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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연전연패’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종착역은?

대책 나올수록 집값 더 뛰어, 토지거래허가제가 호재로 인식되는 지경
민심 돌아서자 공직자 집 팔기 촌극… 유주택자 재산권 침해 법안 남발

특별기획 - 총력취재
출구 없는 부동산 정치, 토지공개념에 꽂히다

 
집값 불안이 갈수록 심화되자 시장은 정부의 의지와 방향성을 의심하고 있다.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송파구 아파트 단지. / 사진:연합뉴스

집값 불안이 갈수록 심화되자 시장은 정부의 의지와 방향성을 의심하고 있다.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송파구 아파트 단지. / 사진:연합뉴스

 
부부 공동명의로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두 채를 보유 중인 60대 남성 A씨는 7·10 대책 이후 머리가 아파졌다. 이미 9700만원인 보유세가 내년부터 무려 2억2100만원으로 뛰게 된 것이다. A씨는 언젠가부터 이혼을 떠올리고 있다. 부부 금실이 더할 나위 없이 좋은데도 말이다. 왜냐하면 ‘위장 이혼’을 하면 1가구 1주택으로 분리되니까 절세를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담겨 있다. 그의 머릿속에 매도는 전혀 없다. 자식에게 증여한 다음에도 아파트가 남으니 위장 이혼을 불사하더라도 버텨보겠다는 생각이다.
 
시중에는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일은 더 사랑하며 살지 못한 게 아니라 강남 아파트를 판 것’이라는 시니컬한 유머마저 나돌고 있다. A씨의 고민은 더 이상 강남 집 부자의 특수한 사례가 아니다. 네이버 부동산카페에는 위장 이혼 상담이 부쩍 늘었다. 문재인 정부가 초래한 집값 폭등에 따른 세금 폭격이 ‘이혼 권하는 사회’를 낳은 셈이다.
 
30대 여성 B씨는 요즘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 채 보름 만에 3억 넘게 번 것이다. 그녀는 6·17 대책 직전 송파구 잠실동 엘스 30평대를 샀다. 이 일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될 것이라곤 짐작조차 못 하고, 6월 초 가계약금을 넣었다. ‘놀랍게도’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발표하며 정부는 23일까지 1주일간의 유예기간을 뒀다. 절차를 따랐다지만, 그 1주일간 ‘미친 시장’이 열렸다. 잠실 일대 전세 낀 물건은 부르는 게 값이 됐다. 그녀가 부모님 도움을 받고, 신용대출까지 받은 ‘영끌’로 전세 낀 아파트를 19억원에 산 뒤, 22억5000만원까지 신고가 거래가 터졌다. “작정하고 올리려고 해도 이렇게는 못 한다. 문재인은 부동산의 신(神)”이라는 조소마저 등장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잠실동·삼성동·청담동·대치동 일대는 ‘축제’ 분위기다. 규제가 강력할수록 호재로 받아들이는 통제 불능 국면이다.
 
 

패닉 바잉(panic buying) 초래한 정부

정갑영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경제학원론과 싸우고 있다”고 일갈했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의 21번째 부동산 정책인 6·17 대책은 ▷재건축 규제(2년 거주 의무 부과) ▷법인 규제(대출금지와 세금 인상) ▷갭투자 대출 규제 ▷실거래 조사 강화 등의 내용을 담았다. 요약하면 ‘거주할 집 아니면 사지 말라’는 수요 억제 정책이다. 아울러 투기과열지구를 31곳에서 48곳으로 늘렸다. 조정대상 지역도 44곳에서 69곳으로 늘렸다. 이에 따라 수도권에서는 김포와 파주 등을 뺀 전 지역이 조정대상 지역으로 지정됐다. 인천 실미도까지 포함됐다.
 
