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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곡곡' 그린벨트 풀리나···내곡·세곡 추가 공급지로 유력

서울 내곡동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의 모습. [중앙포토]

서울 내곡동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의 모습. [중앙포토]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서울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부가 7‧10대책을 통해 내놓은 주택공급 대책이 ‘맹탕’이라는 비판이 일면서다. 그린벨트 해제 논의에 불을 붙인 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이다. 지난 14일 홍 부총리는 한 방송에서 주택공급에 대해 “필요하다면 그린벨트 문제를 점검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이미 훼손된 곳 위주 검토
“은평·강북은 산이 많아 걸림돌”

그린벨트는 주택공급 정책의 '조커'와 같다. 때문에 서울 주택 공급 부족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그린벨트 해제는 거론됐다. 하지만 서울시가 강력하게 반대했다. 그린벨트는 무분별한 도시 팽창을 막고 환경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서울시는 ‘녹지 보전’이라는 취지를 훼손시킬 수 없다고 반발해왔다.  
 
정부는 보존가치가 낮은 3등급 이하 그린벨트 활용하자고 주장한다. 그린벨트 평가등급은 1~5등급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환경적 가치가 낮은 3~5등급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을 짓자는 것이다. 이들 지역은 이미 훼손돼 녹지라고 보기 어려운 곳이나 비닐하우스촌 등이 형성된 지역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의 그린벨트(2019년 12월 말 기준)는 전체 면적의 4%인 3837㎢다. 서울은 그린벨트 비중이 높다. 전체 면적의 25%인 150㎢가 그린벨트에 묶여 있다. 이 중  3~5등급 지역(2018년 기준)은 약 29㎢로, 전체 그린벨트의 20% 수준이다.  
 

서초구, 전체면적 절반이 그린벨트   

서울시 자치구별 그린벨트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서울시 자치구별 그린벨트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서울시에서 그린벨트가 가장 넓은 지역은 서초구(23㎢)다. 서초구 전체 면적의 절반이 넘는 51%다. 서초구 내곡동 가구단지 일대가 가장 강력한 그린벨트 해제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강서구(18㎢)의 그린벨트 면적도 만만치 않다. 전체면적의 46%다. 김포공항 일대를 중심으로 한 지역이 유력한 후보가 될 수 있다.  
 
강남구(6㎢)는 전체 면적의 15%가 그린벨트다. 면적이 넓지는 않지만 서초구와 연계한 개발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강남구 세곡동 자동차면허시험장 일대가 물망에 오르는 이유다. 이 일대는 비닐하우스 등이 난립해 있어서 해제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이외에도 은평구(15㎢)와 강북구(11㎢), 도봉구(10㎢), 노원구(15㎢) 등도 전체 면적의 45% 이상이 그린벨트일 정도다. 
 
부동산개발업체인 한국대토개발 최순웅 대표는 “교통이나 생활편의시설 이용이 편해야 하고 주거선호도 등을 따졌을 때 그린벨트를 해제해 주택 공급을 한다면 서초‧강남구 일대가 유력하다”며 “은평이나 강북·도봉구 등은 산이 많은 것이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이런 기대감을 반영하듯 15일 서울 세곡동과 내곡동 등 그린벨트 지역의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관련 문의 전화가 쏟아졌다. 
 
'숨어 있는 땅' 찾기가 이어지며 공공기관을 이전한 뒤 비어있는 땅 등 유휴부지를 개발하자는 얘기도 나온다. 면적은 넓지 않은 자투리땅이지만, 입지가 좋은 노른자위 땅이 많아서다. 강남구 삼성동 서울의료원 강남분원 부지와 대치동 동부도로사업소 등이 꼽힌다.  
 
전문가들은 그린벨트를 풀더라도 대규모 주택 공급으로 이어지길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개발 전문가는 “1만 가구씩 지을 큰 땅도 없고 그나마 강남 쪽뿐”이라며 “그동안 강남을 정조준한 규제를 쏟아낸 상황에서 ‘강남 신도시’를 조성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벨트를 풀어 개발을 하더라도 임대주택 중심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자칫 ‘로또 아파트’를 쏟아냈다는 비난에 시달릴 수 있어서다. 이명박 정부가 2009년부터 서초‧강남구 일대 그린벨트를 풀고 내곡‧세곡지구 등에 조성한 보금자리주택지구의 분양가는 당시 강남 일대 비슷한 평형대의 아파트 값의 절반 수준인 탓에 청약 광풍이 불었다.  
 

'로또 아파트' 논란 재현될 수도 

지난 2015년 서울 자곡, 세곡동 강남 보금자리주택 지구 내 도서관 부지의 모습. 당시 길 건너 멀리 보이는 아파트가 래미안강남힐즈다. [중앙포토]

지난 2015년 서울 자곡, 세곡동 강남 보금자리주택 지구 내 도서관 부지의 모습. 당시 길 건너 멀리 보이는 아파트가 래미안강남힐즈다. [중앙포토]

당시 세곡지구에서 2009년 분양한 LH 푸르지오 아파트 전용 84㎡는 분양가가 3억4000만 원대였는데 당시 강남구 주요 아파트 같은 크기보다 60% 정도 저렴했다. 청약 경쟁은 치열했고 청약을 기다리는 수요가 늘면서 당시 급등하던 전셋값의 이유로 꼽혔다. 거주의무기간이 있었지만, 불법 임대가 늘고 논란에 시달렸다.  
 
일단 정부는 도심 고밀도 개발,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등을 우선 추진하고 그린벨트를 고려할 계획이다. 도심 고밀도 개발은 역세권 등지의 용적률 등 밀도를 크게 높여 늘어난 공간에 공공임대를 지어 청년층과 1인 가구 등에 공급하는 방안이다. 3기 신도시에선 현재 180~200% 수준인 용적률을 더 높여서 신도시의 수용 가구를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 도심의 고밀 개발은 주택 수 확보에 한계가 있고 사실상 그린벨트나 유휴부지 외에 빈 땅을 찾기가 쉽지 않을 상황”이라며 “실제 주택 공급까지 시간은 필요하겠지만, 그린벨트 해제는 시장에 공급 의지에 대한 시그널(신호)을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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