실시하며 조 전 장관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다. 조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를 코앞에 둔 시점이었다. 같은 해 9월 6일 인사청문회 당일에는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로 조 전 수석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전격 기소됐다.  

가족 비리와 감찰 무마 의혹 사건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3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족 비리와 감찰 무마 의혹 사건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3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논란에도 문 대통령은 조 전 수석을 법무부 장관으로 공식 임명했다. 이후 2주 뒤인 9월 23일에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법무부 장관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이 시작됐다. 조 전 장관은 수사가 진행 중인 지난해 10월 14일 결국 사퇴했다.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 사태 직후 윤 총장을 대면한 지난해 11월 5차 반부패협의회에서 "이제부터 과제는 윤 총장이 아닌 다른 어느 누가 총장이 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공정한 반부패 시스템을 만들어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을 향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문 대통령의 '우회적 경고'에도 검찰의 수사는 다시 한번 정권 폐부를 향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 2부는 지난해 11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착수 직후부터 검찰에서는 "수사결과에 따라 정권을 뿌리부터 흔들 수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수사가 시작되자 청와대 비서관들이 줄줄이 소환통보를 받았다. 검찰은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시도했다.
 

추미애 취임 후 고립무원  

추미애 장관이 1월 취임하면서 윤 총장의 고난의 행군은 본격화했다. 청와대서 "윤 총장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기류가 강해진 시기도 그 즈음이었다. 5선인 추 장관은 검찰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두 차례 보복 인사로 윤 총장의 수족이 잘려나갔다. 관례였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인사협의는 사라졌다. 2020년 상반기 검사장 인사로 대검 부장들이 전원 교체됐다. 이어진 중간간부 인사서도 총장 의사는 반영되지 않았다. 대검 감찰부장에 총장 의사와 무관한 인사가 배치됐다. 이달 중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는 검찰 인사로 윤 총장의 완전한 고립무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월13일 오후 부산고검을 찾아 당시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와 인사하고 있다. 윤 총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던 한 차장검사는 대검찰청 반부패부장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 수사 등을 지휘하다 부산고검으로 좌천됐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2월13일 오후 부산고검을 찾아 당시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와 인사하고 있다. 윤 총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던 한 차장검사는 대검찰청 반부패부장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 수사 등을 지휘하다 부산고검으로 좌천됐다. [연합뉴스]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은 2019년 7월 사법연수원 27기 검사 중 가장 먼저 검사장으로 승진했지만 지난 1월 부산고검 차장검사, 지난달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됐다. 지난 21일에는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사건'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됐다. 법무부와 대검에서는 한 검사장에 대한 감찰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사퇴압박 

취임 6개월 만에 지난 1월 검찰이 반대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국회를 통과됐다. 최근 청와대는 검경 수사권조정안의 세부 내용을 담은 관련 시행령 초안을 마련했다. 초안에는 검사의 수사 범위를 4급 이상 공직자로 대폭 제한하고, 중대 사건의 경우 법무부 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만 수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 안팎에선 "검찰 수사 독립성을 훼손했다" "검찰 수사권이 껍데기만 남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책임을 지고 윤 총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왔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019년 12월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이 2019년 12월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뉴스1]

4·15 총선에서 검찰 개혁을 주장한 더불어민주당이 180석의 압승을 거둔 후 윤 총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총선 이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됐던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수사도 '선거개입' 실체를 밝히지 못하고 흐지부지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발동으로 윤 총장은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졌다. 추 장관은 검찰청법 8조의 총장 지휘권을 발동했다. 윤 총장이 열려고 했던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사건 관련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취소하라고 지시하고 윤 총장을 사건 보고라인에서 배제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수사팀이 대검찰청 지휘·감독을 받지 말고 독립적으로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6월 30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윤 총장의 지휘 방침을 거부하며 공개 항명한 내용을 추 장관이 그대로 받아들여 윤 총장에게 지휘한 것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정치·외교·통일·안보에 관한 대정부 질문 동안 검찰 관련한 뉴스 댓글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정치·외교·통일·안보에 관한 대정부 질문 동안 검찰 관련한 뉴스 댓글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개별 사건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총장 지휘권 행사는 이번이 72년 헌정 사상 두 번째다. 2005년 노무현 정부 때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던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고 지시한 게 첫 사례였다. 김종빈 당시 검찰총장은 그 지시를 수용한 뒤 '검찰 독립성 훼손'을 항의하는 차원에서 사표를 냈다.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 이후 윤 총장이 "버텨야 한다"는 주장과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남은 1년의 임기 동안에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립, 조 전 장관 재판 결과 등에 따라 윤 총장은 끊임없이 사퇴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에서는 윤 총장이 법적 임기를 채워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하창우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윤 총장이 물러나면 법치주의가 무너지는 구도가 됐다"며 "검찰 조직뿐만 아니라 나라를 지킨다는 생각으로 임기 마지막 날까지버텨야 한다"고 말했다. 김한규 전 서울변호사협회 회장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을 포함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에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 수장이 물러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 좌고우면하지 않고 수사를 진행한 성과는 긍정적인 평가"라면서도 "검찰 수장으로서 비전이라든지 정체성을 앞으로 가져갈 것인지 깊이 있는 고민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사퇴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도 있었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초반에 특수부(현 반부패수사부) 검사들만 챙겨 검찰 전체를 아우르는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다른 검사 출신 변호사는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사태 이후 총장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장관의 지휘권에 문제가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사퇴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윤 총장이 떠날 때 문 대통령은 ‘우리 윤 총장‘을 무어라 지칭할까. 윤석열 앞에 놓인 1년이 그 이름을 정할 것이다.
 
정유진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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