6·17 대책은 ‘패닉 바잉(panic buying)’을 불러왔다. 공급 계획이 빠진 규제 남발을 ‘지금 아니면 이 가격에라도 못산다’로 시장은 해석했다. 규제가 같아지자 서울 아파트로 매수 흐름이 회귀했다. 그리고 김포와 파주에서 풍선효과가 생겼다. 하루 새 분양권 프리미엄이 5000만원 뛰었다. 6월 25일 발표된 김포의 주간 아파트 가격 변동률은 0.02%에서 1.88%로 수직상승했다. 상승률이 90배였다.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에서 재건축 조합원 입주신청 자격에 2년 거주 의무를 부과한 규제는 가뜩이나 불안한 전세 시장을 더 흔들었다. 중앙일보가 강남 재건축 대장 아파트로 꼽히는 대치동 은마아파트 112가구의 등기부 등본을 조사한 결과, 75%는 집주인이 살고 있지 않았다. 은마아파트가 4424가구인, 이 표본 비율을 전체로 확대하면 대략 3000가구는 세입자가 사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3000가구의 집주인들이 거주하러 들어오면 세입자들은 나가줘야 한다. 대치동에서 은마아파트 전셋값(5억~6억)으로 구축이나 신축 전세를 얻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대다수 강남 재건축에서 집주인 거주 비율은 대략 20%로 예상된다. 재건축 매매 수요를 억제하려다 ‘전세 난민’이 쏟아질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6월 24일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1%로 예측했다. 4월 -1.2%에서 추가적으로 내린 것이다. 그러나 집값은 딴 세상이다. 시민단체 경실련이 낸 ‘서울 아파트값 상승실태 분석발표’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2017년 5월부터 2020년 5월까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6억600만원에서 9억2000만원으로 상승했다. 3억1400만원(52%)이 올랐다. KB 주택가격 동향, 한국은행과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이에 비해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12월부터 2013년 2월까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3% 하락(4억8000만원→4억6500만원)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2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중위가격은 29%(4억6500만원 →5억9900만원) 상승했다.
 
이쯤 되면 ‘이 불황기에 정부가 대책을 쏟아내도 왜 집값이 오르느냐’는 적절한 질문이 아니다. 정부의 대책이 집값 상승의 이유라고 해석하는 편이 차라리 합리적이다. 초(超) 저금리 유동성 과잉 시대에 오를 수밖에 없는 정책만 내놓고 있다. 남은 의문은 이게 고의인가, 무능인가로 귀결된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설계자는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 실장이다. 그는 2011년 쓴 [부동산은 끝났다]에서 공공·민간임대 확대와 보유세 강화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2017년 8·2 대책 발표 직후, 당시 청와대 사회수석 신분이었던 그는 국토부 장관을 제치고 전면에 등장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도 부동산 정책을 관할했던 그는 이렇게 고백했다.
 
“참여정부 기간 아파트 가격이 굉장히 올랐다. 특히 서울이 그랬다. 그걸 잡기 위해서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을 17번이나 발표했다. 여러 번 정책을 발표했음에도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점에서 명백한 실패다. (…) 돌아보면 수요억제와 공급확대 외에 부동산 정책에 부족한 게 있었는데 노무현 정부는 그걸 뒤늦게 알았다. 전 세계적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됐던 과잉 유동성, 부동산 거품이다.”
 
 

김수현의 두 번째 실패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실패를 답습했다. / 사진:연합뉴스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실패를 답습했다. / 사진:연합뉴스

그러면서 김 전 실장은 8·2 대책 이후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말을 남겼다. “집 팔 기회를 드리겠다.” 그 근거는 2018년 4월부터 시작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였다. 그러면서 그는 다주택자를 향해 이런 제안을 꺼냈다. “다주택자가 없으면 주택시장이 안정되지 않는다. 누군가 임대용 주택을 내놔야 한다. 다주택을 하려면 사회적 책무를 함께해 달라는 것이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경우에는 다주택양도세 중과가 배제된다. 그것을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발표했다.”
 
