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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비전 포럼] “현안별로 미국이냐, 중국이냐 선택해야…국익이 열쇠”

11월 미국 대선의 결과에 따라 미·중 전략 경쟁이 요동칠 전망이다. 왼쪽부터 미국 민주당 후보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재선을 노리는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11월 미국 대선의 결과에 따라 미·중 전략 경쟁이 요동칠 전망이다. 왼쪽부터 미국 민주당 후보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재선을 노리는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미·중 전략적 경쟁이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 13일 '미·중 전략적 경쟁과 한반도'를 주제로 열린 한중 비전 포럼 5차 모임에서 “한국의 경제·군사력이 중국을 저지할 수 있고, 외교력은 청와대 외사처를 넘어설 때 기회의 창이 열린다”며 “미국과 중국이 한국을 어떻게 보느냐는 결국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합의를 이룬 국익이 미·중 충돌의 시대를 돌파할 열쇠라는 결론이 도출됐다. 다음은 5차 회의 토론 전문

중국의 전략과 대응 연속 진단〈5〉
‘미·중 패권 경쟁과 한반도’ 토론 전문
중국의 경제·군사력 저지 가능하고
외교의 정치화 넘어야 기회 열려
시장경제·자유무역·비차별 원칙
중견국 뭉쳐 미·중 압박 대응해야

