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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의류공장 코로나 폐업 "동남아 수십만 노동자 옷벗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에 직격탄은 맞은 대표적 업종 중 하나는 의류 산업이다. 디자인과 생산, 판매로 이어지는 글로벌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면서다. 특히 의류 공장이 밀집한 동남아·서남아 국가들은 나라 경제가 휘청일 정도로 타격을 입고 있다.  
 
대표적인 국가는 방글라데시·캄보디아·미얀마 등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한국 기업들은 이들 나라에 공장을 세워 글로벌 의류기업에 옷을 댄다. 의류 공장이 몰린 건 무엇보다 인건비가 싸기 때문이다.   
코로나 19로 세계 의류 공장들이 문을 닫거나 가동을 중단하면서 의류 산업으로 경제를 지탱해온 동남아 국가들이 큰 어려움에 처했다. [트위터]

코로나 19로 세계 의류 공장들이 문을 닫거나 가동을 중단하면서 의류 산업으로 경제를 지탱해온 동남아 국가들이 큰 어려움에 처했다. [트위터]

 
자연히 의류 산업은 이들 국가의 주축 산업이 됐다. WSJ은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은 의류 산업으로 수백만 명을 고용했고 이들이 빈곤에서 탈출하도록 도왔다"고 보도했다.   
 
방글라데시가 수출로 보는 이익의 85%가 의류 산업에서 나온다. 의류업체에서 일하는 사람만 400만 명에 달한다. 캄보디아는 다섯 가구 중 한 가구가 의류 산업에 종사한다. 캄보디아 수출의 75%는 신발·여행용 가방 등에서 나온다. 미얀마에선 지난해에만 의류 공장 120여 곳이 새로 문을 열었다. 이들 공장에서 연 67억 달러 규모의 의류·신발·가방을 만들어 수출한다. 
 

코로나 19로 쑥대밭...수 십만 노동자 해고돼 



하지만 이런 지나친 의존도가 코로나 19 상황에선 독이 됐다. 
 
코로나 19가 세계를 덮치자 소비자들은 옷 사는 돈부터 줄였다. 바깥 활동이 줄면서다. 글로벌 의류 기업들은 수십억 달러어치의 주문을 취소하기 시작했다. 문을 닫는 업체도 속출했다. 유명백화점인 J.C. 페니와 의류 업체인 제이크루 그룹은 최근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컨설팅업체 맥킨지의 아킴 버그 수석 파트너는 "의류 도매·소매상 등의 20~30%가 문을 닫거나 다른 기업에 인수될 처지"라고 말했다.  
 
불똥은 곧 1차 생산지로 튀었다. 캄보디아에서만 의류 공장 250곳이 가동을 중지했다. WSJ은 "수십만 명의 의류 노동자들이 정직 혹은 해고를 당했고, 대다수는 여성이었다"고 전했다.
 

봉제공장 여공의 눈물 "생활비 벌기는 커녕 빚내야 할 판" 

 
미얀마 양곤에 사는 진마르 오(22)는 지난 4월 갑자기 일자리를 잃었다. 자신이 일했던 한국업체의 의류 공장이 코로나 19로 문을 닫으면서다. 오는 옷의 바느질 선이 제대로 되어 있는지 실 색은 잘 맞는지 확인하는 일을 하며 한 달에 155달러(약 18만6000원)를 벌었다. 어머니가 시장에서 채소를 팔아 하루 2달러를 버는 것과 비교하면 큰돈이었다. 번 돈으로 가족의 빚도 조금씩 갚아왔는데 이제는 생계를 이어가는 것조차 힘겨워졌다.  
의류 업체 공장에서 일하던 많은 동남아 노동자들이 코로나19 여파에 일자리를 잃었다. 그 중 상당수는 여성이다. [트위터]

의류 업체 공장에서 일하던 많은 동남아 노동자들이 코로나19 여파에 일자리를 잃었다. 그 중 상당수는 여성이다. [트위터]

 
싱글맘인 킨 모에(25)는 지난 2017년 한 살배기 아들을 고향의 부모님에게 맡기고 양곤에서 일자리를 구했다. 그는 H&M, 자라 등 글로벌 패션업체의 셔츠와 코트를 위탁 생산하는 중국계 공장에 출근했다. 온종일 주머니와 옷깃을 달아 월 165달러~190달러를 벌었다. 번 돈 절반은 집으로 부쳤다. 초과 수당을 받으려 매달 70시간씩 추가로 일했다. 다른 세 명의 여성들과 비좁은 방을 함께 쓰며 생활비를 아꼈다. 아들이 결핵으로 입원했을 때도 쉴 수 없었다.  
 
하지만 모에는 코로나19 여파가 닥친 올해 초 수 백명의 동료들과 함께 해고됐다. 이젠 생활비를 충당하려면 빚을 져야 할 형편이다. 
 
캄보디아 의류제조업체협회의 켄 루 사무총장은 "공장에 일감은 없는데 건물 임대료 등 고정비용은 그대로 나간다"면서 "현금이 몇 달째 들어오지 않으면서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고 현지 공장의 사정을 전했다.  
 

"아시아 60년 만에 가장 저조한 성장"

 
의류 산업의 붕괴는 동남아 지역 극빈층의 증가로 이어질 전망이다. 세계은행은 코로나 19 영향으로 하루에 1.9달러 미만의 돈으로 사는 최빈층이 7100만 명에서 1억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1998년 이후 줄어가던 극빈층이 증가세로 반전할 것이란 예상이다. 세계은행은 새롭게 늘어나는 최빈층의 50%는 남아시아에서 나올 것으로 예측했다.  
 
 
아시아 개발은행(ADB)은 올해 아시아 지역의 성장률이 0.1%에 그쳐 60년 만에 가장 저조한 성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남아시아 여성들이 의류 공장에서 재료를 손질하고 있다. [트위터]

남아시아 여성들이 의류 공장에서 재료를 손질하고 있다. [트위터]

당장 일감만 문제가 아니다. 선진국들 사이에서 공장을 자국 가까이 옮기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다. 가령 미국은 국경을 맞댄 멕시코, 유럽은 터키·동유럽·북아프리카에 공장을 두는 식이다. 코로나19에 물류가 끊기는 충격을 겪은 뒤 이런 현상이 뚜렷해졌다. 
   
노동·개발경제학 전문가인 레이먼드 로버트슨 텍사스 A&M대 교수는 "남아시아 국가에는 의류 산업을 대체할 차선책이 아직 없는 상황이라 장기적인 타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유진 기자·김지혜 리서처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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