그러나 주택임대사업자에 관한 보유세·양도세 절세 혜택은 치명적 자충수로 귀결됐다. 다주택자들의 합법적 세금 회피처가 된 것이다. 20대 국회 시절인 2020년 1월 박주현, 채이배 의원은 “주택임대사업자 47만 명이 주택 150만 채를 보유하고 있다”고 실태를 밝혔다. 이들이 받는 세제 혜택은 재산세·양도세·임대소득세·종부세를 망라하고 있다. 의원들은 “실수요자인 1주택자보다도 더한 혜택”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8·2 대책 직후 임대사업자 등록을 한 다주택자들은 이후 집값 급등이 도래하자, 최대치의 안전마진을 누리고 있다. 다주택자로서 집값 폭등은 만끽하되, 세금 부담은 한정돼 있으니 얼마든지 안 팔고 버틸 수 있다. 매물 잠김의 결정적 요인이다. 정부의 정책 실패가 집값을 올린 대표적 사례다. 이번 7·10 대책을 통해서 김 전 실장의 주택임대사업자 제도는 사실상 파산 선고를 맞았다.
 
과잉 유동성이 온다면, 대출을 제한하고 세금을 올리면 수요가 진정될 것이라 오판했다. 임대사업자 제도를 활성화하면 전·월세가 안정될 것이고, 더 나아가 집 살 욕망을 안 가질 것이라고 착각했다. 강력한 공급 시그널 없이 과잉 유동성이 밀려오자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집값이 나타났다. 반포 아크로리버파크에 이어 대치동 래미안팰리스까지 평당 1억 아파트가 출현했다. 고가 아파트보다 저가 아파트 상승이 서민의 삶을 훨씬 위협하는데 서울에서 9억 미만 아파트는 씨가 말라가고 있다. 3기 신도시나 공공임대 주택은 시장이 원하는 공급이 아니었다. 당시 김 전 실장 말 듣고 집 판 사람은 평생 자괴감을 느껴야 할 판이다.
 
참여정부 홍보수석을 역임한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는 6월 28일 페이스북에 “노무현 정부 때 경험이 있으니 현 정부가 들어서면 부동산 투기 같은 건 발을 붙이지 못할 거라고 믿은 저의 어리석음을 탓한다”며 “왜 자신들의 대책이 잘못됐다는 반성은 없고 국민을 투기꾼 취급하며 ‘더 센 정책이 기다리고 있다’고 협박하느냐”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이 정부에는 다주택자가 많아 충격을 받았다”며 “대통령과 국토부 장관이 집을 팔라고 해도 팔지 않는 강심장에 놀랐다”고 겨냥했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2019년 12월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공직자에게 “수도권 다주택자는 1채 빼고 집을 팔라”고 권고한 바 있다. 민주당도 21대 총선 후보 공천 기준으로 ‘1주택 보유’를 내걸었다. 그러나 청와대 참모와 고위공직자, 국회의원 중 이 기간에 다주택을 포기한 이는 거의 없었다. 그사이 집값은 더 폭등했고, “자기들 집은 안 팔면서 왜 자꾸 국민한테만 팔라고 하는 거냐?”는 국민적 분노는 비등했다.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하락하는 와중에 노영민 비서실장이 “(서초구 반포동 한신서래아파트는 놔두고) 충북 청주시 흥덕구의 아파트를 팔겠다”고 발표하자,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됐다. 결국 노 실장은 7월 8일 “서초구 아파트도 7월 안에 팔겠다”고 약속했고, 졸지에 무주택자가 됐다.
 
 

“이 정부 사람들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봐라”

졸지에 무주택자가 된 노영민 비서실장(오른쪽)과 부동산 정책 책임론에 휩싸인 김현미 국토부 장관.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졸지에 무주택자가 된 노영민 비서실장(오른쪽)과 부동산 정책 책임론에 휩싸인 김현미 국토부 장관.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노 실장뿐 아니라 이시종 충북지사(청주 아파트 팔고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아파트 보유), 박병석 국회의장(대전 아파트 아들에게 증여하고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 1단지 보유), 은성수 금융위원장(세종 아파트 팔고 서초구 잠원동 현대아파트 보유), 윤성원 청와대 국토교통비서관(세종아파트 팔고 강남구 논현동 경남논현아파트 보유) 등도 서울 강남의 ‘똘똘한’ 한 채를 지켰다. 그러나 7월 중순 시점까지 김조원 민정수석, 이호승 경제수석, 김거성 시민사회수석, 김외숙 인사수석, 황덕순 일자리수석, 여현호 국정홍보비서관, 강민석 대변인, 조성재 고용노동비서관, 박진규 신남방신북방비서관, 김광진 정무비서관, 석종훈 중소벤처비서관 등은 다주택자 신분이다. 특히 김조원 민정수석은 강남구 도곡동 한신아파트와 송파구 잠실동 갤러리아팰리스(배우자 명의) 등 투기지역에 두 채를 보유 중이다.
 
