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청와대·여당 빠진 백선엽 안장식, 美에이브럼스가 추모했다

'6·25 전쟁 영웅' 고(故) 백선엽 장군이 15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조국을 수호하던 칼을 놓았다. 70년 전 입었던 전투복 차림의 그가 잠든 관이 내려가는 동안 하늘에선 비가 내렸다. 
15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 장군 2묘역에서 열린 고(故) 백선엽 장군 안장식이 엄수되고 있다. [국가보훈처 제공]

15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 장군 2묘역에서 열린 고(故) 백선엽 장군 안장식이 엄수되고 있다. [국가보훈처 제공]

 

김종인 비대위원장 등 통합당 의원 대거 참석
靑 김유근, 與 민홍철·김병주 영결식만 참석
장남, "전우와 다시 만나는 아버지 꿈 이뤄져"

서욱 육군참모총장이 장의위원장을 맡아 주관한 백 장군의 영결식과 안장식이 이날 오전 7시 30분, 11시 30분 각각 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인원 통제로 영결식장에는 90여명만 출입이 허용된 가운데 정경두 국방부장관, 박한기 합참의장,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 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 사령관, 역대 참모총장 등 전·현직 군 관계자가 자리를 함께했다.
 
영결식에 참석한 18명의 정치권 인사 대부분은 야권 인사들이었다. 통합당에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이종배 정책위의장, 김선동 사무총장, 성일종·김현아 당 비대위원, 당 재외동포위원장인 김석기 의원,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 배준영 당 대변인, 합참 차장 출신인 신원식 의원 등이 참석했다.


15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고(故) 백선엽 장군 안장식'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고(故) 백선엽 장군 안장식'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선 지도부가 불참한 채 국방위원장인 민홍철 의원, 국방위 간사인 황희 의원,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출신 김병주 의원 정도가 자리를 지켰다. 청와대 인사로는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이 대표 참석했다.
 
영결식은 육군 의장대원들이 위패, 영정, 고인이 생전에 받았던 태극무공훈장과 미국 은성무공훈장, 태극기로 감싼 관을 들고 오는 것으로 시작됐다. 백 장군의 부인 노인숙 여사와 장남 백남혁씨 등 유족 9명이 그 뒤를 따라 입장했다. 유가족은 백 장군이 6·25 전쟁 당시 입었던 미군 전투복과 비슷한 옷을 수의로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 장군 2묘역에서 열린 고(故) 백선엽 장군 안장식에서 부인 노인숙 여사와 유가족이 헌화와 분향을 하고 있다. [국가보훈처 제공]

15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 장군 2묘역에서 열린 고(故) 백선엽 장군 안장식에서 부인 노인숙 여사와 유가족이 헌화와 분향을 하고 있다. [국가보훈처 제공]



추도사는 송영근 예비역 중장이 맡았다. 그는 “한·미연합사령부에 근무할 때 고인의 저서가 미 장병 필독서로 활용되고 미군들이 ‘진정한 영웅’이라면서 고인에게 인사드리는 모습을 지켜봤다”며 “미군은 이렇게 백 장군을 수호하는데 정작 우리는 살아있는 영웅을 제대로 모시지 못했나 회한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장으로 동작동(서울현충원에)에 모시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추도사에서 “위대한 인물에 대한 추도사를 전달할 수 있는 영광을 갖게 돼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백 장군은 거목이셨고, 사심이 전혀 없으셨으며, 겸손하고 정이 많으신 분으로 한·미 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일생 끊임없이 노력하셨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그는 또 “백 장군은 지상 전투의 가장 절망적이고 가장 암울한 순간에서 유엔군 전력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한국군을 이끌었다”며 “백 장군의 삶을 조용히 기억하고 되돌아보자”고 말했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전우여, 안녕히 가시라(Farewell, friend)”고 작별을 고했다.


15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고(故) 백선엽 장군 안장식'에서 참석자들이 백 장군이 참전한 8곳의 전적지에서 가져온 흙을 하토(下土)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고(故) 백선엽 장군 안장식'에서 참석자들이 백 장군이 참전한 8곳의 전적지에서 가져온 흙을 하토(下土)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남인 백남혁씨는 이어지는 유가족 대표 인사말에서 “평소 아버님께서는 6·25 전쟁 승리는 아버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당시 참전하셨던 모든 전우의 공이었다고 말씀하셨다”며 “아버님께서는 6·25 전쟁에 참전했던 모든 전우의 이름 한분 한분 기억하시며 그리워하셨고 보고 싶어 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저 하늘에서 모든 전우와 만나게 돼 아버님의 꿈이 이뤄졌다”며 “이별은 슬프지만, 아버님이 그토록 보고 싶어 하던 전우들을 만날 수 있게 돼 유가족들은 또 다른 의미를 느끼게 된다. 아버님은 국군을 사랑하셨다. 아버님께서는 대한민국을 극진히 사랑하셨다”고 말했다.
 
역대 연합사령관들도 추모 메시지를 보냈다. 버웰 벨 전 사령관은 “백 장군은 미국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끈 조지 워싱턴과 같은 한국군의 아버지”라고 평가했고, 빈센트 브룩스 전 사령관은 “백 장군의 한·미동맹에 대한 영향을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이와 별도로 14일(현지시간) 모건 오테이거스 대변인 명의의 애도 성명을 내고 “백 장군의 별세에 미국은 가장 깊은 조의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이어 “한국 최초의 4성 장군으로 한국 전쟁 당시 자신의 조국을 향한 백 장군의 헌신은 미국과 한국이 오늘날까지 지키고 있는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위한 투쟁의 상징”이라며 “외교관으로서 정치인으로서, 백 장군은 국가에 봉사하고 한미 동맹을 구축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했다.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고(故) 백선엽 장군 영결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기자협회]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고(故) 백선엽 장군 영결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기자협회]

 
40분간의 영결식 후에 국군 부대기에 둘러싸인 차량은 백 장군의 영현을 모시고 대전현충원으로 출발했다. 시민 200여명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면서 백 장군이 떠나는 길을 배웅했다.
 
백 장군의 운구 행렬은 긴장된 분위기 속에 대전현충원에 도착했다. 그의 국립묘지 안장을 놓고 찬반 단체가 현충원 입구 도로를 가운데 두고 대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광복회 등 독립유공자단체는 “친일반민족행위자 백선엽 대전현충원 안장 반대” 등의 구호를 외쳤고, 대한민국재향군인회 등 예비역 단체는 “백 장군은 구국의 영웅”이라고 맞섰다. 경찰은 8개 중대 420명의 인력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서 진행된 안장식에는 1000여명 인파가 운집한 가운데 정부 대표로 정경두 국방부장관 대신 박삼득 국가보훈처장이 참석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가 지방 일정을 마친 후 합류했고,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영결식에 이어 안장식에서도 자리를 지켰다.
 
해리스 대사는 이날 저녁 트위터로 안장식 참석 사실을 알리면서 “백 장군은 그의 조국을 위해 봉사했고 한미동맹을 위해 큰 이바지를 했다”며 “백 장군의 명복을 기원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안장식에 청와대와 여당 인사는 불참했다. 국방위 소속 하태경·신원식 통합당 의원이 안장식에서 헌화했다.
 
백 장군 관에는 전우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백 장군의 생전 뜻대로 경북 칠곡 다부동과 경기도 문산 파평산 등 그가 참가한 격전지 8곳의 흙이 뿌려졌다. 서욱 육군참모총장은 “눈 감는 순간까지도 백 장군은 국가와 국민의 발전을 기원했다”며 “무거운 짐을 후배들에게 맡기고 편하게 눈을 감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대전=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