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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진 욕에 CG허리까지 화제···사이코지만 괜찮은 여주 탄생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동화작가 고문영 역을 맡은 서예지. [사진 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동화작가 고문영 역을 맡은 서예지. [사진 tvN]

tvN 토일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동화란 현실 세계의 잔혹성과 폭력성을 역설적으로 그린 잔인한 판타지”라는 극 중 동화작가 고문영(서예지)의 설명처럼 꿈과 사랑이 가득한 낭만과는 거리가 멀다. “꿈을 심어주는 환각제가 아니라 현실을 일깨워주는 각성제”로 작용한다. 하여 현실이 각박할수록 더욱 날카롭게 파고든다. 자폐 스펙트럼(ASD) 환자 문상태(오정세)와 그를 돌보기 위해 정신병동 보호사가 된 문강태(김수태) 형제를 비롯해 괜찮은병원 환자들이 유독 고문영 작가의 동화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실을 부정하거나 벗어나고 싶은 이들에게 꿈과 현실 사이 그 어딘가에서 ‘안전지대’가 되어주는 덕분이다.
 

[민경원의 심스틸러]
‘사이코지만 괜찮아’ 동화작가 고문영
차진 욕부터 순진함까지 다양한 매력
개미허리 등 화려한 스타일링도 화제
“안쓰고 녹스는 것 싫어, 다 써버릴 것”

고문영이 이들에게 끌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디즈니 공주처럼 화려하게 차려입은 고문영은 으리으리한 성에 살면서 남부럽지 않은 부와 명예를 누리고 있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모두 그를 옭아매기 위한 족쇄에 가깝다. “너는 내가 만든 가장 완벽한 창작품”이라는 엄마의 말을 귀에 못이 박이게 듣고 자란 그는 엄마를 닮은 긴 머리를 유지해야 하고 성 바깥으로는 한 발짝도 벗어나선 안 되며 유명 소설가인 엄마 못지않은 글을 써내야만 하는 탓이다. 각기 다른 기대에 사지가 묶인 그는 겉보기엔 완벽한 동화 속에 살고 있지만, 속은 모두 문드러진 잔인한 현실의 실상을 보여준다. ‘저주의 성’에 살던 공주님은 괜찮은 병원 환자들과 어떤 이질감도 없다.
 
잘록한 허리로 화제를 모은 분홍색 크롭 재킷과 스커트. [사진 tvN]

잘록한 허리로 화제를 모은 분홍색 크롭 재킷과 스커트. [사진 tvN]

절대 쉽지 않은 역할임에도 배우 서예지(30)는 고문영에 자연스레 녹아든다. “어머니와 언니 모두 스튜어디스 출신으로 외갓집 식구들이 모두 키가 크고 말랐다”는 타고난 신체 조건은 공주풍 의상도 탁월하게 소화한다. 특히 분홍색 크롭 재킷과 스커트를 입고 나온 장면은 CG를 의심케 할 정도. 덕분에 ‘서예지 개미허리’ 등 실시간 검색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여기에 감정이라곤 전혀 섞이지 않은 듯한 무표정한 눈빛은 인형 같은 느낌을 자아냈다. 그야말로 현실에 없을 것 같은 비주얼을 빚어내면서 극 전반에 동화 같은 매력을 더한 것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성격도 천연덕스레 소화한다. 탐나는 것은 무조건 가져야 하고, 싫은 것은 가차 없이 걷어차는 성격 탓에 다채로운 얼굴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도 고문영 캐릭터가 지닌 장점이다. 강태만 보면 반사적으로 눈빛이 하트모양으로 바뀌는 영락없이 사랑에 빠진 여자의 모습이다가도, 악몽인형 망태의 소유권을 두고 상태와 치고받고 싸우는 것을 보면 마치 일곱살 어린애 같다. 거기에 분노가 차오를 때면 거침없이 쏟아내는 차진 욕까지 그동안 드라마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여주인공이다.

 
고문영(서예지)와 문상태(오정세)가 악몽인형 망태를 두고 다투는 모습. [사진 tvN]

고문영(서예지)와 문상태(오정세)가 악몽인형 망태를 두고 다투는 모습. [사진 tvN]

겉모습은 누구보다 강인해 보이지만 속은 상처로 가득하다. 이를 품어주는 문강태(김수현). [사진 tvN]

겉모습은 누구보다 강인해 보이지만 속은 상처로 가득하다. 이를 품어주는 문강태(김수현). [사진 tvN]

동화의 속성을 너무도 잘 아는 그는 당연히 ‘백마 탄 왕자’ 따위는 기다리지 않는다. 직접 ‘볼보 탄 공주’가 되어 쿨하게 차 키를 넘겨준다거나 필요하다면 납치도 서슴지 않는 행동파다. 참을성은커녕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여자와 평생 형을 위해 참고만 살아서 참지 않는 법을 모르는 남자. 두 사람은 친구와 연인 그 사이에 있는 동지처럼 보이기도 한다. 서로 안전핀을 뽑아주고 닫아주지 않으면 숨조차 쉬기 힘든 상황인 탓이다. 단 거기에만 기대지 않고 직접 긴 머리를 자르고 “나 목줄 잘랐어”라며 해맑게 웃는 장면은 이 드라마가 단순히 남녀관계를 전복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깨우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2013년 시트콤 ‘감자별 2013QR3’로 데뷔 당시 모습. [사진 tvN]

2013년 시트콤 ‘감자별 2013QR3’로 데뷔 당시 모습. [사진 tvN]

2017년 드라마 ‘구해줘’에서 방언 연기 등으로 호평 받았다. [사진 OCN]

2017년 드라마 ‘구해줘’에서 방언 연기 등으로 호평 받았다. [사진 OCN]

서예지가 어디선가 갑자기 튀어나온 배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2013년 시트콤 ‘감자별 2013QR3’로 데뷔하게 된 것은 길거리 캐스팅과 김병욱 PD의 눈썰미가 빚은 우연이었지만 그 후 7년은 철저한 담금질의 시간이었다.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첫 스타트를 끊었기에 쉴 새 없이 20여편의 작품에 출연하면서 현장에서 배워나가는 것을 택했다. “안 쓰고 녹스는 게 싫다. 나를 다 써버리고 싶다”는 지론이 아니었다면 사이비종교를 다룬 드라마 ‘구해줘’(2017)에서 신들린 듯 방언을 하는 장면이나 저예산 영화 ‘다른 길이 있다’(2017)에서 실제 연탄가스를 마셔가며 촬영하는 무모한 도전을 이어오지 못했을 것이다.  
 
콤플렉스를 특기로 살린 일화도 유명하다. 학창시절 중저음의 목소리로 고민하던 중 스페인어의 억양과 발음이 지닌 매력에 빠져 스페인으로 3년간 유학을 다녀온 것. 그 덕분인지 딕션이 정확해 전달력도 좋은 편이다. “목소리 때문에 또래보다 성숙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고 했지만 자신의 장단점을 잘 들여다보고 그에 걸맞은 처방을 스스로 내릴 줄 아는 것이 그를 자라게 한 게 아닐까. 자신을 둘러싼 루머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왜 과거를 궁금해하는지 모르겠다”고 답할 수 있다는 것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일 테니까. 시청률 5% 남짓한 ‘사이코지만 괜찮아’가 훗날 그의 대표작으로 남을진 모르겠지만 한 단계 도약을 이끌 전환점이 되어줄 것은 분명하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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