2020년 3월 공직자 재산공개 기준으로 청와대의 29.8%, 국회의 30.7%, 행정부의 27.9%가 다주택자로 나타났다. 이에 정세균 국무총리는 7월 8일 “다주택 고위공직자는 하루빨리 집을 매각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국회의원 176명 중 40명이 다주택자인 민주당도 7월 7일 부동산 실태 전수조사에 돌입했다. 의원들에게 “전세·매매 계약서를 들고 오라”고 통보한 것이다.
 
이토록 이들이 집을 꼭 쥐고 버티는 이유는 ‘김상곤 학습효과’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는 2018년 3월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팰리스 1단지를 23억7000만원에 팔았다. 부총리 임명 청문회 과정에서 다주택이 문제시되자 성남시 분당 아파트를 남기고 대치동 아파트를 판 것이다. 현재 이 아파트의 실거래가는 34억원이다. 10억 넘는 이익을 날린 셈이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도 ‘영끌’ 대출로 2018년 7월 동작구 흑석동 재개발 구역 상가를 25억7000만원에 샀다. 그 여파로 청와대 대변인직을 내려놔야 했다. 그러다 21대 총선 출마를 위해 2019년 12월 34억5000만원에 상가를 팔았다. 초단타거래로 8억8000만원의 이익을 봤지만, 현 시세를 고려하면 2억가량 싸게 판 꼴이다.
 
정작 문 정부의 주류와 거리가 먼 윤석열 검찰총장과 금태섭 전 의원은 집을 팔고 1주택자가 됐다. 윤 총장은 서초구 주상복합만 남기고 송파구 아파트를 팔았다. 금 전 의원은 송파구 잠실동 우성아파트를 매각했지만 민주당 공천을 받지 못했다.
 
정부 부동산 정책의 위선적 민낯이 드러나자 더 이상 문재인 대통령도 방관자적으로 처신할 수 없게 됐다. 그동안 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2019년 11월 19일 국민과의 대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2020년 1월 7일 신년사)”이라고 장담했지만, 정작 그 이후 구체적 언급이 없었다. 이런 문 대통령이 7월 2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을 전격 호출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김 장관에게 “다주택자 등 투기성 주택 보유자에 대해 부담을 강화하라”, “발굴을 해서라도 추가로 공급 물량을 늘리라”는 등의 주문을 넣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 50%가 붕괴(리얼미터 조사 결과 49.4%)된 것으로 알려진 직후였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은 “부동산이 안정될 가망성은 전혀 보이지 않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오고 가는 이야기를 보면(국민이)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고 해석했다.
 
 

토지거래허가제가 불러온 ‘합병증’

문재인 대통령은 7월 16일 21대 국회 개원식 연설에서 ’집값 안정을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7월 16일 21대 국회 개원식 연설에서 ’집값 안정을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 지지율 급락의 트리거는 아이러니하게도 6·17 대책이었다. 정부는 투기꾼을 잡는다고 강변했지만, 정작 실수요자의 반발을 불러왔다. 왜냐하면 정부와 시장이 생각하는 실수요자의 정의가 달랐기 때문이다. 정부는 ‘실거주가 아니면 실수요가 아니’라고 규정했다. 이 기준에선 전세 낀 집을 사는 갭 투자는 전부 투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선 갈아타기를 위해 불가피하게 전세 낀 집을 사두는 케이스도 비일비재하다. 돈을 모아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준 뒤 실거주하겠다는 목적으로 당장 전세를 살고 있는 1주택자들이 꽤 많다. 지금처럼 ‘서울 집값은 오늘이 가장 싸다’는 세상에선 갭 투자로라도 일단 사두지 않으면 금방 집값이 올라 원하는 입지에 입성할 수 없다. 달리 보면, 집값을 못 잡는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실패가 불러온 애꿎은 피해자라고 볼 수 있다. 집값이 안정적이라면 이런 리스크를 짊어질 필요가 굳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갭 투자를 ‘박멸’하겠다는 의도로 6·17 대책을 기획했다. 용산 일부 지역에 이어 강남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토지거래허가 구역 안에서는 전세 낀 물건 매매가 원천 금지된다. 매수자가 돈이 있고, 매도자가 팔기를 원해도 국가에서 허락을 안 해주는 것이다.
 
