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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커] 도지코인 신드롬에서 코인 뉴노멀 찾는다?

[출처: 레딧]

 

[파커’s Crypto Story] 인생에선 종종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곤 합니다. 특히 인간 감성이 직접적으로 개입되는 사회·문화 영역에서 관련 현상이 많이 발견되는데요. 최근 문화 플랫폼의 정점을 찍고 있는 유튜브에도 재밌는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 분야에서 단연 눈에 띄는 유튜버는 ‘sake L’입니다. 다른 유튜버들이야 어떤 분야의 영상을 찍어내든, 꾸준히 콘텐트를 공급한다는 점에서 ‘노력’의 요소가 들어가게 됩니다. 그런데 sake L이라는 유튜버가 올린 영상은 단 2개뿐인데도 날이 갈수록 채널의 인기가 드높아지고 있습니다.

 

물론 2개의 콘텐트에 엄청난 노력과 퀄리티가 담겨있기 때문에 주목을 받았던 것이라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 그도 아니라는 것에 있습니다. 2개의 콘텐트 중 하나는 이마트 로고송을 2배속으로 5시간 동안 반복한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노동요’라는 제목으로 각종 노래를 50분 분량으로 1.5배속 편집한 영상입니다. 현재 이 채널의 ‘노동요’ 영상은 1587만회, ‘이마트’ 영상은 조회수 840만회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이 채널이 잘됐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영상이 업로드된 2015년 당시만해도 유튜브 알고리즘이 이성의 영역을 가리키고 있었는지 별다른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2018년무렵부터 알 수 없는 메커니즘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내더니, 이윽고 조회수 1000만회를 뛰어넘었습니다. 급기야 매체 기자와 스타 유튜버로 유명한 ‘진용진’도 sake L이라는 정체불명의 인물을 수소문해 인터뷰를 요청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에 대해 sake L은 노동요 영상에 “인터뷰X 응한 적도 컨택한 적도 없음이라며 “모르는 분 신상 캐지 마세요. 더 귀찮아지면 그냥 영상 내림”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인지도를 얻을 수 있는 인터뷰 요청을 시크하게 거절하자, 역설적이게도 sake L 채널은 더욱 인기를 얻었습니다. sake L을 상징하는 엘모와 핵폭발 합성 장면은 어느새 그의 채널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하나의 밈(Meme,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상징적 콘텐트)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도지코인은 언제부터 코인 문화의 아이콘됐을까

한국 유튜브 채널에 sake L의 사례가 있다면, 암호화폐 시장에는 도지코인이 있습니다. 도지코인은 2010년대 초반 인터넷 밈을 호령했던 도지(Doge)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암호화폐입니다. 원래는 시바견 사진을 하나 걸어놓고 서양 커뮤니티에서 도그(Dog)로 지칭했던 밈이 어느 순간, 코인판의 ‘호들(Hodl)’처럼 도지로 잘못 불려지게 되면서 선풍적 인기를 끌게 됐습니다. 도지의 묘한 표정도 인기에 한몫했습니다.

 

이러한 도지의 인기에 가치를 부여한 것은 IBM 개발자 출신이었던 빌리 마르쿠스(Billy Marcus)와 어도비(Adobe)에서 근무하고 있었던 잭슨 팔머(Jackson Palmer)였습니다. 2013년 당시 마르쿠스가 커뮤니티에 농담으로 올린 도지코인 개발 계획에 팔머가 응하면서 도지코인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라이트코인 기반의 럭키코인을 하드포크함으로써 도지코인을 세상에 내놓게 됩니다.  마침 2013년은 잡지 ‘와이어드’가 도지를 올해의 밈으로 선정했을 정도로 도지가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시절입니다. 이에 따라 아직 본격적인 코인 붐이 일어나지 않았던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코인으로 부상할 수 있었습니다.

 

#펀더멘탈로는 설명이 안 된다

사실 도지코인을 기존 주식이나 다른 주요 암호화폐와 같은 펀더멘탈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도지코인은 비트코인처럼 모든 암호화폐의 중심이 되는 역할을 수행하지 않습니다. 이더리움처럼 플랫폼 역할을 담당하는 것도 아니죠. 그렇다고 다른 알트코인처럼 토큰 분배 구조 조절을 통해 가격 상승을 유도하지도 않습니다. 도지코인은 매 블록마다 1만 개의 코인이 생성됩니다. 블록 생성이 약 1분꼴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공급량이 가파른 편에 속합니다. 여기에 개발 초기 생산량이 1000억 개로 고정돼 있었으나, 현재는 무제한 생성으로 변경된 상태입니다. 곧, 토큰량 조절을 통한 수요와 공급의 원리를 따라가지도 않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코인 획득 과정에서 특정 세력의 독과점 현상이 있었던 걸까요. 만약 특정 세력의 물량이 지나치게 비대했다면 급격한 가격 상승이 납득될만 합니다. 물량 장악으로 인한 가격 조작은 모든 투자시장에서 나타나는 어두운 현상 중 하나니까요. 하지만, 도지코인의 경우 그런 흔적도 크게 보이지 않습니다. PoW(작업증명)라는 도지코인의 특성상 특정 채굴풀의 독과점 현상을 우려할 수 있지만, 어느 한 세력이 과반을 장악하는 등의 현상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도지코인 보유 지갑 상위권 리스트를 살펴봐도 동일한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도지코인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지갑은 전체 물량 중 약 14.6%를 보관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모두 5%도 안되는 물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도지코인 신드롬, 상징성은 도지에서 도지코인으로

그래도 도지코인의 펀더멘탈이 있다면, ‘도지’ 자체의 인지도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따르면 2010년대 후반 도지코인의 인기는 수그러들었어야 정상입니다. 도지 밈의 정점은2010년대 중반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201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는 ‘도지’가 아닌 ‘도지코인’이 하나의 상징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전세계의 도지코인 커뮤니티가 도지코인을 활용한 모금 활동을 계획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당시 도지코인을 통해 자메이카 봅슬레이 팀을 후원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외에도 많은 도지코인 커뮤니티가 도지코인 기반 후원 프로젝트를 기획했습니다.

