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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넌 확진자" 얼굴 알려질까 외식도 못해···35세 완치자의 고통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 35세 여성은 4월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서 벗어났다. 약 40일 만이었다. 몸속의 바이러스가 사라졌으니 해방됐다고 여겼다. 착각이었다. 바이러스가 머릿속에, 마음속에 징그럽게 자리 잡고 있었다. 주변에서 “너는 확진자”라고 몰아붙이는 듯했다. 친구와 수다 떨던 일은 옛 추억이 됐다. 부모님이 “밥 먹으러 나가자”고 권해도 거부했다. 마스크를 벗는 게, 얼굴이 알려지는 게 두렵다. 그녀는 “가족들이 ‘좀 유별나다’ ‘과도하게 걱정한다’고 말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치료받는 동안 새 직장에서 해고됐고, 지금은 일자리를 구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일자리를 구해도 이전처럼 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바이러스보다 무서운 코로나 블루
확진추세와 우울·불안 검색량 일치
정신건강 상담 지난해의 2.7배
“정신보건국 만들고 예산 두 배로”

심리지원 서비스를 받으라는 구청의 문자 서비스도 외면한다. 그녀는 “도움이 안 될 것 같아서 신청하지 않았다. 괜히 다른 사람 만나면 아픈 기억을 다시 떠올려야 하는데 그게 싫다”고 말한다. 그녀는 “사람 많은 곳에 가는 게 여전히 편하지 않다.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한다. 그녀의 시계는 코로나19 감염 전인 2월 22일에 멈췄다.
 
코로나19와 정신건강 검색어 분석.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코로나19와 정신건강 검색어 분석.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아내가 거실에 있는 아들 사진을 보고 ‘엄마 다녀올게. 오늘 시장에 갔다 왔어. 오늘 하루 힘들었니?’라고 말합니다. 아들이 하늘나라로 가기 전처럼 얘기합니다. 애 묘지에 일주일에 세 번 갔다 오죠. 아내가 대인기피증·우울증 때문에 무척 힘들어해요.”
 
지난 3월 급성 폐렴으로 갑자기 숨진 경북 경산 정유엽(17)군의 아버지 정성재(54)씨의 토로다. 정씨는 학원 운영을 팽개친 지 오래다. 아들 사건 진상조사를 위해, 감염병 의료 공백을 막는 ‘정유엽 법’ 제정을 위해 뛰어다닌다. 정씨는 “우리 부부가 정신적으로 힘들다. 그런데 아이가 코로나19 음성이 나와서 그런지 정부 지원이 전혀 없다. 정신상담 같은 걸 받은 적이 없다”고 말한다.
 
코로나 우울감 실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코로나 우울감 실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코로나 블루(blue·우울증), 코로나 트라우마(심리적 상처)가 옥죄고 있다. 경남 진주, 제주에서 확진자가 코로나 블루를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완치자가 멀쩡한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완치 두 달 반 지난 61세 남성은 친구들과 어울리려 했으나 “코로나 검사 다시 받고 확인해야지”라는 말을 듣고 집에서 혼자 지낸다. 50대 완치 남성은 요즘도 불면증 때문에 서너 시간밖에 못 잔다. 한 대학병원이 10명의 완치자를 조사했더니 8명이 일시적 불안·우울·불면을 호소했다. 주변의 낙인, 주변을 감염시킬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달렸다.
 
병보다 더 무서운 코로나블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병보다 더 무서운 코로나블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생활 속 코로나 블루도 다반사다. 두 아이의 엄마는 맘카페에 “두 아이 온라인 학습 챙기고, 삼시세끼 챙긴다. 오전 10시~오후 4시 재택근무한다. 개인시간이 1도 없다. 남편의 수입이 줄었다. 우울증에 걸릴 지경”이라고 탄식했다.
 
경기연구원이 4월 전국 15세 이상 남녀 1500명을 설문조사했더니 47.5%가 ‘불안하고 우울하다’고 답변했다.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이 1월 20일~이달 11일 네이버 트렌드에서 불안·공포·우울 검색을 분석했더니 확진자 발생 추이와 비슷하게 움직였다. 경기도 화성시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따르면 정신건강 상담이 지난해 상반기 5403건에서 올해 1만4450건으로 늘었다. 자가격리자의 상담이 6344건, 식당 등의 매출 감소 스트레스 상담 등이 8106건에 달한다. 전준희 센터장(전국정신건강복지센터협회장)은 “코로나19 상담이 급증해 감당하기 힘들 정도”라고 말한다. 정신건강의학과 동네의원 환자도 지난해 4~5월 192만3000명(연인원 기준)에서 올해 202만6000명으로 5.4% 늘었다. 진료비는 13% 늘었다(보건복지부 자료). 거의 모든 진료과가 줄었는데, 정신과만 늘었다.
 
정신건강 예산.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정신건강 예산.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메르스 고통도 심했었다. 확진자의 71%가 우울·불면·기억력저하·환청 등에 시달렸다(신경정신의학지 58권 3호). 메르스 확진자를 4년 추적했더니 20%가 한 개 이상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코로나 환자가 1만3000명 넘었기 때문에 정기적인 정신건강 추적 관리 지침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코로나19 초기에 심리방역을 시작하면서 발 빠르게 대응했다. 하지만 환자 확산에 역부족이다. 예산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올해 정신건강 예산이 3153억원으로 총 보건예산의 2.4%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에 못 미친다.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정원 8명)만으로 대응하고 있다. 암·치매에는 꽤 많이 투자하지만 정신건강은 뒷전이다.
 
윤석준 고려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코로나가 장기화하면서 우울증이나 트라우마 경험자가 점점 늘어난다”며 “복지부 조직이 너무 빈약하다. 정신보건국으로 확대하는 게 종합 관리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윤 교수는 "정신건강 예산을 최소한 OECD 평균 수준으로 올려야한다”고 말했다. 전준희 회장은 “주민의 정신건강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정신건강복지센터 인력을 배로 늘려야 하는데, 그러려면 먼저 복지부에 정신보건국을 만들고 예산이 두 배로 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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