정부가 실거주를 제외한 주택은 투기적이라고 낙인찍은 결과, 서울 핵심 입지의 전·월세 가격은 폭등할 수밖에 없게 됐다. 원래대로면 세입자들한테 ‘오래 살라’고 뒀을 집주인들이 실거주를 위해 들어오거나 전·월세 가격을 올리도록 상황이 변한 것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 평균 전셋값은 7월 15일까지 55주 연속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올랐다.
 
0%대 금리, 보유세 부담 증가를 메우기 위해 전세에서 월세나 반전세로의 전환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의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 청구권 등의 도입 움직임은 이런 추세를 더욱 가파르게 유도하고 있다. 그런데도 김현미 장관은 6월 3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지금까지 정책은 다 종합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6·17 대책의 풍선효과도 예측한 대로 어김없이 발생했다. 잠실동의 엘스, 리센츠, 트리지움, 레이크팰리스, 잠실주공 5단지 등이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이자 그 주변의 파크리오, 헬리오시티 집값이 폭등했다. 삼성동·대치동·청담동이 묶이자 도곡동과 개포동에서 신(新)고가가 터졌다. 토지거래 허가구역 안에서 규제 예외에 해당하는 초소형 아파트(대지 지분 18㎡ 이하)가 폭등하는 진기한 상황마저 빚어졌다. 잠실 리센츠 전용 27㎡(방 1개짜리 12평)가 11억1000만원에 거래돼 평당 1억을 찍을 기세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더 넓히면 다시 그 옆 동네 아파트가 폭등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이 추세대로라면 서울의 주요 입지는 전부 시차를 두고 토지거래허가구역 사정권이다.
 
 
정부는 다주택 투기꾼 때문이라지만, 현재 부동산 시장은 실수요자들이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금이 내 집 마련 막차 같아 수요는 간절한데, 정부 규제로 매물 공급은 씨가 마른 극단적 매도자 우위 시장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첫 주 서울 아파트는 강남, 강북을 가리지 않고 올랐다. 무더기 신고가를 찍었다. 국토부가 ‘매물 잠김 해소’가 아니라 ‘시세차익 환수’에 집중한 결과다.
 
 

다시 뜨는 토지공개념 

전·월세 무한연장법을 발의한 박주민 민주당 의원(왼쪽)이 임대차 3법을 추진 중인 이해찬 당대표(가운데), 김태년 원내대표와 의견을 나누고 있다.

전·월세 무한연장법을 발의한 박주민 민주당 의원(왼쪽)이 임대차 3법을 추진 중인 이해찬 당대표(가운데), 김태년 원내대표와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런 기조에서 나온 7·10 대책도 집값 안정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다. 대책은 종부세·양도세·취득세를 모두 올리는 것으로 축약된다. 의도는 유주택자가 추가로 집을 살 엄두를 못 내게 하는 데 있다. 이 역시 수요 억제책이다.
 
그러나 다주택자가 집을 내놓도록 유도하는 정책은 거의 없다. 양도세를 낮춰주거나, 2주택자 이상의 종부세·보유세를 못 버틸 정도로 올리거나, 아니면 둘을 동시에 해야 하는데 어느 것도 하지 않았다. 종부세 최고 세율을 6%로 올렸다지만,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 조사에 따르면 이 구간에 들어가는 개인은 전국에 20명이 전부다. 한마디로 세금 무서워 나올 알짜 매물은 거의 없다. 도저히 집값이 잡힐 수 없다는 뜻이다. 굳이 효과를 논한다면, 지방이나 수도권 외곽 집값이 흔들릴 가능성만 남는다. 법인이나 다주택자들이 세금 부담을 느낀다면 그 지역 아파트부터 던질 것이기 때문이다. 더 철저한 부동산 양극화가 기다리고 있다.
 
