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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어설픈 좌파는 민폐다

정재홍 국제외교안보에디터

정재홍 국제외교안보에디터

“우리 숲은 복원능력이 있다. 조림한 경우보다 더 빨리 더 건강하게 회복된다.(…) 이처럼 자연복원된 숲은 생태학적으로 건강하고 재앙에 대한 저항력과 복원성도 크다. 왜 무의미하게 막대한 돈을 쓰려고 하는가. 제발 내버려 둬라, 제발 손대지 말라. 제발 아무 일도 하지 말아달라.”
 

시간의 시련 이겨낸 제도·관행을
억지로 바꾸려다 부작용만 낳아
무리한 대북·부동산정책 그쳐야

김훈 작가의 『자전거 여행』 ‘강원도 고성’ 편에 나오는 정연숙 강원대 생명공학부 교수의 말이다. 정 교수는 2000년 4월 238㎢(여의도 면적의 82배)가 탄 동해안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해 강원도가 정부에 1200억원을 요청하자 인공조림보다 자연복원이 효과적이라며 인간의 개입에 반대했다. 실제 1996년 4월 여의도 면적의 10배가 탄 고성 산불 이후 사람의 손을 전혀 대지 않은 구역이 인공조림 구역보다 훨씬 더 빠르고 건강하게 숲의 꼴을 회복해가고 있다고 한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도입하려 할 때 명심해야 할 내용이다. 시장의 힘이나 시간의 흐름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에 정부가 섣불리 개입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바둑에서는 이를 자충수(自充手)라 한다. 자신의 수가 오히려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오는 걸 뜻한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대북 정책이나 부동산 정책이 자충수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반도 평화나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다는 정책이 국민을 더 불안하게 하고 부동산 시장을 더 교란했다는 비판이 나오기 때문이다.
 
서소문 포럼 7/23

서소문 포럼 7/23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회 개원식 축하 연설에서 “역대 남북 정상회담 성과들의 제도화와 사상 최초의 남북 국회 회담도 21대 국회에서 꼭 성사되길 기대한다”며 “남북관계의 뒷걸음질 없는 전진, 한반도 평화의 불가역성을 국회가 담보해준다면 한반도 평화의 추진 기반이 더욱 튼튼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연설은 북한이 한 달 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남한과의 협력을 전면 거부하는 가운데 나왔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 10일 담화에서 “조미수뇌회담과 같은 일이 올해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며 “(북·미 정상회담이) 미국 측에나 필요한 것이지 우리에게는 전혀 비실리적이며 무익하다”고 못박았다.
 
북한이 미국과도 대화하지 않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외교·안보 진용을 교체하며 남북 대화에 목을 매고 있다. 북한은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는데 우리 정부만 대화에 매달리니,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도대체 정부가 왜 저렇게까지 하나” 하고 의아해한다. 정부가 남북 대화에 나서려는 이유가 북한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권의 업적 쌓기용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상대방이 있는 게임에서 한쪽만 협상에 연연하면 그만큼 입지가 약해진다. 북한이 자기 입맛에 맞는 의제만 논의하겠다고 해도 감지덕지하며 대화에 나섰다간 비핵화는 멀어지고 안보 불안은 심해진다. 대화에 조급해하기보다 북핵 대비태세를 확고히 하는 가운데 대화의 때가 오길 기다리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22번의 대책이 나왔으나 시장 불안을 잠재우지 못했다. 집값 상승을 때려잡겠다며 규제를 쏟아냈지만, 집값은 치솟기만 했다. 집값을 안정시켜 내 집 마련을 돕겠다는 정부 의도는 선했을지 모르지만, 정책은 우격다짐으로 일관해 부작용만 키웠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보이지 않는 손’을 강조했다. 시장이 정부 계획보다 우월하다는 건 공산주의 몰락과 자본주의 승리에서 확인됐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현실을 외면한 채 이상론에 치우쳐 일을 벌이다 대북 정책이나 부동산 정책에서 모두 실패했다.
 
상황이 안 풀릴 때는 비틀스의 ‘렛 잇 비(Let it be)’ 가사처럼 시간의 흐름에 맡기는 지혜도 필요하다. 효율적인 정부는 인간 이성이 빚어낸 유토피아를 구현하려고 애쓰기보다는, 현존하는 사회 제도를 인정한 상태에서 합리적 사고가 작동하게끔 돕는 역할을 한다. 현 사회 제도는 과거의 경험·지혜가 녹아 있으며 시간의 시련을 이겨낸 결정체다. 어설픈 좌파는 제도·관행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변화를 시도하다가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로 민폐(民弊)를 끼친다. 민폐는 국민 삶을 힘들게 한다는 점에서 적폐(積弊)보다 해롭다.
 
문재인 정부는 좌파 철학자 조지프 히스 토론토대 교수가 『자본주의를 의심하는 이들을 위한 경제학』에서 한 충고를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좌파는 의도는 좋지만 성공할 가능성이 없거나 돕고자 하는 수혜자에게 실상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을 만들고 선전하느라 너무나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정재홍 국제외교안보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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