 
[외교·안보]
정재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김상선 기자

정재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김상선 기자

▶정재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미·중관계연구센터 소장) 발제=미·중 관계는 반쯤 찬 물잔에 비유할 수 있다. 반 잔밖에 안 남았다, 반 잔이나 남았다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우선 90년대에 미국 주류는 중국을 기껏해야 ‘미들 킹덤(middle kingdom)’ 정도로 봤다. m은 대문자가 아닌 소문자, 잘나가야 중진국 정도의 큰 나라였다. 중국 역시 자신이 대국은 맞으나 강국은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2000년대 들어 ‘일초다강(一超多强)’, 즉 미국이 하나의 초강대국이고 중국은 여러 강대국 중 하나로 인식했다. 2000년대 중후반, 중국이 경제적으로 이탈리아→프랑스→영국→독일→일본을 제치자 미국은 중국을 준 경쟁자로 보기 시작한다. 중국도 대국과 강국 개념을 혼용하기 시작한다. 2010년대 들면서 미국은 중국을 (기존 질서를 바꾸려는) 수정주의적 동급경쟁자로 보게 된다. 트럼프 행정부 이후 시각이다. 단 트럼프 집권은 하나의 중요한 촉매작용을 했을 뿐 그러한 시각은 상당 기간 축적되어온 것으로 봐야 한다.
오바마 정부의 마지막 국가안보전략보고서(2015)에 중국이라는 단어는 딱 10번 나온다. 2년 후인 트럼프 행정부의 첫 번째국가안전전략보고서(2017)에 중국은 36번 언급된다. 중국이 수정주의 세력으로 인식되었다. 2020년 현재 시점에서는 중국이 공세적이라는 공감대는 넓어지고 있다. 2001년 중국의 WTO 가입을 허용한 이후 지난 20년 동안 가입의 전제였던 중국의 시장경제 도입, 민주주의 수렴, 인권 존중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판단 아래 지난 행정부들의 대중 정책에 대한 깊은 성찰이 이뤄졌다.
공세적 중국의 주요 근거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말하는 중국몽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미국 우선주의와 양립하기 어렵다. 중국이 30년간 견지해 왔던 대외 관계 3대 원칙 중 첫 번째인 “우두머리가 되지 않겠다(不當頭)”가 2014년 이후 사라졌다. “패권을 추구하지 않겠다” “확장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나머지 두 원칙이 미래에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역시 의문이다. ‘중국 방안’이라는 ‘중국지치(中國之治, Chinese way of Governance)라는 개념을 내세워 이미 체제 경쟁에 뛰어들었다. 반(反)서구적이며 반(反) 민주·시장의 중국 나름의 뭔가를 만들고 있다. 또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일대일로(BRI), 위기대응기금(CRA) 창설에 이어, 2017년 중국은 미국·러시아를 비판했던 해외군사기지를 아프리카 지부티에 건설했다. 2018년 건군절 기념식 사진을 보면 군사기지가 맞다. 또 중국은 경제 의존도를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영국·프랑스·일본·한국·필리핀·몽골·베트남·대만·노르웨이·필리핀·호주 등 다양한 이슈에서 샤프파워로 불리는 경제 제재를 마다치 않는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해상투명성구상(MTI)에 따르면 중국 공무선의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진입이 2012년부터 급속히 증가했다. 글로벌 선전도 시작했다. 중국국제텔레비전(CGTN)을 만들어 24시간 전 세계 영어방송을 시작했고, 워싱턴포스트 등 전 세계 30개국 유력지에 유료 광고를 기사처럼 싣고 있다. 중국의 국영 라디오는 12개국 34개 방송사를 소유하거나 지분을 통제하고 있다. “중국 이야기를 잘 말하는(Telling China story well)” 사람을 각 나라에 양성하면서 영국·호주 등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상호 인식 악화도 심각하다. 여론 조사를 보면 첫째, 미국인의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급증한다. 둘째 미국인의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중국인의 미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보다 높다. 셋째 미국인의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미국 정부의 대중국 정책과 긴밀히 연계되고 있다. 최근에는 하루에도 몇 건씩 미·중이 서로 주고받는 조치와 정책을 내놓고 있다. 미정부가 말하는 전 정부적 접근(Whole-of-government approach), 전 사회적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 중국도 각각에 대한 대응조치를 내놓고 있다.
일견 미국이 더 많은 조치를 내놓는 것처럼 보이지만 중국이 폐쇄된 권위주의 시스템이란 점도 고려해야 한다. 중국에 주재하는 미국 외교관이 지방 정부의 관리를 만나려면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미국도 주미 중국 외교관에게 주 정부 관리를 만날 때 국무부 승인을 받도록 대등한 조치를 뒤늦게 만들었다.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기 위해’ 미국의 조치가 더 많아진 듯 보일 뿐이다.
미·중 관계는 어디로 갈까. 학계에서는 중국이 동아시아 지역의 패권을 먼저 획득하고 이를 기반으로 전 지구적 패권을 추구할 걸로 보았지만, 지금 중국은 길을 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중국 혁명을 도시가 아닌 농촌에서 시작했듯이, 미국의 인도·퍼시픽 전략과 같은 주요 전장(戰場)을 우회해서 바깥으로부터 영향력을 늘인 다음에 동아시아로 돌아올 수 있다.
