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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꾼 팬텀싱어 고영열 “꿈도 사극으로 꿔요”

JTBC ‘팬텀싱어3’에서 K크로스오버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국악인 고영열. ’국악을 제대로 하려고 우리 역사·지리·사상까지 공부했다“고 한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JTBC ‘팬텀싱어3’에서 K크로스오버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국악인 고영열. ’국악을 제대로 하려고 우리 역사·지리·사상까지 공부했다“고 한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코로나19 시대에 음악으로 세계여행하는 기분이다.”
 

우승 못했지만 국악 매력 알려 기뻐
월드뮤직 섭렵, K크로스오버 기대감

크로스오버 4중창단을 만드는 JTBC 예능 ‘팬텀싱어3’에서 소리꾼 고영열(27)이 무대에 설 때마다 나온 반응이다. 라이벌 미션의 쿠바(‘Tú eresla música que tengo que cantar’) 음악을 시작으로 듀엣으로 그리스(‘Ti páthos’), 쿼텟의 스페인(‘Te Quiero, Te Quiero’)을 거쳐 결승에서 한국(‘흥타령’)과 이스라엘(‘Millim Yaffot Me’Eleh’)까지 그동안 ‘팬텀싱어’에서 볼 수 없었던 월드뮤직의 향연을 펼친 덕분이다. 최종 준우승에 그쳤지만, ‘미친 음악으로 이끄는 안내자’를 뜻하는 팀명 라비던스(RabidAnce)에 가장 적합한 참가자였다.
 
고영열은 15일 인터뷰에서 “우승 욕심은 있었지만, 집착은 없었다. 국악인으로서 결승에 오른 것만도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초등학교 때 수영선수로 활동하다 폐활량을 늘리기 위해 어머니의 권유로 판소리를 시작한 그는 “국악의 매력을 조금이나마 보여줄 수 있어서 기뻤다”고 했다.
 
“온 국민이 민속 음악을 즐기는 나라도 많은데, 왜 국악은 재미없고 어렵게 여겨질까 고민했죠. 제 친구들도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서 역사·지리·사상까지 우리 것을 열심히 공부했어요. 세상은 급변하는데 국악은 아직 변화를 모색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국악이 단선율이라서 그런가 하고, 화성도 쌓고, 다른 장르와 협업도 많이 했죠.”
 
‘팬텀싱어3’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라비던스(왼쪽부터 황건하, 존 노, 고영열, 김바울). [사진 JTBC]

‘팬텀싱어3’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라비던스(왼쪽부터 황건하, 존 노, 고영열, 김바울). [사진 JTBC]

한양대 국악과 재학 시절 재즈 기타리스트 서호연과 만나면서 장르 간 경계를 허무는 작업은 본격화했다. 월드뮤직 오케스트라를 표방하는 이스턴모스트라는 팀을 꾸려 2016년 1집 ‘온 보야지(On Voyage)’를 발매했다. “둘이 시작했는데, 열 명, 스무 명 계속 늘더라고요. 클래식·재즈·국악 등 각자의 음악 장점을 살리되 새로운 조화를 만들려는 이들이 많았던 거죠.” 이듬해 듀오 카운드업 활동을 병행하며 자작곡 솔로 1집 ‘상사곡 | 님을 그리는 노래’(2018)를 발표했다. 김준수·유태평양과 ‘국악계의 아이돌’로 불리며 KBS2 ‘불후의 명곡’ 등에 출연했다.
 
방대한 월드뮤직의 세계에서 선곡은 쉽지 않았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에 몸을 맡기고 헤엄쳐 다녔죠. 곡을 정하고 나면 그 나라 풍경이 담긴 사진, 영상을 찾아보며 그 속에 있는 제 모습을 상상했고요. 음악 정서를 표현하려 그 나라 역사, 문화도 들여다봤어요.”
 
존 노·황건하·김바울 등 라비던스 멤버들은 모두 고영열과 함께 한 무대를 최고로 꼽았다.  
 
그는 “판소리 특성상 가진 감정을 모두 쏟아내 그런 것 같다”며 겸연쩍어했다. “국악을 시작했을 때 발성과 가사가 가장 매력적이었거든요. 감미로운 팝송과 다르게 소리를 지르니까 스트레스가 풀리기도 하고, ‘이별가’의 ‘도련님이 떠나는 게 달만큼 보이다가 별만큼 보이다가 숨어들듯 언덕을 넘어간다’는 표현은 너무 애달프지 않나요. 떠는 음과 꺾는 음 등 포인트만이라도 전달하려고 했죠.”
 
그는 꿈도 한옥에서 한복 입고 나오는 ‘사극 톤’으로 꾼다고 했다. “구름 따라 흘러가는 나의 영혼은/ 꽃향기를 쫓아가는 나비 한 마리”로 시작하는 ‘나비의 꿈’도 꿈에서 영감을 얻은 곡이다. “모든 걸 열어놓고 미술 등 다른 예술 분야와도 같이 작업해 보고 싶어요. 심사위원분들과도 협업해보고 싶고. 제가 김이나 작사가님 책으로 작사를 배웠거든요. 이제 한발 내디뎠으니, 열심히 걸어가 봐야죠. 국악의 새로운 시도에 앞장서고 싶어요.”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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