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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비전포럼] “현안별로 미국이냐, 중국이냐 선택해야…국익이 열쇠”

중국의 전략과 대응 연속 진단〈5〉 미·중 패권 경쟁과 한반도

정재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발제
정재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정재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미·중 관계는 반쯤 찬 물잔에 비유할 수 있다. 반 잔 밖에 안 남았다, 반 잔이나 남았다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말하는 중국몽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와 양립하기 어렵다.

중국의 경제·군사력 저지 가능하고
외교의 정치화 넘어야 기회 열려
시장경제·자유무역·비차별 원칙
중견국 뭉쳐 미·중 압박 대응해야

 
‘중국 방안’이라는 개념을 내세워 반(反)서구적이며 반(反) 민주·시장의 뭔가를 만들고 있다. 다양한 이슈에서 샤프파워로 불리는 경제 제재를 마다하지 않는다.
 
최근 남중국해에서 벌어지는 미국의 자유항행작전(FONOPs)에서 실제로 군함과 군용기 사이에서 군사적 근접 조우가 빈번하다. 만일 미국이 ‘방어 기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하는 순간 남중국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미·중 전략적 경쟁이 열전으로 가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동의한다. 단 가능성이 낮지만 제로는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한다.  
 
외교는 전례와 기록을 기반으로 진화하는 생물이라고 한다. 초인적인 대통령이나 외교부 장관이 한국 외교를 하루아침에 뜯어고칠 수 없다. 외교는 상대방이 있고 상대와 겪은 전례와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0여 년간 심화된 ‘외교의 정무화’와 고질적 병폐인 ‘조용한 외교’가 계속되는 한 미·중 딜레마를 해결하기 어렵다.
 
여전히 정계와 학계 일부에서 “미·중 사이에 꼭 선택을 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 들린다. 정치적 발언일 수는 있지만 이제 현실에서 통하지 않는 말이다. 개별 현안에 대한 선택이 매번 불가피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
 
기본적으로 한국은 ‘국익’ 개념을 갖지 못한 나라다. 미국은 국토안보, 자유시장경제와 민주, 미국적 가치의 확산을, 중국은 주권·안보·발전이익을 말한다. 국익은 외교관에게는 매뉴얼이며, 국민에게는 외부에서 충격이 왔을 때 똘똘 묶어내는 역할을 한다. 한국에서는 국익이 쉽게 무역·투자·관광으로 환원된다. 국가의 품격·평판과 같은 현금화할 수 없는 국익이 존재한다.
11월 미국 대선의 결과에 따라 미·중 전략 경쟁이 요동칠 전망이다. 왼쪽부터 미국 민주당 후보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재선을 노리는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11월 미국 대선의 결과에 따라 미·중 전략 경쟁이 요동칠 전망이다. 왼쪽부터 미국 민주당 후보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재선을 노리는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미·중 전략적 경쟁이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 13일 ‘미·중 전략적 경쟁과 한반도’를 주제로 열린 한중 비전포럼 5차 모임에서 “한국의 경제·군사력이 중국을 저지할 수 있고, 외교력은 청와대 외사처를 넘어설 때 기회의 창이 열린다”며 “미국과 중국이 한국을 어떻게 보느냐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적 합의를 이룬 국익이 미·중 충돌의 시대를 돌파할 열쇠라는 결론이 도출됐다. 다음은 5차 회의 주요 발언록. 전문은 인터넷에 소개.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전 통상교섭본부장) 경제·통상 발제 요지=세계 무역환경은 1948년 이후 최악의 상태다. 코로나19 이후 미·중 통상분쟁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까지 계속해서 악화될 전망이다. 중국도 만만치 않게 버티고 있다.
 
당분간 해결 방안은 지역주의이다. 지역 자유무역협정(FTA), 특정 이슈만 합의하는 복수국가간 협정(PTA)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여러 원칙을 공유하는 나라끼리 새로운 국제기구를 만들어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선진국과 개도국 구분없이 저성장·고실업·양극화가 번지고 있다. 국내 정치가 중요해지면서 세계화와 자유무역, 시장경제에 대한 반감도 증가할 것이다.
 
한국은 다자무역체제 안에서 중견국 그룹에 동참해야 한다. 대국 편은 아니면서 중간에서 다리 역할을 해야한다. 미국 가입 전에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일본이 주도한다는 이유로 현 정부가 고려하지 않는 게 문제다.
 
미·중의 압박에는 ‘시장경제·자유무역·다자무역·비차별’ 원칙을 내세워 대응해야 한다. 미국의 부당한 쿼터를 거부하고, 중국이 압박하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 원칙을 지키는 나라끼리의 동맹을 만들어야 한다.
 
▶문흥호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미국이 중국에 실망하면서 대만문제로 되돌아가고 있다. 볼턴이 회고록에서 “트럼프에게 대만이 포기 0순위”라고 했지만 미·중 무력 충돌이 있다면 대만이 0순위라고 할 수 있다. 한반도에서는 미·중 양국 모두와 잘 지낼 수도, 척을 질 수도 없다. 남이 주는 비방(祕方)은 없다. 외교부가 청와대의 외사판공실이 되면 곤란하다. 핵심은 실력이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교수=일본의 한 경제연구소가 21세기 미·중 관계 예측 보고서를 냈다. 2035년 이후 중국이 미국을 추월한 뒤 2050년대에 재역전 당한다는 예측이다. 중국은 역동성이 약해지고, 한자녀 정책이 발목을 잡는다. 여전히 개방적인 미국으로 인재가 몰릴 것이다.
 