미·중 전략적 경쟁이 열전(熱戰, Hot war)으로 가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동의한다. 미국과 소련 사이에 전쟁이 없었듯, 핵 억지가 작동할 것이란 의견이다. 단 가능성이 작지만 제로는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유로 70주년을 맞은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미국이나 서방 어느 국가도 중국의 한국전쟁 참전을 예측한 나라는 없었다. 건국 1년이 채 안 된 나라가 핵무기와 유엔의 지원을 받은 미국과 한판 대결을 벌이리라 생각지 못했다. 이성적·합리적 결정은 아니었다. 역사적으로 1592년 명(明)나라는 조선을 도와준 뒤 곧 망했다. 1895년 거의 망해가던 청(淸)이 조선에 대한 종주권을 지키기 위해 청일전쟁에 출병했다. 중국이 정말 승부를 걸 때 가능성을 제로라고 보기에 앞서 역사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작은 일들의 중요성”이라는 말이 있다. 최근 남중국해에서 벌어지는 미국의 자유항행작전(FONOPs)에서 실제로 미국과 중국의 군함과 군용기 사이에서 근접 조우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현재는 미국이 ‘방어 기동(defensing maneuver)’를 하고 있다. 만일 미국이 ‘방어 기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하는 순간 남중국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2001년 하이난(海南) 인근서 일어난 미 해군 정찰기 EP-3와 중국 전투기 충돌 사건이 지금 발생할 경우 당시처럼 끝날 수 있을까. 어디까지 확대될 것인지는 현재 아무도 모른다고 말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은 핵무기 보유국으로 열전 가능성은 작다. 중국은 북한을 제외하면 동맹국이 없어 동맹 사이의 대리전쟁이 일어나기도 어렵다. 직접 전쟁이 어렵고 대리전쟁도 어렵다. 대신 미국과 중국은 계속해서 역내 국가에 와서 묻는다. “우리 편이냐 아니냐?” 아직은 중국만 자기편이 아니라고 했을 때 경제적 제재를 했을 뿐, 미국은 제재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중 전략적 패권 경쟁이 첨예해진다면 미국도 중국과 비슷하게 ‘징벌’을 할 것이고, 게임은 복잡해질 것이다.
미·중 갈등과 관련해 두 가지 질문이 나올 수 있다.
첫째, 미국과 중국 사이에 만일 세력 전이(교체)가 실제로 일어난다면, 얼마나 빨리 일어날 것이냐는 질문이다. 영국과 미국 사이에서는 72년 걸렸다. 미국이 영국의 GDP를 넘어선 1872년부터 브레턴우즈(Bretton Woods) 체제가 만들어진 1944년까지 72년이 걸렸다. 지금 중국은 미국 GDP의 70% 수준으로 아직 추월 전이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의 세력 전이에는 다른 요인이 생길 수 있다.
두 번째 질문은 과연 미국은 제2의 영국이 될 것 인지이다. 영국이 갖고 있었던 자원이나 배경과 미국과 큰 차이가 있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파장을 보자. 현재는 미·영 세력 전이와 다른 상황이다. 네 가지 과정이 중첩되고 있다. 지정학(Geopolitics)의 귀환, 4차 산업혁명의 발달, 팬데믹의 발생, 글로벌 경제위기까지 중첩해서 발생하고 있다. 이들이 국제관계의 패러다임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는 현재 누구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선진국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점도 중요하다. 선진국의 기준에 대한 재설정 논의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국가 주도의 위기관리 체제와 민간 시장이 주도하는 체제 사이의 충돌이 결국 체제 경쟁으로 나타나고 있다. 냉전 1.0 시대의 특징이다. 만일 지난해 ‘냉전 2.0’ 여부를 물었다면 ‘냉전 1.4’ 정도로 대답했겠지만, 지금은 1.7~1.8로 넘어가고 있다.
한국의 입장과 대응에 대한 부분이다. 다 같이 고민할 몇 가지 포인트다. “외교는 전례와 기록을 기반으로 진화하는 생물”이라고 한다. 갑자기 초인적인 대통령이나 초인적인 외교부 장관과 국가안보실장이 한국 외교를 하루아침에 뜯어고칠 수 없다. 외교는 상대방이 있고 상대와 겪은 전례와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1992년 수교 이후 한·중 관계, 한미 동맹 결성 이후 한·미 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
특히 지난 10여년간 심화한 ‘외교의 정무화’와 한국 외교의 고질적 병폐인 ‘조용한 외교’가 계속되는 한 미·중 딜레마를 해결하기 어렵다.
여전히 정계와 학계 일부에서 “미·중 사이에 꼭 선택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 들린다. 정치적 발언일 수는 있지만 이제 현실에서 통하지 않는 말이다. 개별 현안에 대한 선택이 매번 불가피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
도광양회(韜光養晦)라는 말이 한국에서 일상용어가 됐듯이, 이제 ‘헤징(hedging)’이 일상용어가 됐다. 하지만 과연 헤징에 대한 공통된 이해가 있는지 묻고 싶다. 마치 비핵화를 이야기하는 것 같다. 서로 다른 개념의 비핵화를 이야기하듯이 헤징을 말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한국은 ‘국익’ 개념을 갖지 못한 나라다. 미국인에게 물어보면 국토안보, 자유시장 경제와 민주, 미국적 가치의 확산 세 가지를 말한다. 중국은 주권·안보·발전이익 혹은 경제이익이다. 한국인에게 물어볼 경우 국익이라는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을까? 지금까지도 없던 것을 지금처럼 국론이 양극화된 상황에서 국익을 하나로 묶어내는 일을 과연 누군가 할 수 있을까. 국익이라는 기본 개념은 필드에서 활약하는 외교관에게는 매뉴얼이며, 국민에게는 외부에서 충격이 왔을 때 똘똘 묶어내는 역할을 한다. 한국에서는 국익이 쉽게 무역·투자·관광으로 환원된다. 결코 무역·투자·관광이 국익의 모든 것일 수는 없다. 국가의 품격·평판과 같은 ‘현금화(Monetised)’ 할 수 없는 국익이 존재한다. 왜 갈수록 작은 나라가 한국에 시비를 걸기 시작하는지 생각한다면 중요한 이슈다.
끝으로 한·미 동맹 문제이다. 재래식 전력에서 북한을 통제하더라도 북한의 핵을 어떻게 할 것인가? 아직은 미국이 코너에 몰렸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미국 편이 아닌 나라를 징벌하지 않고 있다. 중국과 다르다. 만일 그 시점이 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한국이 장기적 생각을 가졌는지 묻고 싶다.
 
