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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유행 타는 '독상'···조선 땐 이미 다 그렇게 먹었다

구한 말 음식서인 『시의전서』에는 400여종에 달하는 전통 음식 조리법부터 반상을 차리는 도식까지 상세히 다뤄져 있다. 이 책이 전해내려온 경북 상주시에는 최근 『시의전서』 속 음식을 복원하는 사업이 한창이다. 코로나 시대의 일상이 된 1인 상을 표방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최승표 기자

구한 말 음식서인 『시의전서』에는 400여종에 달하는 전통 음식 조리법부터 반상을 차리는 도식까지 상세히 다뤄져 있다. 이 책이 전해내려온 경북 상주시에는 최근 『시의전서』 속 음식을 복원하는 사업이 한창이다. 코로나 시대의 일상이 된 1인 상을 표방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최승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식사문화를 바꾸고 있다. ‘혼밥’이 일상화하고, 밑반찬을 1인용으로 내주는 식당이 늘고 있다. 여럿이 한 상에 둘러앉아 보글보글 끓는 찌개에 숟가락을 담그고, 반찬도 나눠 먹는 문화는 적폐처럼 여겨진다. 이 와중에 경북 상주시에서 19세기 음식서인 『시의전서(是議全書)』를 재현한 식당이 눈길을 끈다.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이라는 1인 상이 100여년 전 조선 시대의 일상식이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시의전서』는 상주에 전해 내려오는 음식 조리서다. 1919년 상주에서 필사본이 발견됐는데 원본은 구한 말, 그러니까 1800년대 말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한다. 422종에 달하는 음식 조리법뿐 아니라 반상 도식, 즉 한식 밥상의 구성과 배치까지 다룬 책이다. 김치·비빔밥·순대·식혜 등 수많은 전통음식 레시피가 실려 있어 지금까지도 연구가 활발하다.
 
상주시가 2017년부터 『시의전서』 현대화 사업에 나선 이유가 있다. 유서 깊은 조리서의 고장인데도 정작 음식문화가 발달하지 못했다. 도시 면적은 서울의 두 배가 넘는데 곶감을 빼면 지역 대표 음식도 마땅치 않다. TV 프로그램에 소개된 맛집도 거의 없다. 상주시는 『시의전서』를 토대로 음식을 개발하는 식당을 지원하고, 지난해 요리경연대회도 열었다.
 
지난 1일 낙동강 회상나루에 자리한 ‘백강정’이란 식당을 가봤다. 상주시 1호 ‘시의전서 창업식당’으로 2018년 10월 개장했다. 한옥 방문을 여니 낯선 장면이 펼쳐졌다. 키 작은 1인용 목재 소반이 여럿 놓여 있었다. 일행과 자리를 잡고 갈비찜 정식(2만원)과 뭉치구이 정식(1만5000원)을 주문했다. 일반적인 한정식집처럼 상다리 휘는 상차림이 아니라 1인용 음식이 목재 쟁반에 단정하게 담겨 있었다. 갈비찜을 합쳐 반찬 10가지와 쌀밥, 미역국이 나왔다. 백강정 노명희 대표는 “『시의전서』를 기준으로 하면, 김치나 나물 같은 반찬을 빼고 양반이 먹던 오첩반상이라 할 수 있다”며 “조선 시대에는 왕가나 양반만이 아니라 서민도 적은 반찬으로 독상을 차려 먹었다”고 설명했다.
『시의전서』에 나온 레시피를 응용해 만든 백강정의 정식 메뉴. 상주 지역 식재료를 최대한 활용했다. 최승표 기자

『시의전서』에 나온 레시피를 응용해 만든 백강정의 정식 메뉴. 상주 지역 식재료를 최대한 활용했다. 최승표 기자

경상도 음식이라면 화끈하고 자극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날 맛본 음식은 대체로 정갈했다. 고추장에 6개월 숙성했다는 가지 장아찌, 떡갈비를 닮은 뭉치구이, 곰삭은 북어무침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침 묻은 수저가 함께 먹는 반찬에 묻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좋았다. 노 대표는 “코로나 때문인지 1인 상에 대한 반응이 더 좋다”며 “난생처음 독상을 받아본다며 감개무량하다는 할머니도 있었다”고 말했다.

 
백강정 말고도 상주에는 전통음식 보급 식당이 여럿 있다. 현재 4곳이 지정됐고, 2곳이 추가될 예정이다. 콩국수 전문점도 있고, 고깃집도 있는데 모두 『시의전서』 복원 음식을 팔고 있다. 상주식 비빔밥, 육전, 깻국국수(콩국수) 같은 메뉴다. 이영숙 상주시농업기술센터 생활자원팀장은 “복원 음식을 파는 모든 식당이 1인 상을 차려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의전서』에는 부빔밥(비빔밥) 레시피도 나온다. 이를 복원한 비빔밥을 여러 식당에서 선보이고 있다. [사진 상주시농업기술센터]

『시의전서』에는 부빔밥(비빔밥) 레시피도 나온다. 이를 복원한 비빔밥을 여러 식당에서 선보이고 있다. [사진 상주시농업기술센터]

 상주=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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