13일 열린 한중비전포럼에서 전문가들이 토론하고 있다. 아래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정재호 서울대 교수, 박태호 전 통상교섭본부장, 김진호 단국대 교수,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 이하경 주필, 이재민 서울대 교수, 최우선 국립외교원 교수, 신정승 전 주중대사, 문흥호 한양대 교수, 지만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상선 기자

13일 열린 한중비전포럼에서 전문가들이 토론하고 있다. 아래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정재호 서울대 교수, 박태호 전 통상교섭본부장, 김진호 단국대 교수,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 이하경 주필, 이재민 서울대 교수, 최우선 국립외교원 교수, 신정승 전 주중대사, 문흥호 한양대 교수, 지만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상선 기자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1980년대부터 대만·홍콩·선전(深圳)을 왕래했다. 당시 선전에서 부동산을 산 홍콩 운전사는 지금 거액의 자산가가 됐다. 미국식 분석이 맞아 보였지만 지내보니 결과는 달랐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미국의 안보에 의존하고 중국의 경제에 의존하는 ‘안미경중(安美經中)’의 외교 원칙이 지속가능성에 근본적인 문제가 생겼다.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을 줄이고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을 줄여야 한국의 외교 공간이 확보된다. 미·중 갈등 상황에서 낭만적인 접근 대신 배제법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할 수 없는 것을 배제하면 문제가 간단해진다.
 
▶최우선 국립외교원 교수=한미동맹은 위협에 대한 대비이자 헤징의 근간이다. 중국은 혼자 감당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한국이 실질적으로 자구책을 위해 국방력에 투자할 시점이 이미 도래했다. 모호성보다 선제적 준비가 필요하다. 한국이 중국을 실질적으로 거부할 능력, 즉 초반에 순간적으로 격퇴할 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어려운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동맹 관리가 그냥 유지될 것이라는 생각은 지나친 낙관주의다.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학과 교수=지난 5월 미국이 ‘중국전략보고서’를 발표했다. 사실상의 디커플링 선언이다. 보고서는 중국과 중국 공산당을 구분했다. 중국 내부 장악력을 높이려는 시도다. 약탈 경제를 강조해 동맹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국제적으로는 중국 포위 전선을 만들려고 시도했다. 중국에 “말하는 것은 하지 않고 말하지 않는 것은 한다”는 말이 있다.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지금은 제갈량이 쓰촨(四川)으로 들어가며 천하삼분지계를 세웠던 시기와 비슷하다. 시진핑이 1~2년 전 시니피케이션(Sinification·중국화)을 말했다. 중국은 불교, 마르크스주의를 중국화했다. 공자·맹자까지 끌어들여 메리토크라시(賢能主義)에 기반한 민주주의를 주장한다. 9000만 중국 공산당원 한 명 한 명은 훈련받은 리더십으로 포퓰리즘과 다르다며 전반적인 체제 경쟁을 한다. 군(軍)의 존재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지도부의 의도와 달리 군이 준동할 수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경제력, 군사력이 중국과 단기전에서 지킬 수 있는 힘, 청와대 외사처가 아니라 강한 외교력을 갖는다면 기회의 창이 열린다. 미국과 중국의 지도자가 한국을 어떻게 보느냐는 우리에게 달렸다.
 
▶최병일=국제 분쟁 해결 방안이 사라지고, 시장경제와 디지털 레닌이즘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다자주의를 외치는 것은 희망고문 아닐까. 국제통상체제는 무너졌다. 미국 중심의 소수 국가 멤버십의 클럽이 등장할 수 있다. 중국은 자신의 시장 가치를 높이는 식으로 반격할 것이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미·중 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자유무역체제와 신흥국이다. 미국과 선진국이 자유무역 대신 ‘공정무역’을 말하기 시작했다. 미국·EU·일본이 불공정에 대한 설명과 대응방향을 내놨다. 입증 책임을 원인 제공국에 요구했다. 비교 우위에 근거한 입지전략이 무너졌다. 입지전략을 거스를 수 있는 기술 전략이나 산업전략을 세우고 있다. 미·중 분쟁은 신흥국가의 발전 기회를 원천적으로 빼앗을 수 있다. 미·중의 문제에서 신흥국과 선진국의 문제로 바뀔 수 있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돌이켜 보면 지난 몇 년간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일방적으로 당한 점, 일본의 수출규제로 당했던 경험, 중국의 사드 보복까지 한국은 주요 교역국과 돌아가면서 스파링을 했다. 새로운 교역 질서가 재조정되는 단계에서 맷집을 준비하는 시간을 겪었다.
 
디지털 교역의 규범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관심이다. 개인 정보는 디지털 경제의 핵심 쟁점이다. 한국은 코로나19를 거치며 개인 정보를 긍정적으로 사용하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신정승 전 주중대사=미·중 전략적 경쟁의 시기에 대국이 아닌 한국으로서는 국제적 정세의 흐름을 잘 파악해 필요할 때 한국의 국익과 상황에 따라 입장을 정해야한다. 다만 이념적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국익에 대한 컨센서스가 존재하는지, 이익과 명분이 충돌할 때 어떻게 할 것인지, 대외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정치 리더십의 중요한 문제이다. 사회지도층에서 깊은 토론이 있어야 한다.
 
한중비전포럼
한·중 관계의 미래 좌표와 비전을 찾기 위해 전문가 18명이 결성한 포럼.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이 대표를 맡고 신정승 전 주중대사가 위원장을 맡았다.

 
정리=신경진 중국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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