신정승 동서대 석좌교수(전 주중대사) 김상선 기자

신정승 동서대 석좌교수(전 주중대사) 김상선 기자

▶신정승 동서대 석좌교수(전 주중대사)=정재호 교수는 1990년대 이후 미·중 관계의 흐름을 보면서, 양국 간 패권 경쟁을 설명하고, 특히 트럼프 이후 강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세력 전이가 과연 이뤄질 것인지 의문은 남아있지만, 영·미 세력 전이보다 빠를 가능성을 지적했다. 코로나19가 국제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지적하고, 선진국 기준에 대한 변화와 체제 경쟁의 심화를 말했다. 끝으로 한국 외교의 정무화, 조용한 외교에 대한 비판, 선택이 불가피한 시기가 다가오는데 국익에 대한 컨센서스가 없다는 점을 언급하고, 무역·투자·관광에만 관심을 쏟는 것아니냐며 국가의 품격도 중요하다는 말씀을 했다. 토론을 시작하겠다.
문흥호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김상선 기자

문흥호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김상선 기자

▶문흥호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바뀐 첫 번째 출발점이 대만 문제였다. 1972년 닉슨의 방중으로 친해 보려는 긍정적 변화가 대만 문제로 시작했다. 요즘 미·중 패권 갈등도 대만 문제에서 시작되고 있다. 관련 문건을 보면 유보적으로 모호한 부분이 많다. 대만을 비롯해 아시아·태평양, 나아가 전 세계의 공동 번영에 이바지한다는 전제 아래서 출발한 미·중 관계 개선을 위한 방법이었다.
미국이 중국에 기대했던 민주주의, 국제 규범에 맞는 시장화 등에 실망하면서 다시 대만 문제로 되돌아가고 있다. 애매하게 처리한 부분을 다시 점검하기 시작했다. 미·중간 무력 갈등 가능성이 제로가 아니라고 할 때 만약에 있을 무력 충돌의 0순위는 대만일 수 있다. 볼턴이 회고록에서 “트럼프에게 대만이 포기 0순위”라고 했지만, 미·중 무력 충돌이 있다면 대만이 0순위라고 할 수 있다.
한반도에서는 “외교의 정무화”가 문제다. 미·중 양국 모두와 잘 지낼 수도, 척을 질 수도 없다. 남이 주는 비방(祕方)은 없다. 실력이 중요하다. 외교부의 역량과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정치로 외교부가 움직인다면 한국 외교는 희망이 없다. 외교부가 중국식 외사판공실이 되면 안 된다. 외교부가 청와대의 외사판공실이 되면 곤란하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교수 김상선 기자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교수 김상선 기자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교수=영·미 세력 전이가 72년이 걸렸다. 이 점에서 미·중 세력전이냐 절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중국 GDP가 미국을 70%가량 따라잡았다. 코비드19 발생 전에는 미국이 매년 2.0% 성장하고, 중국은 4~4.5% 성장해 2030년대 후반 GDP를 역전한다는 설이 유력했다. 중국이 기술이나 군사력에서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비대칭적인 군사력 굴기(崛起)를 이루면 하드 파워는 미국에 근접하거나 따라잡을 수 있겠지만, 리더십을 행사하는 중국식 브레턴우즈 체제를 과연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해 의문이다. 중국이 하드파워에서 미국을 앞지른다고 해도, 소프트파워에서 밀린다면 세력전이는 없을 수 있다.
지난해 일본의 한 경제 연구소가 21세기 미·중 관계 예측 보고서를 냈다. 2035년 이후 중국이 미국을 추월한 뒤 2050년대에 재역전 당한다는 예측이다. 중국은 역동성이 약해지고, 한 자녀 정책이 발목을 잡는다. 여전히 개방적인 미국으로 인재가 몰린다. 트럼프 2기, 혹은 바이든 집권 이후 반(反)이민 정책이 억제된다면 미국의 소프트파워는 다시 커질 수 있다.
시진핑(習近平) 집권 이후 중국은 동아시아와 외곽을 동시에 공략하고 있다. 초기에는 성동격서(聲東擊西)였지만 대만 문제는 중국에 발등의 불일 것이다. 한국은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묻고 싶다.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상선 기자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상선 기자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한국과 중국인은 같은 사물을 보아도 생각이 다르다. 한국의 사회적 교섭을 이해 못 한다. 1980년대부터 대만·홍콩·선전(深圳)을 자주 왕래했다. 당시 대만 사람은 홍콩을 우려했다. 마카오는 놀이터로 생각했지 부동산이 홍콩과 같아질지 생각 못 했다. 당시 선전에서 부동산을 산 홍콩 운전사는 지금 50억, 100억대 자산가가 됐다. 미국의 중국 분석이 맞지 않았다. 미국의 분석 틀이 맞아 보였지만 지내보니 결과는 달랐다.
당시 자녀가 베이징대에 입학하면 외국인 기숙사에, 선전대학에 진학하면 대학가의 집을 사줬다. 지금 18억원이 넘는다. 2018년 선전 GDP가 홍콩을 넘어섰다. 대만도 넘는다. 무역 총량은 중국이 미국을 앞섰다.
미국이 볼 수 없는 중국이 있다. 중국의 소프트파워를 볼 때 미·중 세력전이가 일어나도 무력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상선 기자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상선 기자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최근 시진핑을 21세기 마르크스주의의 화신으로 묘사한 중앙당교의 문건을 봤다. 중국이 서구사회와 의도적으로 디커플링 하는 경향을 보이는 증거다. 과거 수동적이었던 ‘중국의 길’과 달리 다른 길을 갈 수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다.
과거 한·미 동맹이 강화될수록 중국이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중시할 것이라는 주장과 한국과 중국이 협력해 북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에 한중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미·중간 갈등이 커지고 격차가 좁혀지면서 세력전이 양상이 ‘냉전 1.5’를 넘어섰다면 이러한 명제 역시 근본적 도전에 직면했다.
미국의 안보에 의존하고 중국의 경제에 의존하는 ‘안미경중(安美經中)’의 외교 원칙 역시 지속가능성에 근본적인 문제가 생겼다.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을 줄이고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을 줄여야 한국의 외교 공간이 확보된다. 여기에 볼턴 회고록을 보면 미국 민주주의의 민낯에 회의감이 든다. 글로벌 지배 질서에 동의할 수 없는 면이 반복된다면 ‘안미경중’을 동시에 줄여 외교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한국 외교의 문제점이다. 한국은 미래의 비전, 즉 최종 상태(End state)에 대해 질문을 하지 않았다. 즉석 정책에 급급했다. 한반도 평화 체제, 비핵화도 최종상태를 생각하면 공동안보를 말할 수밖에 없다. 주변 국가에 한국의 국익이 무엇인지 근본적인 해법을 잘못 발산하고 있다.
미·중 갈등 상황에서는 낭만적인 접근 대신 배제법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할 수 없는 것을 배제하면 문제가 간단해진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3불 입장을 보면 동의나 반대를 떠나 향후 변경이 어려울 것이다. 외교·안보를 리셋할 때, 할 수 없는 것을 빼면 간단해진다. 전체적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에는 국가의 능력, 외교의 방식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정재호=문흥호 교수의 지적에 100% 동의한다. 2년 전만 해도 미·중 사이에 가장 위험한 지역을 남중국해로 생각했다. 지금은 대만으로 본다. 2018년부터 미국이 대만 관련 다양한 입법을 하고 있다. 역대 행정부가 감히 못 했던 부분이다. 대만 정치대 조사를 보면 본인을 ‘대만인’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2년 전보다 13% 늘어 67%이다. 본인을 ‘대만 중국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10% 줄어 27%가 됐다. 온전히 ‘중국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2.4%에 불과하다. 지난 5월 전인대에서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대만을 언급하면서 평화통일을 말하지 않았다. 굉장히 드문 일이다.
최병일 교수의 지적처럼 미·중 세력 전이가 절대 안 일어날 것이라는 확신은 없다. 다만 패권 능력을 갖춘 미국이 국내 코로나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두 달 전에도 1위, 지금도 1위다. 유럽연합(EU)과 출입국을 금지할 때 전혀 논의하지 않기도 했다. 세계보건기구(WHO) 관련 조치를 볼 때 국제 방역 협력을 위해 미국이 무엇을 하고 있냐는 의문도 크다. 미국에서 벌어지는 일이 자유롭게 전 세계에 방영되고 있다. 세계가 보는 미국의 모습은 혼돈 그 자체다. 총기와 흑인 인권 문제를 제3세계가 보면 미국의 민주주의가 이상적일 수 없다.  
미국이 중국에 세력 전이를 당했다가 재역전할 것이라는 국제학계의 흥미로운 개념이 ‘움츠리기(retraction)’다. 의도적으로 뒤로 뺐다가 재도약한다는 설명이다.
김진호 교수 지적에는 용을 말하고 싶다. 용은 중국에서 상서로운 개념이지만 서양에서는 악의 화신이다. 많은 것이 설명된다.
이희옥 교수는 무거운 질문을 던졌다. 답을 하자면 한미동맹이 강화될수록 중국이 보는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다는 명제에는 변화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은 사드 대응을 잘하지 못했다. 아마 중국에는 미국의 동아시아 동맹국 가운데 가장 약한 고리가 필리핀과 한국이라는 점을 인지한 계기가 됐을 것이다. 미국 공식 보고서에 한국이 언급되지 않거나 동남아보다 뒤로 가는 상황이 빈번해지고 있다.  
외국 군대 주둔을 좋아하는 나라는 없다. 개정 한·미 행정협정(SOFA)도 한국에 좋지 않다. 북한 핵은 한국이 통제할 수 없다. 킬 체인은 요원한 이야기다. 한미동맹 없이는 안된다. 일각에서 절대 미군은 안 나갈 것이라고 하는데 만약 국회에서 결의만 한다면 나갈 수 있다고 본다. 필리핀에서 철수했다. 미국이 보는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우리는 과대평가하고 있다. ‘최종상태’는 좋은 개념이지만 누구의 ‘최종상태’인지 물어야 한다. 지난 정부는 통일이었고 지금 정부는 공존이다. 누구의 최종상태로 담론을 만들지에 의문이 있다.  
▶박태호 전 통상교섭본부장(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 원장)=2013년 중국 관련 경험이 있었다. 당시 WTO 사무총장 선거에 나가면서 미국에서 유력 인사를 만났다. 미팅을 마치 현지 상공회의소 인사들과 저녁을 함께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친구들로 불리는 30~40여 명이 모였는데 주제가 중국이었다. 중국 때리기 정도가 아니라 중국은 곧 망할 것이라는 주제였다. 미국의 참 다양한 사람이 중국을 싫어한다고 느낀 자리였다.
트럼프는 중국 때리기나 고치려는 게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중국을 이용하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를 시스템으로 다루지 않고 정치적 이득을 위해 접근하고 있다. 민주당이 집권한다면 중국 문제를 체계적으로 접근할 것이다.
국익 문제를 보자. 국제 무역을 하면 손해 보는 그룹이 반드시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손해보다 이익이 크다. 지금 모든 나라의 사회가 분열됐다. 국익이라는 컨센서스 얻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코로나19는 물론 자본주의가 무시했던 부분이 부각되면서 경제적으로 국익 도출은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최우선 국립외교원 교수  김상선 기자

