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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이니 더 꼬인 심상정…진중권 "마지막 신뢰 버렸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왼쪽)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장혜영, 류호정 의원. [임현동 기자]

정의당 심상정 대표(왼쪽)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장혜영, 류호정 의원. [임현동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조문 여부를 놓고 드러난 정의당 내부의 갈등이 확전 양상이다. 장혜영·류호정 의원이 지난 10일 박 전 시장의 성추행 논란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조문을 거부한 것에 대해 심상정 대표가 14일 공개적으로 사과하면서다. 
 
심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두 의원은 피해 호소인을 향한 2차 가해가 거세지는 것을 우려해서 피해 호소인에 대한 굳건한 연대 의사를 밝히는 쪽에 무게중심을 뒀다”면서도 “두 의원의 메시지가 유족들과 시민의 추모 감정에 상처를 드렸다면 대표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심 대표가 이날 공식 사과한 것은 이른바 ‘조문 논란’ 이후 탈당자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의당은 지난 10일 이후 공식 집계된 탈당자만 11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진다. 정의당 관계자는 “100명 이상이 새로 당에 들어왔지만, 그보다 더 많은 당원이 탈당하면서 일선 지역위원회에서 항의가 있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정의당 당원과 지지층 상당수가 시민 활동가 출신인 박 전 시장에 우호적인 감정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심 대표의 사과가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심 대표의 사과가 논란을 수습하기보다는 더 증폭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심 대표의 사과 발언이 올라간 페이스북 영상엔 “이 메시지에 매우 유감”, “피해자와 연대하고자 몸부림치는 많은 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좌절감과 모욕감을 줬다” 등의 항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

과거 정의당 당원이었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이로써 이분에 대해 가졌던 마지막 신뢰의 한 자락을 내다 버린다”며 심 대표를 비판했다. “저 말 한마디로써 피해자가 ‘50만명이 넘는 국민의 호소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이라 절망했던 그 ‘위력’에 (정의당이) 투항, 아니 적극적으로 가담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진 전 교수는 “진보정치에도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태”라며 “젊은이들의 감각을 믿고 그들에게 당의 주도권을 넘기는 게 좋을 듯”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정의당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심상정 대표는 조문 거부 자체에 대해 사과한 게 아니다”라며 “두 의원의 연대 메시지가 유족과 시민들의 추모 감정에 상처를 드렸다면 사과드린다는 메시지였을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진 전 교수의 말대로 정의당은 최근 안희정 모친상 문 대통령 조화 논란부터 박원순 조문 논란까지 ‘세대 갈등’의 양상을 띠고 있다. 과거 NL(민족해방)과 PD(민중민주), 또는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갈등과 다른 대결 구도라는 평가다.  
 
정의당의 ‘세대 갈등’은 다음 달로 예정된 혁신안 채택 과정에서 정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장혜영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혁신위원회는 18명의 위원 가운데 8명(44.4%)이 2030으로 구성됐다. 정의당 전체 당원 구성보다 젊은 층 목소리가 크게 반영되는 구조다. 혁신안 초안은 오는 17일 공개될 예정이다.
 
한편 정의당은 전날(13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박원순 전 시장 조문을 둘러싼 논란을 논의했는데, 이 자리에서 심 대표는 류호정 의원 등에게 “조문을 마친 뒤 피해자와의 연대 의지를 담은 메시지를 준비했는데, 당 전체적으로 메시지가 제각각 나온 측면이 있었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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