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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선진 OECD국과 비교하며···文 “韓 성장률 가장 양호”

“경제 회복의 흐름이 보이기 시작했다.”  
 
16일 문재인 대통령의 21대 국회 개원 연설에는 경제에 관한 희망찬 메시지가 넘쳤다. 
 
문 대통령은 “경제에서도 한국은 다른 나라들보다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세계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 속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가장 양호하다는 것이 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같은 국제기구의 한결같은 전망”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개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개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문 대통령은 “사상 최초의 재난지원금과 세 차례의 추경 등 정부의 과감하고 전례 없는 조치들이 소상공인 보호와 고용 유지에 기여하고 경제 회복의 시간표를 앞당기고 있다”고 밝혔다. “수출·소비·고용 등에서 경제회복의 흐름이 보이기 시작했다”라고도 했다.
 
이런 대통령의 경제 인식은 과연 현실과 맞아떨어질까. 팩트체크를 해봤다.
 

①OECD 국가 중 한국 가장 선방?  

지난달 10일 OECD는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2%로 전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이 한 차례에 그치고 연말 잦아든다는 가정(Single-hit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다. 역성장이지만 37개 회원국 중 가장 양호한 전망인 건 맞다.
 
하지만 여기엔 맹점이 있다. OECD 회원국 대부분이 경제 규모가 큰 탓에 오랜 기간 저성장을 이어온 북미ㆍ유럽 선진국이란 사실이다. 경제위기에 취약하더라도 그만큼 반등하는 힘도 강한 신흥 개발도상국과는 다르다. 한국은 선진국 클럽인 OECD에 들었지만 경제 구조는 여전히 개도국에 가깝다. 경제 규모가 커서 성장 속도가 더딘 선진국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  
 
실제 OECD 회원국인 아닌 중국은 16일 올 2분기 경제성장률이 3.2%(전년 동기대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가 최악으로 치닫던 지난 1분기(-6.8%)와 비교한 수치도 아니다. 1년 전과 비교한 통계다. 
 
한국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이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연 0.5%) 동결 결정 사실을 알리면서 예상보다 경기 하방 위험이 커졌다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0.2%)를 낮출 수 있다고 예고했다.
 
경고음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시간을 앞으로 돌려보자. OECD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가 닥치기 전인 지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로 세계 평균(2.7%)에 못 미쳤다.  
 
시간을 뒤로 미뤄 살펴봐도 낙관할 수 없다. OECD는 올해 세계 성장률이 -6.0%로 추락해도 내년에는 5.2%로 반등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한국의 처지는 다르다. 올해 경제 성장률이 -1.2%로 선방하더라도 내년에는 3.1% 성장에 그칠 것이란 게 OECD의 전망이다. 세계 평균(5.2%)에 한참 못 미친다. 올해와 내년을 합쳐 보면 연평균 1~2%대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경고나 마찬가지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통령의 경제 인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며 “올해 경제성장 전망이 다른 국가 비해서 나쁘지 않게 나온 것은 코로나19가 먼저 확산했다 잦아들었다는 특수성 때문이지 경제 상황 자체가 좋아져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한국 경제는 2018년 하반기부터 좋지 않았고,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장기 침체 빠질 가능성이 오히려 커졌다”며 “소비 활력이 떨어지는 데다 제조업 경쟁력 부진으로 수출 상황도 좋지 않은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았는데도 낙관적으로 평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②세 차례 추경, 재난지원금 소상공인 보호?

코로나19로 정부는 올해 들어서만 세 차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했다. 코로나19 용도로 쏟아부은 재정만 277조원에 달한다. 세대당 최대 100만원(4인 가구 기준)인 긴급재난지원금 외에 고용유지지원금과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은 아직 집행 단계다. 효과를 말하기 아직 이르다.  
 
재정을 쏟아부었지만 현장에선 오히려 자영업 붕괴와 일감 실종, 실직 위기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지표와 수치만 넘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자영업자 수는 지난해 말보다 13만8000명 급감했다.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9년 상반기(-20만4000명) 이후 최악의 수치다. 고용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1~15일 고용안정지원금 신청에 특수고용직과 프리랜서, 자영업자, 무급 휴직자 등 146만7000명이 몰렸다.  
 
긴급재난지원금 효과가 한 달여도 가지 못한 채 소상공인에게 다가오는 ‘코로나19발(發) 경기 재난’은 이제 시작이란 분석이 나올 정도다. 여타 정부 지원금이 종료되고 상황이 더 악화하는 절벽 효과도 우려된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소상공인 보호와 고용 유지에 13조원을 쏟아부었지만 앞으로가 문제”라며 “재정 지원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비ㆍ투자 부진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고용이나 소상공인 보호 등이 앞으로 가능할 것인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수출 증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올해 수출 증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③수출ㆍ소비ㆍ고용 회복 흐름 보인다?

문 대통령이 경기 회복의 근거로 든 통계의 대부분은 코로나19가 최악으로 치닫던 때와 비교한 수치다. 수출 감소 폭 둔화(5월 -23.6%→6월 -10.9%), 5월 소매판매액 증가(전월 대비 4.6%), 취업자 감소 인원 축소(5월 -39만2000명→6월 -35만2000명) 등이 그렇다.
 
나쁠 때로 나빠졌을 때의 상황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좋아졌다고 말하는 격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특수한 상황을 제거하고 (경기 상황을) 판단하려면 전월 대비가 아닌 전년 대비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 교수는 “전월 대비로 따지면 수출ㆍ소비ㆍ고용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가장 안 좋았을 때보다 다소 좋아졌을 뿐이지 회복 추세에 들어섰다고는 보기 힘들다”며 "코로나19까지 겹치며 위기가 더 심화했다고 판단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수출과 고용에 회복 흐름이 보인다는 문 대통령의 경제 인식은 ‘경제 투톱’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은 총재와도 온도 차가 있다.  
 
지난 15일 통계청의 ‘고용 동향’ 발표 직후 홍 부총리는 “마음이 무겁다”고 밝혔다. 청년 실업률(10.7%)이 1999년 통계 작성 이후 최악인 데다 취업자 수 감소가 4개월 연속 이어진 탓이다. 양질의 일자리가 몰려있는 제조업 일자리마저 줄어드는 속도가 빨라지는 걸 두고는 “결코 안이하게 볼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주열 총재도 최근의 상황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16일 금융통화위원회 전체 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수출 감속 폭이 예상보다 대단히 크다”며 “예상보다 수출 실적이 안 좋아 올해 2분기 성장 전망치를 낮추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경제수장조차 아직 경기가 바닥을 쳤는지, 아닌지를 예단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대통령이 섣불리 경제 “회복”을 얘기하는 건 무리라는 평가다.
 
세종=조현숙ㆍ김남준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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