최우선 국립외교원 교수 김상선 기자

▶최우선 국립외교원 교수=미·중 관계가 국제정치를 지배하고 있다. 한국이 움직일 수 있는 변수는 아니다. 주어진 변수다. 하지만 사활의 문제가 됐다.  
미국의 2018년 국방전략보고서는 중국을 준 경쟁자로 규정했다. 과장된 인식으로 생각한다. 경제력에서 중국이 미국의 2/3를 넘어섰지만, 기술력은 뒤떨어진 상태다. 군사력 면에서 특히 그렇다. 정밀 유도 무기로 초기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중국이 갖기 시작했지만 대공 방어 능력이 약하다. 스텔스기에 무력화될 수 있다. 해상 잠수함 전력도 낙후됐다. 탄도 미사일 공격은 현실성이 없다. 다목적 대형 함정을 만들고 있지만 잠수함 공격에 방어 능력이 취약하다. 실전에서 비교 안 될 격차가 있다. 대신 미국은 중국의 발전 추세가 분명하기 때문에 경계하기 시작한 단계다.
이 추세는 2035년이나 30년대 중반이 넘어서면 잠수함 전력이 증강되고 핵잠수함을 갖고 스텔스 능력을 갖춘 잠수함이 나오면 달라질 것이다. 탄도 미사일과 초음속 크루즈 미사일이 실질적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 미국 전함을 차단할 능력을 갖추게 되면 미국도 상당한 긴장감을 가질 것이다. 대신 미국은 또 다른 방어 능력을 갖출 것이다. 현재도 중첩적 방어 능력을 갖추고 막아내지만, 훨씬 위협적인 상황이 될 것이다. 공중전에서도 스텔스 기종끼리 중국이 열세이지만 붙어볼 만한 상황으로 갈 것이다. 중국의 ‘힘의 투사’는 2030년대 중후반으로 예상된다.
중국으로서는 그 시점을 경쟁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비 단계로 생각할 것이다. 지금도 중국은 현대화 목표 시점을 30년대 중반으로 잡았다. 말뿐이 아니라 목표로 향해 기술을 하나하나 개발해나가고 있다.
지금 ‘냉전’이라는 말을 쓰지만, 긴 역사적 맥락에서 보면 본격적 경쟁의 초입 정도이다. 중국이 군사비를 4~5% 사용하고 현대화된 군사 기술로 다수의 항모를 전개하면서 미국의 제해권에 도전하기 시작하는 시기가 본격적인 냉전으로 부를 시기이다. 2030년대 중반 이후다.  
한국은 이를 피할 수 없으므로 준비해야 한다. 중국과는 끝까지 잘 지내야 한다. 중국과 협력이 불가피하다. 그런데도 주변 대국이자, 강대국화 길을 가는 상황에서 자연적으로 잠재적 위협이 된다. 미국은 2030년대 중·후반에도 군사력 우위를 갖고 대부분의 국가의 지지를 받는 국가로 남을 것이다. 기본적인 세력균형은 유지가 될 것이다.
전반적인 세력 균형이 이루어져도 위협이 있는 상황이라면 한국의 선택은 명확하다. 정책 우선순위를 분명히 해야 한다. 한미동맹은 위협에 대한 대비이자 헤징의 근간이다. 중국은 혼자 감당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한국이 실질적으로 자구책을 위해 국방력에 본격적으로 투자할 시점이 이미 도래했다.  
전략적 우선순위가 더 분명하게 세워져야 한다. 모호성보다 선제적 준비가 필요하다. 동맹은 유지할 수 있다. 대신 미국이 군사적 충돌 상황에서 직접 개입은 안 할 것이다. 상황 악화를 막는 정도에서 개입할 것이다. 한국이 중국을 실질적으로 거부할 능력, 즉 초반에 순간적으로 격퇴할 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한미 동맹은 불확실성이 있다. 한국은 반도의 끝에 있는 나라다. 지리적 위치가 취약하다. 단거리 미사일 사정권 안에 있다. 미국에는 리스크다. 세계 10위의 경제력과 60만 지상군을 가진 가치 있는 나라로, 미래에도 기여할 나라로 여겨지지 않는다면 검토를 통해 최악의 상황에서 버림받을 수 있다. 동맹 관리가 그냥 유지될 것이라는 생각은 지나친 낙관주의이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김상선 기자

