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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여비서 움직임 사전보고설’에 서울시 “아니다”…진실게임 양상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박원순 시장은 자신의 여비서 출신 A씨가 성추행 혐의로 고소를 준비해왔고 실제 행동에 옮겼다는 사실을 정확히 언제, 어떤 경로로 알게 됐을까. A씨가 지난 8일 경찰에 고소장을 내기 전부터 박 시장과 서울시가 A씨 움직임을 알고 있었을 거라는 주장이 14일 여권에서 제기됐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를 부인해 진실게임으로 흐르는 양상이다.
 

“서울시 내부 보고 이후 박 시장 숨져”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정과 유골함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을 마친 뒤 박 시장의 고향인 경남 창녕으로 이동하기 위해 운구차에 놓여 있다. 연합뉴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정과 유골함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을 마친 뒤 박 시장의 고향인 경남 창녕으로 이동하기 위해 운구차에 놓여 있다. 연합뉴스.

정부 고위 인사는 14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전직 여비서 A씨가 박 시장을 고소하기 이전 서울시가 이미 관련 동향을 파악하고 있었고 지난 8일 고소장을 제출하기 전에도 박 시장이 관련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안다"며 "서울시 내부 보고 이후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박 시장이 고소 전 A씨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었고 이를 대비했다는 의미가 된다. 
 
지금까지는 박 시장이 고소장을 제출한 사실을 '모종의 경로'로 전해듣고 나서 심리적 압박감을 받아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된 거라는 추정이 많았다. 이날 정치권 일각에서도 “실종(9일) 하루 전 박 시장 참모가 ‘고소 움직임이 있다’는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안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울시는 부인…“실종 이후 알았다”

서정협 서울특별시 행정1부시장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의회에서 열린 제296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 참석해 시정연설하고 있다. 뉴시스.

서정협 서울특별시 행정1부시장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의회에서 열린 제296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 참석해 시정연설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서울시는 이 같은 주장을 모두 부인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박 시장의 피소 사실이나 성추행 의혹은 (박 시장의) 실종 이후 언론 보도를 접하고서야 알았다"고 말했다. 서울시 인권담당관과 여성가족정책과 등 공식 창구로도 관련 내용이 접수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박 시장 실종 하루 전인 8일 오후 4시30분께 박 시장을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했고 9일 새벽 2시30분까지 1차 진술 조사를 받았다. 박 시장은 그 직후인 9일 오전 모든 일정을 취소한 데 이어 그날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간 숨진 채 발견됐다.
 
A씨가 박 시장을 고소한 직후 박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점에서 수사당국 혹은 청와대가 박 시장에게 고소 사실을 알려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13일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과 A씨의 변호인 등은 기자회견을 열어 "고소와 동시에 박 시장에게 수사 상황이 전달됐다"며 "서울 시장의 지위에 있는 사람에겐 본격적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증거인멸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을 목도했다"고 말했다.
 

청와대·경찰·서울시 모두 부인…이목은 포렌식에

박 시장에 의한 성추행 피해여성 변호인인 김재련 변호사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녹번동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현장 기자단.

박 시장에 의한 성추행 피해여성 변호인인 김재련 변호사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녹번동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현장 기자단.

현재 경찰이 청와대 측에 고소 사실을 알린 것은 확인된 상황이다. 13일 경찰은 "8일 박 시장에 대한 고소를 접수한 뒤 청와대에 이 사실을 알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는 박 시장에게 이를 전달했다는 사실을 부인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13일 "8일 고소 사실을 경찰로부터 통보는 받았지만, 박 시장에 전달하지 않았다"며 "박 시장이 9일 새벽 청와대 통보로 피소 사실을 알게 됐다는 보도는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청와대와 경찰, 서울시가 모두 관련 의혹을 부인함에 따라 박 시장의 피소 사실을 알린 주체와 시기는 현재 불분명한 상태다. 이 때문에 경찰의 박 시장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다만 서울시가 A씨 움직임을 파악해왔고 고소 당일 사전 보고를 했다고 하더라도 박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가 명확하게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 이때문에 별도의 수사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진보 단체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14일 성명을 내고 "고소장 제출 사실이 알려져 피해자 신원이 누설된 건 (성추행 사건과) 별도의 범죄"라며 "검찰이 이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할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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