 

이후 2018년 암호화폐 시장 침체기와 함께 도지코인의 활성도 역시 덩달아 떨어진 경향이 없지않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2020년 들어 도지코인은 그 특유의 상징성으로 인해 다시 한번 주목을 받게 됩니다. 먼저 혁신 사업가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일론 머스크가 올해 3월 자신의 트위터에 강아지 사진을 올리면서 “그들은 최고의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다”고 언급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2019년 4월에도 “도지코인은 내가 좋아하는 암호화폐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도지코인은 멋지니까”라고 한 바 있죠. 급기야 7월 들어서는 ‘도지코인 신드롬’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의 밈이 틱톡에서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짧은 동영상을 소비하는 플랫폼인 틱톡에서 “틱톡 이용자가 8억 명인데 25달러씩만 도지코인에 투자해도 가격이 1달러가 될 수 있다”는 식의 영상이 유행을 타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도지코인의 가격은 0.002달러선에서 0.004달러선까지 치솟았습니다. 물론 현재는 틱톡에서 불어닥친 열기가 가라앉아 0.003달러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도지코인발 뉴노멀?...토큰화에 대한 접근방식을 바꿔보는 건 어떨까

이번에 발생한 도지코인 이슈에서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펀더멘탈에 대한 문제입니다. 토큰 컨셉뿐만 아니라 개발사나 프로젝트 주체가 명확한 대부분의 암호화폐는 투자자들로부터 펀더멘탈을 측정 받게 됩니다. 이를테면 암호화폐 거래소의 펀더멘탈에는 거래량·코인 보유율·상장 코인 건전성 등이 포함될 수 있겠죠. 그런데 애초부터 도지라는 밈이 유행해서 ‘재미’로 만들어진 도지코인은 펀더멘탈의 요소가 추상적입니다. 그나마 측정할 수 있는 요소라면 커뮤니티 크기 정도가 있을텐데요. 이마저도 도지 자체가 문화적 요소를 강하게 가진 밈이기 때문에, 가만히 있다가도 커뮤니티 크기가 한순간에 주저앉거나 폭발할 수 있는 변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곧, 도지코인은 태생부터 문화처럼 추상적인 요소에 크게 좌우될 수 있는 암호화폐인 셈입니다.

 

이를 역으로 생각해보면, 도지코인 현상을 응용한 토큰화 작업을 추진해볼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최근 순풍을 타고 있는 주식시장의 토큰화 작업입니다. 그중에서도 도지코인 신드롬을 응용할만한 사례는 펀더멘탈과 괴리가 있어보이는 테마주 섹터가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도지처럼 사회·문화적 브랜딩이 쉬운 정치 테마주가 토큰화 작업에 알맞을 수 있습니다.

 

그간 한국 주식시장에서의 정치 테마주는 “B주식의 대표가 A대선 후보와 대학교 동문 사이”, “C주식의 최대주주가 B대선 후보와 같은 지역 포럼 운영위원 출신”과 같은 구실을 붙여 인위적 주가 흐름을 만들어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래서는 해당 주식의 본래 펀더멘탈과는 괴리가 생길 뿐만 아니라, 정치인이 얻는 실익도 적어집니다. 그러느니 대선 후보가 자신의 선거에 쓰일 토큰을 직접 만들어 사용처를 투명하게 밝히고, 투자자들에게도 대선 결과에 따라 투자 수익을 보장하는 모델(잘 안될 시 리스크도 감당)을 만드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하면 테마주에서의 괴리를 방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치인이 후원금을 양지에서 모금하는 일도 어느정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아예 처음부터 “해당 토큰의 전체 물량 중 N%는 선거 자금을 위해 현금화하겠다”는 단서를 달아만 놓아도, 정치인들의 음지 모금 현상이 조금은 해결될 수 있을지 모릅니다. 미국에선 정치 후원금 관련 로비 문제가 심각해서 “미 대선 후보들은 월가에 지배 받는다”는 이야기까지 들릴 정도니까요. 이러한 방식의 토큰화 추진은 어쩌면 ‘후원금의 탈중앙화’ 측면에서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토큰화 추진 뒤에도 유통량을 교묘하게 바꾼다거나, 필요 이상의 시장 광기가 일어나는 등의 현상은 똑같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그런다 하더라도 블록체인에서는 COSM 사태처럼 유통량 괴리를 개인 투자자가 발견하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또한 시장 광기 역시 최소한 정치인과 표면상 연결고리가 없는 기업이 펀더멘탈 괴리를 일으키진 않는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암호화폐 트렌드에 독특한 길을 내놓은 도지코인의 응용사례가 신선하고 건전하게 나올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박상혁 기자 park.s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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