이재민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김상선 기자

▶이재민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미·중 패권 경쟁과 한국의 대응을 논의할 때 미국과 중국이 지금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깊이 있는 성찰이 필요하다.  
한국 입장에서 ‘안미경중’ 대신 미국 입장을 어떻게 수용하고 중국을 어떻게 달랠까 고민해야 한다. 이것이 엔드 게임이자 국익의 핵심 부분이다.  
코로나 사태로 국제관계가 요동친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코로나19에 잘 대응했다. 다른 나라가 간섭하는 부분이 없어 철저한 조처를 했기 때문이다. 뉴질랜드·싱가포르·대만 등 다른 국가와 단절되고 국제사회와 단절한 상태에서 필요한 조처를 한 국가들의 성과가 좋았다.
코로나19 앞에 부자와 빈민이 똑같듯이 국가관계도 마찬가지다. 강대국과 약소국의 차이가 없다. 미국과 중국이 다른 국가와 차이가 없었다.  
한국을 포함해 미국과 중국의 헤게모니 경쟁을 바라볼 때 옛날처럼 어떤 국가가 더 매력적인가, 국제사회의 공공재를 누가 제공할까 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이제 미·중도 우리와 별 차이가 없는 나라라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단절과 G2도 별다른 게 없다는 두 가지 현상이 미·중 질서를 보는 관점을 장기적으로 변화시켰다. 한국에도 미국과 중국을 보는 시각이 코로나19 이전과 달라졌다. 새롭게 바라볼 시점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학과 교수  김상선 기자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학과 교수 김상선 기자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학과 교수=지난 5월 20일 미국이 ‘중국전략보고서’를 발표했다. 두 가지가 핵심이다. 중국은 악랄한 독재 정권이고, 약탈 경제라고 주장한 사실상의 디커플링 선언이다. 보고서는 중국이라는 나라와 중국 공산당을 구분했다. 시진핑을 국가 지도자가 아니라 공산당 총서기로 표기했다. 중국과 중국공산당을 구분함으로써 중국 내부에 시 주석이 잘못됐다는 신호를 발산해 내부 장악력을 높이려는 시도다. 약탈 경제를 강조해 동맹과의 관계를 강화했다. 국제적으로는 중국 포위 전선을 만들려는 시도다.  
문제는 중국이 어떻게 대응하느냐다. 시진핑은 물러날 생각이 없다. 중국은 전혀 새로운 길을 가고 있다. 중국 지도자는 원래 서구식 현대화를 안 하겠다고 이야기해 왔다. 일정한 시점이 되면 경제가 시장화되고, 사회는 다양화되고, 정치가 민주화된다고 여겼지만, 중국은 사회의 다양화만 인정했지 정치 민주화는 서방의 이야기일 뿐, 중국식 민주화를 말한다. 접합점은 찾을 수 없다. 다만 중국은 미국의 공세를 넘어서는 역습을 하기 어려운 수세적 상황이다.
중국에 공산당은 “말하는 것은 하지 않고 하는 것은 말하지 않는다(說了不做, 做了不說)”는 말이 있다. 중국이 디지털 레닌이즘, 중국식 표현으로는 과학기술 사회주의를 주장하지만, 미국과 맞설 시점은 오지 않았다.  
한미동맹과 관련해 변한 게 없는데 왜 기존 질서를 스스로 바꿔 위기를 자초하는지 모르겠다. 북한과 잘 지내면서 북한이 변화하면 그에 맞출 수 있겠지만, 변한 게 없는데 한국 자신의 희망에 따라 얽매는 부분이 없는지 냉정하게 점검해야 한다.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  김상선 기자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 김상선 기자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미·중 관계가 트럼프 때 들어서 큰 문제처럼 보이지만 조류로서 미국의 조야에서는 상당히 오랜 기간 중국에 대한 견제가 있었다. 리먼 사태로 미국이 행동할 시간이 늦춰졌다는 애석함과 반성을 갖고 있다. 중국은 언젠가는 미국을 넘어서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제갈량이 쓰촨(四川)으로 들어가며 천하 삼분지계를 세웠던 시기와 비슷하다. 주변에서는 크게 말하지만, 중국은 아직 미국과 패권 다툼은 속에 간직하고 있다. 미국의 세력을 인정하고, 유럽도 어느 정도 인정한다. 다만 아시아에서는 형님 노릇을 할 때가 됐고 실력도 갖췄다는 인식이다. 소프트파워 이야기가 나왔다. 이른바 거버넌스 경쟁 생각을 갖고 있다. 중국식 민주주의, 과학기술 사회주의 등의 표현이 있다. 1~2년 전 흥미로운 시진핑 연설을 봤다. 시니피케이션(Signification·중국화)이다. 중국은 불교를 중국화했다. 중국 대승 불교는 인도 불교와 다르다. 마르크스주의를 시니피케이션했다. 21세기 마르크시즘은 시진핑이 주도한다. 공자·맹자까지 끌어들인다. 중국은 메리토크라시(賢能主義)에 기반을 둔 민주주의다. 9000만 중국 공산당원은 공산주의청년단부터 한 명 한 명 훈련받은 리더십으로 포퓰리즘과 다르다며 전반적인 체제 경쟁을 한다. 한국에 “선택하라. 미국 체제보다 중국 체제가 낫고, 중국 체제에 편입되면 훨씬 이윤이 좋다”며 묵시적인 압력을 가한다.  
이는 현실적인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미·중 갈등이 무시무시하게 보이지만, 중국은 천하 삼분지계 정도로 아직 도광양회하며 천하패권을 노리는 단계다.
군(軍)이라는 존재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은 20여년 전까지 군사 우월주의 사회에서 살았다. 미국도 군이 정치에 반드시 예속되어있지 않다. 중국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지도부의 의도와 달리 군이 준동할 수 있다. 미국도 그렇다. 이 상황에서 충돌의 가능성이 있다.
우리 하기 나름이다. 우리 경제력, 군사력이 중국과 단기전에서 지킬 수 있는 힘, 아까 말씀하신 외교력, 청와대 외사처가 아니라, 강한 외교력을 갖고 있다면 기회의 창이 열린다. 미국과 중국의 지도자가 한국을 어떻게 보느냐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가 변수다. 정말 정신을 차려야 한다. 자꾸 희망 사고에 빠지면 안 된다. 또 미국 군이건 중국군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
북한의 능력도 막아야 하지만 중국의 가상 공격도 막을 힘을 가질 때, 여기에 외교력을 가질 때 독립 국가가 되는 것이다. 한국이 미·중의 종속변수는 틀림없다. 세계 10위로 무언가 만들어 낼 힘도 있다. 만들 때도 됐다. 그런 차원에서 이론적 접근도 필요하지만, 임기 대응 능력 역시 잘 갖춰야 한다.
▶정재호=바이든이 당선돼도 안 바뀔 것이다. 트럼프가 재선된다면 모르지만, 트럼프의 대외전략은 기본적으로 CIA라고 한다. 중국, 이민, 동맹(China, Immigration, Alliance)이다. 재선되면 이민 정책을 강화할 것 같다.
최우선 교수의 군사력 평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걱정스러운 것은 1950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년밖에 안 된 나라가 미국과 한판 붙었다. 한국전쟁의 승부는 무승부였다. 70년이 지난 지금 중국이 과연 아무것도 안 할 것인가. 특정한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미국이 현재 시점에서 한국을 어떻게 바라볼까. 한국은 북한을 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 따라서 한미동맹의 주적은 북한이 아니다. 미국이 볼 때 중국에 대해 아무 역할을 안 하는 동맹이 무슨 가치가 있는지, 한국이 과연 동맹으로 가치가 있는지 생각할 것이다.
중국이 보는 한국은 “시간은 중국 편”이라고 볼 것 같다. 사드를 거치며 압박하면 압박할 수 있는 나라로 여기게 됐다.
5월 백악관 ‘중국전략보고서’는 필독해야 할 문서다. ‘원칙 있는 현실주의(Principled Realism)’와 ‘행동’이 보고서의 핵심이다. 일대일로의 중국 공식 번역이 BRI(Belt and Road Initiative)이지만 보고서는 OBOR(One belt one road)로 썼다. 세세한 번역까지 중국을 따르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사드 때 미국이 안 도와준다는 불평이 있었다. 이제 동맹을 위해 행동하겠다고 다짐했다. 동맹이 회답할 차례라는 점이 문제이다.  
시니피케이션의 중국어 번역은 ‘중국화’ 즉 화화(華化)’가 아니다. ‘한화(漢化)’다. 많은 점을 시사한다.
 
