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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트럼프 폭주 멈춰세운 하버드·MIT의 지성

지성의 승리였다. 외국인 유학생들의 비자 발급을 중단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 이민 정책에 맞서 하버드 등 대학들이 반발했고, 일주일 만에 해당 정책이 철회됐다. 이 사안을 관심 있게 지켜본 한균태 경희대 총장은 “대학이 상아탑에만 갇혀 있지 않고 적극적으로 사회문제에 참여하는 행동하는 지성의 모범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총장 “세계 젊은이의 꿈 지켜야”
인터넷 차단된 나라 청년 예 들어
유학생 비자제한 철회 이끌어내

하버드대·MIT 법적 대응 나서자
17개 주 정부, 기업 등 지지 동참
일주일 만에 비자 제한 조치 막아

미 법원은 14일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과대(MIT)가 이민세관단속국(ICE)을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신청에서 대학의 편을 들어줬다. 담당 판사인 앨리슨 버로는 “원고와 피고 모두 (유학생 비자를 중단하지 않는) 기존의 상황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비자 취소 위기에 몰렸던 100만 명가량의 미국 유학생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앞서 6일 ICE는 100% 온라인 수업을 듣는 유학생들의 미국 체류와 신규 비자 발급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하버드대와 MIT는 ‘학생들의 학습과 취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이틀 만에 법적 대응을 취했다.
 
이날 하버드는 가처분 신청과 함께 로런스 바코 총장 명의의 성명서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유학생을 지지하며’란 제목의 글에서 그는 “많은 학생에게 하버드에서 공부하는 것은 오랜 꿈이자 중요한 성취”라며 “이들의 꿈이 훼손되거나 사라지지 않도록 우리는 맞서 싸워야 할 책임이 있고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개 대학·실리콘밸리서 지지…100만 유학생 한숨 돌렸다
 
트럼프 폭주 멈춰세운 하버드·MIT

트럼프 폭주 멈춰세운 하버드·MIT

하버드와 MIT는 가처분 신청서에서 100% 온라인 수업을 하더라도 유학생들의 미국 체류가 필요한 이유를 구체적인 사례로 설명했다. 시리아 출신의 학생은 계속되는 내전과 인도적 위기로 자국에서 온라인 학습이 불가능한 상태다. 에티오피아가 고향인 유학생은 최근 정부가 국외 인터넷 접속을 차단해 대학 홈페이지조차 볼 수 없다. 이처럼 두 대학은 여러 가지 장벽으로 모국에서 온라인 학습이 어려운 상황을 들어 ICE의 조치가 부당하다고 재판부를 설득했다. 
 
스탠퍼드와 코넬 등 59개 대학도 가처분 신청을 지지한다는 법정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200여 개 대학이 직간접적으로 지지 입장을 밝혔다. 이를 통해 한국인 유학생 A씨의 입국 금지 사례가 공개되기도 했다. A씨는 지난 8일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했지만 입국 심사대를 통과하지 못했다. 아직 수강 신청을 하지 않아 100% 온라인 수업만 듣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학들의 행동은 주 정부와 기업 등의 동참까지 이끌어냈다. 매사추세츠를 비롯한 17개 주와 워싱턴DC도 별도의 소를 제기했다. 이들은 연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팬데믹 와중에 유학생들을 추방하는 것은 끔찍하고 불법적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구글·페이스북·트위터 등 IT기업들도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의 배타적 이민정책에 대한 반사회적 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날 수 있던 것은 하버드와 MIT를 비롯한 대학들의 적극적인 ‘사회 참여’ 덕분이다. 한균태 총장은 “현실과 동떨어져 상아탑에만 머물지 않고 사회 참여에 적극적인 인재를 기르는 교육철학이 큰 힘을 발휘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하버드에선 이런 내용의 교시가 주출입구 중 하나인 덱스터 게이트(Dexter Gate)에 깊이 음각돼 있다. 밖에서 안으로 들어올 때는 ‘enter to grow in wisdom’, 나갈 때는 ‘depart to serve better thy country and thy kind’라고 쓰여 있다. 대학에 와서는 지혜를 배우고 졸업한 뒤에는 더 나은 세상과 인류를 위해 봉사하라는 뜻이다.
 
하버드대 객원과학자인 송인한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미국과 유럽의 여러 대학들이 순수학문에만 몰두하지 않고, 지역과 국제사회에 밀접히 관여하는 ‘참여 대학’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단순히 자원봉사가 아니라 사회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리더를 양성하고 현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공하는 역할을 강조한다”고 했다.
 
이번 유학생 비자 금지 정책을 철회하는 데 앞장섰던 하버드대의 바코 총장은 2018년 취임사에서 “앞으로도 대학의 공공 역할을 확대한다는 전통을 계속 우선순위에 두겠다”며 “모든 학생이 사회 전 분야에서 깨어 있고 참여하는 시민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의 공과대학인 MIT도 인문학 교육을 통한 사회 참여를 강조한다. ‘위대한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다’는 교시처럼 MIT는 좋은 생각의 토대가 될 수 있는 ‘리버럴 아츠(Liberal Arts·교양교육)’에 집중한다. 모든 학생은 역사학·철학·언어학·문학 등을 의무적으로 들어야 한다.
 
국내에서도 2011년 경희대가 후마니타스 칼리지를 설립해 교양교육을 통한 학생들의 사회 참여를 독려했다. 그 결과 경희대 학생들이 과대포장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질소가 충전된 과자 봉지로 만든 뗏목을 타고 한강을 건너 이슈화하는 등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 나섰다.
 
윤석만 사회에디터 겸 논설위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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