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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박원순 피해자 보호 조치中" 이랬던 여가부, 논의도 안했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가운데)과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왼쪽)이 6월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여성가족위원회 당정청협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가운데)과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왼쪽)이 6월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여성가족위원회 당정청협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성가족부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 관련 입장'을 내고 피해자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실질적인 대응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희정 미투 사건 때 피해자 보호 적극 나선 여가부, 박원순엔 소극 대응 왜

박 전 시장 피해자를 보호하고 있는 지원기관들에 따르면 여가부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후 피해자 보호 등과 관련해 지원기관과 제대로 논의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가부 관계자는 15일 관련 질의에 "지원기관에 피해자 보호 등과 관련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며 "다만 지원기관이 피해자 관련 언급을 하기 꺼려한다"고 말했다. 
 
여가부는 전날 입장문에선 "여성가족부는 성폭력피해자보호법에 따라 피해자 회복과 보호에 필요한 지원과 조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현재 이 사건의 피해 고소인은 피해자 지원기관들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여성가족부는 지원기관 협력체계를 통해 추가로 필요한 조치들을 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관련 법에 따라 지원기관이 해당 피해자를 보호하고 있는데, 사건 발생 전후로 피해자 보호에 아무런 방안을 내놓지 않던 여가부가 뒤늦게 "피해자 지원과 조치를 하고 있다"고 생색을 낸 셈이다. 
여가부가 지원기관에 연락을 취했다고 하지만, 정작 여성의전화 등 지원기관들은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자 '2차 가해'를 우려하며 관련 대책을 요구했다.   
 
여가부의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성폭력피해자보호법)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가 발생하면 지원기관이 피해자 보호에 나서게 된다. 성폭력 관련 보호·지원기관은 1366(여성긴급전화), 해바라기센터, 한국성폭력상담소, 쉼터, 한국여성의전화 등이 있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가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가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번 피해자는 성폭력상담소와 여성의전화 등이 나서 보호 중이다.  
 
여성계에서는 주무부처인 여가부가 성폭력 피해자 보호에 있어 제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고 성토한다.  
 
한 여성계 인사는 "다른 지자체도 아니고 서울시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이고, 상대가 서울시장이었다"며 "서울시의 피해자에 대한 제대로된 조사·처분을 기대할 수 없는 만큼 여가부가 서둘러 개입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통상 공공기관이 연루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사건의 경우 여가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나서 2차 피해를 예방하고 해당 기관을 감사해왔다. 
 
실제 여가부는 2018년 3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행 의혹이 불거졌을 땐 다음날 충남도에 대해 특별점검에 나섰다. 
그 해 3월 5일 정무비서 김지은 씨가 미투 폭로를 했고, 여가부는 6일 "용기 내 폭로한 피해자가 2차 피해에 노출되지 않도록 철저히 보호하고 상담과 무료 법률 지원, 의료비와 심리치료 등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건 수사 등이 피해자의 관점에서 공정히 이뤄질 수 있도록 모니터링하겠다"고 했다.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018년 3월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열흘 만에 재출석하고 있다. 뉴스1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018년 3월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열흘 만에 재출석하고 있다. 뉴스1

 
또 '공공부문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특별신고센터' 운영 방침을 밝히고, "신고자와 상담 후 국가인권위원회, 고용노동부, 소속기관 등에 적절한 조치와 대책을 수립하도록 요청하겠다"며 "신고자가 기관 내에서 적절히 보호받으면서 사건이 해결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해 8월 1심에서 안 전 지사에 대한 무죄 판결이 나왔지만 여가부는 피해자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에서는 피해자 보호에 전과는 180도 다르게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9일 성추행 사건이 알려지고 닷새 만인 14일 관련 입장을 냈지만, 실질적인 피해자 보호 대책은 지원기관과 경찰 수사에서 이뤄지는 형국이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발인이 엄수된 13일 오후 경남 창녕군 박 시장 생가에 영정사진이 들어오고 있다. 뉴스1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발인이 엄수된 13일 오후 경남 창녕군 박 시장 생가에 영정사진이 들어오고 있다. 뉴스1

여가부가 불과 2년 사이에 피해자 보호에 대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걸 두고 정부 안팎에선 청와대와 여당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안희정 전 지사 미투 사건 때는 정현백 전 장관이 여가부를 이끌었다. 이정옥 장관은 지난해 9월 취임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듣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고(故)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등과 관련해 사과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듣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고(故)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등과 관련해 사과했다. 연합뉴스

한 정부 관계자는 "2018년에는 여당이 안 전 지사 사건에 빨리 나섰고, 여가부도 큰 부담은 없었을 것"이라며 "이번에는 청와대와 여당에서 뒤늦게 입장을 낸 게 영향을 주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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