[경제·통상]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  김상선 기자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 김상선 기자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전 통상교섭본부장) 발제문=세계 무역환경은 1948년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 체제 출범 이후 최악의 상태다. 코로나19, 미·중 통상분쟁, 미국 대선이 겹쳤다.
미·중 통상분쟁의 배경은 2008년 WTO 도하 라운드의 실패가 출발이다. 압력이 안 되니 미국이 다른 방법을 찾은 것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TPP)와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TTIP)이었다. TTIP는 중국이 더 성장하기 전에 새로운 국제 룰을 더 만들려는 시도였다. TPP는 트럼프 취임으로, TTIP는 브렉시트로 무산됐다.
트럼프는 중국의 무역 흑자를 문제 삼았다. 중국의 자국 시장 보호를 통한 무임승차론, 지식재산권 저해, 합작투자와 기술 이전 강제, 국영 기업 육성과 보조금에 문제를 제기했다. 여기에 ‘중국제조2025’로 중국의 첨단 기술 분야 육성이 미국 안보에 직결된다고 보고, 정면 도전을 선포한 것으로 간주했다.
이후 1년 반 동안 미·중 통상 분쟁을 거치며 중국은 수출업자가, 미국은 소비자와 생산자 및 농민이 타격을 받았다.
수출 의존도 37.5%, 수출 중 중국 의존도가 24.8%인 한국 경제 역시 큰 타격을 받았다.
세계 경제도 글로벌 밸류 체인의 조정과 불확실성 고조로 침체가 시작됐다. 미·중 1차 합의가 2단계로 넘어가면서 국영기업 보조금 등을 다룰 것으로 봤다. 코로나19로 반전이 이뤄졌다. 미·중 관계는 최악으로 반전됐다.
트럼프의 대중국 압박조치가 이어진다. 코로나19 피해를 중국 책임으로 주장하고, 미국 기업에 리쇼어링을 요구한다. 미·중 디커플링 압력이 강해진다. 화웨이 등 중국 제품 사용 금지를 다른 나라에까지 압박한다. 미국 기술을 활용해 만든 제품을 화웨이에 팔 때는 미국 정부에 승인을 받아야 한다. 미국 연기금의 중국 기업 투자를 금지했다. EU·일본과 공조해 중국 정부 보조금 문제를 제기했다. 미국 중심 경제 블록인 가칭 ‘경제 번영 네트워크(EPN)’ 구상도 나왔다.
중국 대응도 만만치 않다. 1차 합의 불이행을 엄포 놓고, 중국이 보유한 채권 매도, 애플·퀄컴·시스코 등 미국 IT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사이버 보안 검토 조치를 강화했다. 5월 양회에서는  ‘중국제조2025’라는 말만 뺀 채 2025년까지 1조4000억 달러의 첨단분야 투자를 발표했다.  
코로나19 이후 미·중 통상분쟁은 11월 미국 대선까지 계속해서 악화할 전망이다. 중국도 만만치 않게 버티고 있다. 미국은 선거 전까지 자국 경제에 실질적 피해를 주는 조치는 안 하면서 대중국 압박 수위만 높이고 있다. 트럼프의 재선 수단은 경제가 유일하다. 더 압박해 중국이 1차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대선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미국이 보는 통상 분야에서 핵심 중국 이슈는 중국의 개도국 지위, 지식재산권과 첨단기술 도용 및 강제 이전, 중국의 국가자본주의이다.
하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TPP와 TTIP를 추진했으나 실패했다. ‘회원국의 개도국 지위’와 ‘보조금’ 규정을 WTO에서 개정을 논의했지만, WTO의사결정 원칙(consensus, 전원 찬성) 때문에  합의는 불가능하다. 트럼프는 중국 문제를 일방적으로 해결하려 했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다.
미·중 통상 분쟁은 코로나19, 미국 대선 이후에도 지속할 것이다. 여기에 규범을 바탕으로 한 세계 무역질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보호무역주의가 우후죽순처럼 튀어나올 것이며 다자 무역기구는 역할을 못 할 것이다.  
당분간 해결 방안은 지역주의이다. 지역 FTA, 양자 FTA, 보조금 문제와 같이 특정 이슈만 합의하는 복수국가 간 협정(PTA)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래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를 공유하는 나라, 여러 원칙을 공유하는 나라끼리 새로운 국제기구를 만들어야 하는 주장도 나온다.  
선진국과 개도국 구분 없이 저성장·고실업·양극화가 번지고 있다. 국제 무역보다 국내 생산 및 고용을 중시하는 국내 정치가 중요해지고 있다. 선거에서 세계화와 자유무역, 시장경제에 대한 반감이 증가할 것이다. 글로벌 밸류 체인이 파괴·왜곡되면서 미국 중심의 서플라이 체인과 중국 중심의 서플라이 체인으로 나눠질 수 있다. 경제학자들은 반론을 펼치지만, 의약품과 군수품은 쉽게 디커플링이 이뤄질 것이다.
한국은 다자무역체제에서 중견국 그룹에 동참해야 한다. 대국 편은 아니면서 중간에서 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미들 파워 그룹 참석이 약했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미국이 가입하기 전에 들어가야 한다. 일본이 주도한다는 이유로 현 정부가 고려하지 않는 게 문제다.
미·중 택일 압박에 대해서는 ‘시장경제·자유무역·다자무역·비차별’ 등의 원칙을 내세워 대응해야 한다. 미국의 부당한 쿼터 요구를 거부하고, 중국이 제2의 사드 압박을 하면 WTO에 제소하는 등 원칙을 지키는 나라끼리의 동맹을 만들어야 한다.
▶신정승=CPTPP 가입을 제안했다. 자유무역에 대한 보편적 가치를 한국 입장으로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일 CPTPP가 노골적으로 중국을 겨냥하면서 공동보조를 요구할 때 한국은 어떻게 할 수 있나.  
미국이 추진하는 EPN이 중국을 배제한다면 과연 실현 가능성이 있을까. 그 경우 한국은 어떤 대응을 할 수 있을까.
▶정재호=세 가지 질문이 있다. 첫째, 바이든이 당선됐을 경우 미·중 1단계 합의를 존중할 것인가. 둘째, 미·중의 택일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시장경제·자유무역·다자무역·비차별의 원칙을 말씀하셨는데 한국은 이미 2005년에 중국을 시장경제로 인정했다. 결국 비차별만 유용한 데 어떤 방법이 가능할까. 셋째, 상대를 강제해서 얻는 이익은 한계가 있다. 미국 스스로 경제적 회생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
▶최병일=국제 통상체제는 이미 보수가 불가능하다. 특히 분쟁 조정기능을 미국이 의도적으로 망가뜨렸다. WTO도 포기하지 않으면서 망가뜨리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분쟁해결장치가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배적 컨센서스를 만들어서다. 기존 다자기구는 해답을 내놓을 수 없는 상태다.
2001년 서방은 중국이 세계무역체제에 들어와 교류하다 보면 시장 경제로 수렴할 것으로 기대했다. 국유기업이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투명성이 강화되고 보조금도 관리될 것으로 봤지만, 중국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서방이 약속했던 비시장경제지위는 풀 수 없다.  
국제 통상 체제에서 분쟁 해결 방안이 사라지고, 시장경제와 디지털 레닌이즘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다자주의를 외치는 것은 희망 고문 아닐까. 국제 통상 체제는 무너졌다. 현실적 대안은 미국 중심의 소수국가로 클럽화될 것으로 보인다. 멤버십을 미국이 정하는 클럽이 될 것이다. 중국은 자신의 시장 가치를 높이는 식으로 반격할 것이다.
한국 대처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원론적이지만 중국 의존도 낮추는 것이다. 하지만 사드 이후 기업은 단기적 이익을 위해 중국 비중을 전혀 낮추지 않았다. 미국이 디커플링을 이야기하지만, 미국 기업 30%만 중국에서 빠져나갈 것이라고 말한다. 완전한 디커플링은 전혀 없을 것 같다. ‘차이나 + 1’ 정도가 현실적 해법이다.  
둘째, 중국에 대한 통상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 한국은 중국에 시장경제 지위를 2005년 인정했다. 이제 레버리지가 없다. 중국에 당하면서 조용한 경제외교를 계속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중국에 시장경제 지위를 인정했지만, 중국은 국가주도 반(反)시장경제와 보조금으로 비교우위를 누리면서 횡포를 부리고 있다. 여기에 중국은 한국을 우회로로 사용한다. 환경 오염 산업을 한국에 유치하면서 한국 지자체의 취업 우선 정책을 이용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에 국가적 전략이 부족하다.
