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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같은분들 내보냈는데 또…" 최저임금 인상에 암울한 명동

[르포] 최저임금 1.5% 인상 소식에 암울한 명동·연남동

14일 오후 12시 서울 명동의 해산물 식당은 점심시간에도 불구하고 손님을 찾아 볼 수 없었다. 배정원 기자

14일 오후 12시 서울 명동의 해산물 식당은 점심시간에도 불구하고 손님을 찾아 볼 수 없었다. 배정원 기자

 “지난해에 이미 한 번에 10% 넘게 올려서 가족 같은 분들을 내보냈어요. 내년에 적게 올린다고 만회가 될까요?” 서울 중구 명동에서 대를 이어 분식집을 운영하는 A 씨는 14일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시급 8590원)보다 1.5% 오른 8720원으로 결정됐다는 소식에 이렇게 말했다. “최저임금이 또 인상되면 아르바이트생을 내보내지 않는 이상 소비자 가격에 부담을 전가하는 수밖엔 없다”면서다.
 

A 씨는 지난해 인건비 부담이 커지자 주방에서 일하던 직원 두 명을 내보내 지금은 사장을 포함해 4명이 가게에서 일한다. 기자가 찾은 시각 매장에선 작은 소동이 일었다. “1인 1 메뉴를 주문해달라”는 직원에게 손님이 “언제부터 그랬냐”며 화를 낸 것이다. 한때 유명 맛집으로 방송에도 출연했던 이 가게는 최근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1인 1 메뉴' 정책을 시작했다. A 씨는 “경영 악화로 직원을 더 고용할 여력은 없다”고 했다.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는 이 가게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은 가게 문을 닫거나 직원 없이 ‘나 홀로’ 영업으로 버티고 있다. 명동 메인 거리에서 몇 걸음만 옮기면 나오는 골목은 1층 매장 대부분이 폐업 상태였다. 패밀리 레스토랑 프랜차이즈 아웃백이 있었던 자리는 새 주인을 찾지 못해 행인들이 버리고 간 음료수 잔과 담배꽁초로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가게도 맘대로 못 접는데 알바는 언감생심”

지난해 4월 오픈한 명동의 한 한식 프랜차이즈 가게는 점심 시간에도 테이블의 절반을 채우지 못했다. 1시간 동안 총 4개의 테이블에만 손님을 받았다. 배정원 기자

지난해 4월 오픈한 명동의 한 한식 프랜차이즈 가게는 점심 시간에도 테이블의 절반을 채우지 못했다. 1시간 동안 총 4개의 테이블에만 손님을 받았다. 배정원 기자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B씨(33)는 14일 최저임금 인상 소식에 “어차피 지금 아르바이트는 쓰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B씨가 가게를 차린 2017년만 해도 장사가 잘됐지만, 지난해부터 점점 알바 월급 주기가 빠듯해졌다. B씨는 “월세와 인건비, 재료비를 빼면 남는 건 한달 100만~200만원일 때도 많았다”며 “올해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알바는 내보내고 두 달간 가게를 닫았다가 5월부터 다시 영업중”이라고 했다. 마음대로 가게를 접을 수도 없다. B 씨는 "가게를 차릴 때 낸 권리금 5000만원에 인테리어 비용까지 합치면 7000만원은 받아야 하지만, 지금은 부동산에서 '권리금 3000만원도 받기 어렵다'고 한다"고 전했다.
 
편의점 업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편의점주협의회(이하 협의회)에 따르면,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편의점 평균 수익은 한달 98만9600원에서 89만6800원으로 9.38% 감소하게 됐다. 편의점 평균수익은 매출에서 인건비와 임대료 등 점포유지관리비용과 로열티를 뺀 금액이다. 협의회는 당초 최저임금 삭감을 요구해왔다. 협의회 측은 “이미 한계치를 넘어섰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은 벼랑 끝에 서 있는 자영업자를 낭떠러지로 떠미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주휴수당 포함시 최저임금 1만원 돌파”

각종 세일 행사에도 불구하고 텅빈 명동의 한 화장품 매장. 배정원 기자

각종 세일 행사에도 불구하고 텅빈 명동의 한 화장품 매장. 배정원 기자

편의점 점주들은 최저임금에 주휴수당 문제까지 겹친다며 이중고를 호소한다. 주휴수당은 유급휴일에 받는 하루 치 일당으로, 주 40시간 근무할 때 48시간에 해당하는 시급을 지불하는 것이다. 주 15시간 이상 근무한 노동자에게 사용자가 의무적으로 지급해야 한다. 편의점에서 ‘쪼개기’ 근무가 성행하는 이유다. 알바생이 월ㆍ화요일엔 ‘가’ 편의점에서, 수ㆍ목요일엔 ‘나’ 편의점에서 일하는 식이다.  
 
협의회는 “주휴수당을 포함할 경우 (1.5% 인상분을 반영하지 않은) 올해 기준만으로도 최저임금은 1만원을 넘어선다”고 주장한다. 올해 최저임금인 8590원을 받고 주 40시간을 근무할 경우 주휴수당 적용으로 8시간 시급을 추가로 받기 때문에 일주일에 41만2320원을 받는데, 이를 실제 근무한 시간으로 따지면 시급 1만308원을 받는 셈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협의회는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의 주휴수당 인정시간 확대 및 장기적으로 주휴수당 폐지 ▶최저임금의 업종별ㆍ규모별 차등화 ▶3개월 미만 초단기 근로자의 4대 보험 가입 유예 또는 정부지원 등을 요구했다. 홍성길 협의회 정책국장은 “최저임금이 아무리 소폭 오르더라도 ‘5인 미만 사업장’에도 똑같은 적용되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주휴수당 역시 ‘주 40시간 이상’에만 적용해도 편의점에선 굳이 ‘쪼개기’ 고용을 하지 않고 일 잘하는 알바생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추인영·배정원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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