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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임금 체불 5개월…그래도 이스타 뜨는 꿈 매일 꾼다”

 
15일 이스타항공 본사가 위치한 서울시 강서구 양서빌딩을 찾았다. 이날은 이스타항공의 명운이 걸린 날이다.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기로 한 제주항공이 "인수합병 선결 조건을 해결하라"며 "15일 자정을 넘기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최후통첩했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이 요구하는 선결 조건 중 하나가 약 260억여원의 체불임금을 해결하는 것이다.  

[르포] 이스타항공·제주항공 M&A, D-데이

 
이스타항공 본사는 상가 건물에 입주해 있어 출입이 자유로웠다. 건물 2층부터 7층까지의 사무실에서 근무 중인 사람은 채 50명이 안 됐다. 전체 사무 공간의 절반은 불이 꺼져 있었고, 2층에는 아예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50명이 못 되는 직원들도 서로 대화도 없이 컴퓨터만 응시하고 있어 사무실 분위기가 무거웠다. 
 
 
불꺼진 이스타항공 사무실. 문희철 기자

불꺼진 이스타항공 사무실. 문희철 기자

 
이스타항공 영업부의 한 직원은 “우리 팀 사원들은 자율적으로 출근하는데 오늘은 나만 빼고 모두 나오지 않았다"며 "오늘은 다른 부서도 퇴사하지 않은 보직 팀장들만 출근했다”고 설명했다. 6층에서 근무하던 직원은 “매일 아침 뉴스를 볼 때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삶이 벌써 6개월째”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내일이면 어떻게 되든 결판이 났으면 좋겠다”고 답답해했다. 
 
15일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 3층 운항본부. 문희철 기자

15일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 3층 운항본부. 문희철 기자

 

“객실 승무원이 시식코너에서…”

직원들은 우선 장기간의 임금 체불로 생계 걱정이 컸다. 이들은 지난 2월 급여의 절반도 못 받았고(40%), 3월부터는 아예 급여를 못 받고 있다. 이스타항공의 6월 말 기준 채불임금만 260억원으로 추정된다. 때문에 단기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직원들이 많다고 했다. 
 
8층 하늘정원에서 만난 이스타항공 직원은 “정비 부문 동료들은 기술이 있어서 에어컨 청소·설치 보조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가 많고, 사무직 동료들은 배달 아르바이트와 막노동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와 함께 담배를 태우던 또 다른 직원은 “같이 비행했던 객실 승무원이 대형마트 시식코너에서 시식을 권하는 모습을 보고 눈물이 나서 인사도 못하고 도망쳤다”고 말했다.
 
평소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와 이스타항공 본사를 오가던 통근버스가 15일 운행을 멈춘채 주차해 있다. 문희철 기자

평소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와 이스타항공 본사를 오가던 통근버스가 15일 운행을 멈춘채 주차해 있다. 문희철 기자

 
4층 화장실 앞에서 만난 근로자는 “공개 구직 웹사이트에서 4대 보험이 가능한 콜센터 고객상담원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봤는데 이중 취업 문제가 불거질까 봐 걱정”이라며 “일단 다음 주에 화상 면접을 보고, 합격하면 취업규칙 위반 여부를 문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금은 체불되고 있지만 200여명의 정비부문 근로자는 대부분 출근 중이다. 전국 4개 공항(인천·김포·청주·제주)에서 매일 40여명이 교대 출근하며 비행기 17대를 관리한다. 정비부문 근로자는 “혹시 비행기가 뜬다는 소식이 들릴까 봐 장맛비가 오는 날이나 햇볕이 따가운 날이나 정비사들은 묵묵히 일하고 있다”며 “밤마다 비행기가 뜬다는 연락을 받는 꿈을 꾼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 본사 6층에 외롭게 놓여있는 대통령 상패. 문희철 기자

이스타항공 본사 6층에 외롭게 놓여있는 대통령 상패. 문희철 기자

 

“아직 정부 믿는다” 

직원 중에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직원도 있다. 한 직원은 “후배가 경험 삼아서 최근 9급 공무원 시험에 응시했다고 들었다”며 “문재인 정부가 향후에도 계속 공무원 채용을 늘릴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 20대 후배들은 회사가 사라지면 본격적으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물론 정부가 이대로 이스타항공이 망하게 두지 않을 거라는 희망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다. 본사 6층 대회의실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수여한 ‘2018년 대한민국 일자리 으뜸기업’ 상패가 먼지도 없이 반짝이고 있었다. 이 앞에서 만난 한 직원은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 검색 요원 1900명도 최근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았느냐”며 “무려 1600여명의 이스타항공 임직원이 실업자가 되도록 정부가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기대했다.
 
이스타항공 임직원들은 인천국제공항 보안요원처럼 정부도 이스타항공을 지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진 이스타항공

이스타항공 임직원들은 인천국제공항 보안요원처럼 정부도 이스타항공을 지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진 이스타항공

 
미리 퇴직한 동료들을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는 “처음에 퇴직한 동료들은 퇴직금이라도 받을 수 있었다고 들었다”며 “지금은 퇴직한다고 퇴직금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 결정은 쉽게 나지 않을 전망이다. 제주항공은 15일 “일단 데드라인인 15일 자정까지는 이스타항공의 입장을 기다린다는 계획”이라며 “데드라인이 도래했다고 M&A 계약을 해지할지는 16일 이후 재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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