셋째, 중국의 사이버 능력 대비이다. 미·중 전략이 대칭을 이룬다는 말은 중국의 사이버 역량에서 나온다. 안보 문제도 크다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 세계 10위권 경제 가운데 유일하게 중국 사이버 대응 컨셉이 없는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다. 사이버는 기술 굴기와 샤프 파워 강화의 무기로도 사용하고 있다. 중국의 사이버 능력에 대한 경제적, 군사적 대비가 필요하다. 돈을 버는 기회로 순진하게만 생각하지 않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상선 기자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상선 기자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미·중 분쟁으로 가장 큰 피해자가 누굴까를 생각했다. 두 가지다. 우선 자유무역체제다. 다자체제, WTO 체제가 무력화됐다. 자유무역은 엄청난 손상을 입었다. 대신 또 다른 가치를 미국과 선진국이 말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공정무역’이다. 지난 1월 14일 미국·EU·일본이 공동성명을 내고 불공정에 대한 설명과 대응방향을 내놨다. 증명 책임을 원인 제공 국에 요구한 것이 특징이다. 설비 과잉을 유발하는 정책적 투자를 보조금 제소의 근거로 삼았다.  
글로벌 가치사슬이 약화하면서 분리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은 가치 사슬의 약화 범위를 넘어선다. 비교 우위에 근거한 입지전략에는 다른 모든 조건이 같다는 전제가 있었다. 현재 벌어지는 상황으로 인해 평평한 운동장이 사라지고 있다. 미국에 가까운 지역, 중국에 가까운 지역은 이제 같은 조건이 아니다. 코로나에 위험한 지역과 안전한 지역으로 나뉘고 있다. 비교우위에 대한 입지전략이 무너지면서 각국은 입지전략을 거스를 수 있는 기술 전략이나 산업 전략을 세우고 있다. 서플라이 체인에 의존하지 않고 리쇼어링을 추진하는 식이다.
둘째 미·중 분쟁은 신흥국가의 발전 기회를 원천적으로 빼앗을 수 있다. 미·중의 문제에서 신흥국과 선진국의 문제로 바뀔 수 있다. 어느 산업이나 신흥국의 산업화는 과잉설비를 유발하게 된다. WTO가 규범을 만드는 과정에서 신흥국의 발전 전반을 부정하게 된다. 한국에 미칠 파장도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  
▶이재민=다자주의 체제의 위기는 명확하다. 이미 회복 불가능한 상태다. 2008년 금융위기는 전 세계 경제가 활황일 때였다.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지금은 코로나19, 미·중 갈등으로 회복 불가능한 상황이다. 만약 회복되더라도 우리가 알고 있던 다자주의와는 다른 외관만 갖춘 상태로 유지될 것이다. 미국이 강력하게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요구 가운데 절반만 받아들인다고 해도 우리가 알던 WTO와는 다른 모습이 될 것이다.
게다가 미국이 양보할 가능성도 없다. WTO 개혁 협상에서 미국은 양보할 의사가 없다. 미국이 허풍을 부린다는 시각도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졌다. 올 2월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200여 페이지 보고서를 내놨다. 지난 25년간 미국의 WTO 경험의 백서 성격의 보고서다. 비판적 내용이 많다. WTO 체제는 이미 기존대로 작동하기 힘든 상황이다.
결국 양자와 지역 차원에서 현안을 다툼 속에서 다뤄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결국 변하는 질서 속에서 한국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의 문제다. 위험한 시기이지만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돌이켜 보면 지난 몇 년간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일방적으로 당한 점, 일본의 수출규제로 당했던 경험, 중국의 사드 보복까지 주요 교역국과 돌아가면서 스파링을 한 셈이다. 새로운 교역 질서가 재조정되는 단계에서 맷집을 준비하는 시간을 겪었다. 긍정적인 부분이다.  
여기에 미국이든 중국이든 결국 교역체제의 미래는 디지털 경제와 4차 산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과학기술 사회주의, 중국제조 2025, 2025년까지 10조 위안 투입이 모두 새로운 디지털 경제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노력이다.
미국 역시 디지털 교역의 규범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관심을 쏟고 있다. 디지털 기업에 대한 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오는 배경이다. 한국도 디지털 경제와 4차산업에 적극적으로 나가야 한다. 그동안 한국의 아킬레스건은 제조업 중심 교역체제였다. GDP의 70%가 교역과 연동되어 있다. 내수는 너무 적어 취약했다. 디지털 경제, 언택트 경제로 내수 경제의 의미가 사라진다. 이를 잘 활용하면 큰 틀에서 변화를 유리하게 바꿔 나갈 수 있다.  
특히 개인 정보가 디지털 경제의 핵심 쟁점이다. EU 국가의 비난을 받았지만 한국은 코로나19를 거치며 개인 정보를 긍정적으로 사용하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난 3~4개월 동안 개인정보를 공익적 목적으로 사용한 사례로 한국이 자주 언급되고 있다. 디지털 규범, 디지털 경제에서 선도적 역할 할 부분이다. 미국·중국 등이 새롭게 노력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영역이다.
▶강준영=중국은 미국과 무역 전쟁을 해볼 만 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수많은 이익이 창출되는 이상 중국을 버리지 못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기업들은 트럼프의 중국 때리기를 대선 전략으로 여긴다.  
미국은 중국제조 2025 포기를 요구한다. 중국은 자국 산업정책이라는 입장이다. 국수주의적으로 피해자 코스프레가 국내에서 먹히고 있다. 장기적인 중국 압박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미국이 디커플링으로 결정적인 한 방을 못 날린다면 중국은 포기하지 않고 그대로 갈 것으로 보인다.
▶박태호=신 대사가 CPTPP 룰이 자유무역 룰에 어긋나는 문제를 지적했다. 예외를 인정받는 것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룰을 더 만들고, 회원국 제품의 원산지를 인정해 무역을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차별이 있어 중국이 무서워한다. TPP가 만들어졌으면 중국은 타격을 받았을 것이다. 한국도 북미의 USMCA처럼 괴상한 규칙이 생기기 전에 회원국으로 들어가는 것이 전략상 좋을 것이다.
EPN은 아직 아무도 내용을 모른다. TPP보다 더욱 클럽처럼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재민 교수가 지적한 디지털 무역과 4차 산업 강화는 맞다. 한국은 디지털 텍스와 탄소세 이슈를 간과한다. 국회도 관심이 없다. 새로운 세상을 대비하겠다는 의식이 너무 약하다. 개인정보 문제도 최근 통과된 정보 3법을 자세히 보면 혼동스러울 뿐 방향성이 없다. 유럽처럼 개인정보를 보호하자는 것인지, 기업 활동을 보호하겠다는 것인지 방향성이 모호하다.
▶신정승=미·중 전략적 경쟁의 시기에 대국이 아닌 한국으로서는 국제적 정세의 흐름을 잘 파악해야 한다. 필요할 때 한국의 국익과 상황에 따라 입장을 정해야 한다. 다만 이념적 양극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국익에 대한 의견일치가 존재하는지, 이익과 명분이 충돌할 때 어떻게 할 것인지와 관련해 한국의 대외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정치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사회지도층에서 깊은 토론이 있어야 한다.  
13일 열린 ‘한중비전포럼’에서 전문가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태호 전 통상교섭본부장,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학과 교수, 이하경 주필, 이재민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최우선 국립외교원 교수, 신정승 전 주중대사, 문흥호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지만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재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김상선 기자

13일 열린 ‘한중비전포럼’에서 전문가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태호 전 통상교섭본부장,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학과 교수, 이하경 주필, 이재민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최우선 국립외교원 교수, 신정승 전 주중대사, 문흥호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지만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재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김상선 기자

 
◆한중 비전 포럼
한·중 관계의 미래 좌표와 비전을 찾기 위해 전문가 18명이 결성한 포럼.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이 대표를 맡고 신정승 전 주중대사가 위원장을 맡았다.
정리=신경진 중국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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