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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보이스피싱 책임져라” 논란의 英제도 수입하는 금융위

보이스피싱 피해의 책임, 당한 피해자가 아닌 못 막은 은행에 있다?
 
과격한데 획기적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말 발표한 ‘보이스피싱 척결 종합방안’의 핵심은 보이스피싱 피해를 금융회사가 배상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발표 전 은행권이 반대 의견을 피력했지만 금융위 발표를 막지 못했다.  
 
벌써부터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지인과 짜고 돈을 보낸 뒤 보이스피싱이라고 우길 수 있다’는 걱정이다.  
 
금융위 구상은 영국에서 시행 중인 ‘사기피해 환불제’를 빌려온 것이다. 영국 사례를 통해 제도가 어떻게 작동할지를 알아봤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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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금융회사 자율규약으로 도입

영국에서도 보이스피싱은 큰 사회적 문제다. 지난해 보이스피싱 사기로 인한 소비자 피해금액은 3억3500만 파운드(약 5000억원)에 달했다. 사기꾼들은 주로 유출된 개인 정보를 이용해 투자회사 또는 변호사를 사칭하며 접근해 돈을 갈취한다.
 
이에 영국은 금융회사의 자율 규약 형태로 지난해 5월 파격적인 사기피해 환불제도 도입을 선언했다. 보이스피싱 피해 고객에 중과실이 없다면 이를 은행이 전액 보상하기로 한 것이다. 갈수록 정교해지는 보이스피싱 기술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막겠다는 취지다. 바클레이즈, HSBC, 로이드뱅킹그룹,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C) 등 대형 은행을 포함한 9개사가 동참했다.  
 
획기적인 제도지만 규약 시행 이후 논란은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일부 대형은행은 사기피해 환불을 위해 ‘거래 수수료’ 신설을 주장했다. 고객이 30파운드(약 4만6000원)를 넘는 금액을 송금하면 2.9%의 수수료를 떼서 사기피해 보상을 위한 기금으로 쌓자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고객 반발을 우려한 은행 간 이견으로 결국 이는 무산됐다. 특히 규모가 작은 챌린저 은행(영국의 인터넷은행)들이 반대했다.  
 

소비자 피해보상 늘었지만 여전히 논란

아직 영국 은행 중에도 여전히 규약을 따르지 않는 곳이 있다. 은행마다 들쭉날쭉한 보상 체계도 논란거리다. 금융회사들은 ‘중과실이 없는 보이스피싱 피해 고객’에 보상한다는 데는 합의했지만, 어디까지를 과실로 볼지에 대한 기준은 제각각이다. 이 때문에 ‘보상에 일관성이 없다’, ‘환불이 너무 늦다’는 소비자 불만이 이어진다.
 
데일리메일은 지난 5월 보도에서 “규제당국에 따르면 일부 은행은 여전히 환불을 피하기 위해 부당하게 피해자에 책임을 묻는다”며 “획기적인 환불제가 도입 된 지 1년이 됐지만 금융사기 피해자는 여전히 은행에 의해 밀려났다”고 지적했다. 데일리메일은 가짜 웹사이트를 통해 19만 파운드(약 2억9000만원) 투자사기를 당한 80대 노인이 바클레이즈에 환불을 요청했지만 한달 넘게 돌려받지 못하다가 기자의 취재가 시작된 뒤에야 환불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규약 시행 뒤 사기피해금액 10파운드 당 4파운드 꼴로 환불됐다. 이는 규약 시행 이전(10파운드 당 1.9파운드)보다 늘었지만 소비자의 기대엔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오른쪽부터)과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6월 24일 열린 '금융 및 통신을 통한 보이스피싱 피해예방 서비스 시연회'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은성수 금융위원장(오른쪽부터)과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6월 24일 열린 '금융 및 통신을 통한 보이스피싱 피해예방 서비스 시연회'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 법제화 추진…은행은 “어디까지 보상” 고민

한국의 보이스피싱 피해규모는 지난해 기준 6720억원에 달한다. 영국보다도 피해규모가 크다. 
 
금융위원회는 영국 제도가 법률이 아닌 자율규약 형태라서 한계가 있다고 봤다. 모든 은행이 가입하지 않고 빠지는 곳이 있으면 그쪽으로 보이스피싱 피해가 집중되는 ‘풍선효과’가 있을 수 있어서다. 금융위가 금융회사에 보이스피싱 피해 보상 책임이 있음을 법률로써 제도화하려는 이유다. 
 
은행들은 고민이 크다. 도대체 어디까지가 은행이 책임져야 할지 기준을 정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익명을 원한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 직원이 ‘보이스피싱 아니냐’고 해도 피해자가 ‘그냥 송금해달라’고 한 뒤 나중에 ‘신변의 위협을 느껴서 그랬다’고 말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며 “피해자의 고의·중과실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은행 책임인데, 어디까지 배상할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의도적인 허위 피해 신고자에 대한 처벌 조항도 함께 마련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며 “연구용역과 은행 의견 수렴을 거쳐 하반기 중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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