이런 정책들로 집값이 잡힌다면 세계 경제사의 기적일 터다. 이제는 본질적 의문을 가질 때다. ‘정부는 왜 집값을 안 잡을까?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최종 종착지는 어디일까?’
 
익명의 금융 전문가는 “집값 잡는 시늉만 내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이래도 지지율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집값이 치솟아도, 전셋값이 꺾일 줄 몰라도, 가계 대출이 급증해도,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뿌리째 흔들리지 않는다. 22번이나 정책을 낸 김현미 장관은 9월이면 역대 국토부 최장수 장관이 된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을 단칼에 경질한 것과 대비된다.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고 여기니까 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집값 상승에는 거품이 별로 끼어 있지 않다. 정부가 대출 규제를 워낙 해놔서 ‘건전한 폭등’이 현실화됐다. 부동산 가격이야 날아가도 정치적으로 불리하지 않고, 경제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면 절박하게 잡을 필연성이 없다.
 
2020년 1월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주택거래허가제를 흘렸다. “부동산을 투기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에게 매매허가제까지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정부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발언한 것이다. 청와대와 국토부는 “검토한 적이 없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이후 용산과 강남 핵심 지역에서 시행된 토지거래허가제는 실질적 주택거래허가제에 해당한다.
 
이에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18년 3월 21일 토지공개념을 명시한 헌법개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직접 발표문을 읽은 조국 당시 민정수석은 “사회적 불평등 심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토지공개념의 내용을 명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 반발로 현실의 벽에 막히자, 토지공개념은 다음 총선 때까지 잠복했다.
 
 

‘부동산 정치’의 시대

이후 2020년 4·15 총선을 전후해서 민주당은 이 이슈를 재점화했다. “자산 격차에서 빈부 격차가 비롯됐다. 토지공개념으로 바로잡아야 한다”(문 정부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출신 이용선 의원), “토지공개념이 헌법 정신에 있느냐는 논쟁에 대해 나는 있다고 본다. 개헌으로 명확히 했으면 좋겠다”(이인영 의원), “부동산 불로소득의 일부인 15조원가량을 국토보유세로 걷어 전액 국민에게 지급하자”(이재명 경기지사) 등의 견해가 그것들이다.
 
토지공개념은 ‘사적 소유물로 취급되는 토지에 공적 성격을 부여, 사유재산권 행사를 통한 이득 취득을 제한한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19세기 미국의 경제학자인 헨리 조지의 사상에서 유래한다. 그는 저서 [진보와 빈곤]에서 ‘토지에서 나오는 이익의 사유화는 과거의 절도일 뿐만 아니라 현재의 절도이며, 이 세상에 태어나는 어린이들에게서 타고난 권리를 빼앗는 행위다. (…) 사회 전체가 창출한 토지 이익은 반드시 사회 전체의 것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즉, 토지의 사적 소유는 인정하나 거기서 나오는 이윤은 제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한민국 헌법에서도 23조2항(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게 해야 한다)과 122조(국가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적인 이용·개발을 위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에 토지공개념을 일부 수용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 도입된 종부세도 토지공개념의 뿌리에서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다.
 
7월 임시국회에서 범여권이 추진할 예정인 ‘임대차 보호 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제)도 토지공개념에 사상적 기반을 두고 있다. 현재 2년인 전·월세 기간을 최소 4년에서 최대 무제한까지 보장하며, 전·월세 인상률은 5% 이내로 제한하겠다는 발상이다. 집주인의 사유재산권을 중대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다. 오히려 전·월세 시장이 더 불안해지는 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정부 여당은 소급을 해서라도 이 법을 통과시킬 기세다.
 
부동산 정책이 아닌 부동산 정치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집주인은 내 집을 사지도 팔지도 못하고, 심지어 세준 집에 들어가 살지도 못하는 세상과 마주하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 정부는 선악의 개념으로 부동산 문제를 대하고 있다”며 “악으로 규정한 사람들(고가 유주택자, 다주택자)이 소수니까 저럴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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