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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참모들, 피해자에 연락해 "여성단체에 휩쓸리지 마"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이른바 '6층 사람들'이 성추행 피해자를 회유·압박한 정황이 드러났다. 피해자 A씨를 지원하는 여성단체는 이들이 A씨에게 연락해 부정적 입장을 드러내거나 A씨의 기자회견을 만류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정치 진영에 휩쓸리지 말라” 압박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가 박원순 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냈다는 비밀대화방 초대문자를 공개하고 있다. 현장기자단.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가 박원순 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냈다는 비밀대화방 초대문자를 공개하고 있다. 현장기자단.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 피해자를 지원하는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는 16일 '서울시 진상규명조사단 발표에 대한 입장'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서울시의 전·현직 고위공무원의 피해자 압박 정황을 폭로했다. 지원단체는 "전 현직 고위공무원, 별정직, 임기제 정무 보좌관, 비서관 중 7월 8일 피해자의 고소 사실이 알려진 이후 연락을 취하는 이들이 있다"며 "그러나 이에서 책임과 사과가 느껴지는 경우는 극히 일부"라고 비판했다.
 
지원단체가 언급한 별정직, 임기제 정무보좌관 등은 박 전 시장이 발탁한 정무라인 인사들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박 전 시장의 집무실이 위치한 6층에 함께 근무해 '6층 사람들'로 불린다. 박 전 시장의 정무적 판단 등에 밀접한 영향을 미쳐 발탁 당시부터 ‘미니 대선캠프 인사’로 불리기도 했다.
 
지원단체에 따르면 이들은 “문제는 잘 밝혀져야 한다”면서도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회유와 동시에 압박을 가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A씨를) 지지한다”면서도 “정치적 진영론, 여성단체에 휩쓸리지 말라”고 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힘들었겠다. 너 같은 여동생이 있으면 좋겠다"면서도 "기자회견은 아닌 것 같다"고 만류하기도 했다.
 

朴 측근, 고소 당일에도 A씨 회유했나 

고한석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이 15일 오후 서울 성북경찰서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 관련 참고인 조사를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고한석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이 15일 오후 서울 성북경찰서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 관련 참고인 조사를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가 되는 점은 또 있다. 이날 지원단체가 지칭한 ‘고소 사실이 알려진 시점’이 7월 8일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8일 이후 피해자에게 회유·압박 연락이 갔다고 말했다. 8일은 박 전 시장이 피소 사실을 인지하고 일부 정무라인 인사와 대책회의를 한 날이다. 지원단체의 주장대로라면 박 전 시장이 9일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정무라인 일부가 피해자의 고소 정황을 알고 그의 행동을 막으려 했다는 의심을 살 만하다. 
 
이는 “박 전 시장이 실종된 9일 이후에야 피소 사실과 성추행 의혹을 인지했다”고 한 서울시의 해명과도 배치된다. 박 전 시장에게 고소 정황을 알려준 의혹을 받는 임순영 젠더특별보좌관 역시 “불미스러운 일을 제보받고 박 시장에게 갔을 때나, 8일 저녁 회의에 참석했을 때까지도 성추행 의혹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박 전 시장 실종 직전인 9일 오전 9시 공관을 찾았던 고한석 전 비서실장 역시 “피소 사실을 알지 못한 채 공관에 갔다”고 주장했다.
 

별정직 발탁됐다 면직된 인사는 

한편 지원단체의 언급처럼 박 전 시장이 '별정직'으로 발탁했다 그의 사망과 함께 면직된 인사는 총 27명이다. 다만 지원단체는 이들의 이름이나 직책을 명확히 특정하지는 않았다.

 
이 외에도 지원단체는 "서울시가 성폭력 발생 시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했지만, 2020년 4월 행정직 비서관에 의한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어느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보다 앞서 있는 매뉴얼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성폭력 등을 어떻게 조사하고 개선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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