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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만에 귀국한 박주신 ‘대리신검’ 논란 재점화되나…변호인 “기일 신청, 출국금지 요청”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 이튿날인 11일 오후 박 시장의 아들 박주신 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마치고 인천공항을 나오고 있다. [뉴스1]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 이튿날인 11일 오후 박 시장의 아들 박주신 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마치고 인천공항을 나오고 있다. [뉴스1]

 아버지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를 치르러 11일 입국한 아들 박주신(35)씨가 법정에 서게 될까. 박씨는 2012년 병역 비리 의혹이 불거진 뒤 줄곧 영국에 체류한다고만 알려져 왔다. 박씨 병역과 관련해 박 시장 낙선을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로(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을 받는 양승오 박사(동남권원자력의학원 암센터 핵의학과 주임과장) 등의 항소심은 2019년 이후 멈춘 상태다. 이 재판의 증인으로 채택된 박씨의 소재를 알 수 없어 재판은 그간 진행되지 않았다.

 
11일 박씨 입국 소식이 알려지자 검찰과 변호인측이 재판부(서울고법 형사6부)에 박씨의 입국 소식을 알렸다. 13일 검찰은 ‘증인 박주신 입국’관련 서면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검찰 관계자는 “과거 재판부에서 박씨 입국 시 통보를 요청했고 이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박사의 변호인은 13일 오후 재판부에 증인신문 및 검증기일 지정신청서를 냈다. 변호인은 “박씨가 부친상을 마치고 다시 출국하기 전에 박씨에 대한 증인신문 및 신체검증이 시행돼야 한다”며 “조속히 증인신문 및 신체검증기일을 신청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또 박씨가 법원의 증인 소환에 불응할 것에 대비해 "구인장도 발부해달라"고 요청했다. 양 박사의 변호인인 김기수 변호사는 “재판부의 판단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변호인은 서울고검에 박씨에 대한 출국금지신청도 했다고 밝혔다. 2012년과 2013년 박씨가 병역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건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 이후 항고와 재항고까지 모두 기각돼 종결됐다. 2015년 박씨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재차 고발됐고, 2018년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고발인측이 항고해 사건이 서울고검에 있다. 김 변호사는 “13일 오전 피고발인인 박씨에 대한 출국금지 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병역 비리 의혹'은 어떻게 촉발됐나

2012년 박주신씨가 MRI 촬영으로 공개신검을 한 이후 세브란스 병원에서 실시한 브리핑 [중앙포토]

2012년 박주신씨가 MRI 촬영으로 공개신검을 한 이후 세브란스 병원에서 실시한 브리핑 [중앙포토]

박씨에 대한 ‘병역 비리 의혹’의 시작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1년 8월 공군 교육사에 입소한 박씨는 신체검사 과정에서 대퇴부 통증을 이유로 9월 귀가 조치를 받고 퇴소한다. 병무청은 그해 11월 박씨에게 재입영 통지를 한다. 박씨는 12월 한 한방병원에서 MRI와 X-ray 촬영을 받는다. 더불어 병사용 진단서도 받아 인터넷으로 병역처분변경원을 냈다. 박씨는 서울지방병무청에 이 진단서를 제출하고 CT 촬영을 한다. 이후 신체등급이 2급에서 4급으로 바뀌어 병역변경처분을 받았다.  
 
이런 박씨의 퇴소 절차를 두고 2012년 초 의혹이 제기됐다. 강용석 변호사(당시 국회의원)은 2012년 1월 박씨에게 병역비리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강 변호사는 박씨의 공개적인 신체검사를 요구하며 자신이 제기한 의혹이 사실이 아닐 경우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2월에는 박씨의 한방병원 MRI 영상을 공개하며 영상 바꿔치기 가능성을 제기했다. 나흘 뒤 세브란스 병원에 재직하던 한모 교수가 감사원 게시판에 “MRI 사진을 보고 강 의원 주장이 사실이라고 확신하게 됐다, 병역 비리 여부를 확실히 규명해 달라”는 글을 올리며 논란은 점점 커졌다.
 
고(故) 박 시장은 2012년 2월 20일 아들이 병무청에 낸 MRI 사진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이틀 뒤인 2월 22일 주신씨가 신촌 세브란스 병원을 찾아 공개 신체검사를 받았다. ‘기습 신검’ 논란이 있었지만 당시 세브란스 병원 측은 “한방병원 MRI 영상과 세브란스에서 촬영한 박씨의 MRI 영상은 피사체가 동일인이다”라고 판정했다. 이 발표로 강 의원은 의원직에서 사퇴했고, 한 교수는 사과문을 작성해 발표하며 사건은 일단락되는듯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지속해서 의혹을 제기해온 양 박사 등은 재판에 넘겨졌다. 양 박사 등은 “박씨가 세브란스 병원에서 받은 신체검사는 미리 찍어둔 대리인의 MRI 사진을 사용한 것”이라거나 “다른 MRI 촬영실에서 대리인 촬영을 하며 공개 신검 현장 모니터에 띄운 것”이라는 취지로 ‘대리 신검’의혹을 펼쳤다. 이를 지방선거를 앞둔 시기의 허위사실공표라 판단한 검찰은 2014년 양 박사 등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1심 "'대리 신검' 의혹은 '허위'"

양승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핵의학과 주임과장(왼쪽)과 차기환 변호사가 2016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박원순 아들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한 혐의로 진행된 공직선거법 위반 선고공판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편 양승오 주임과장 등은 1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뉴스1]

양승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핵의학과 주임과장(왼쪽)과 차기환 변호사가 2016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박원순 아들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한 혐의로 진행된 공직선거법 위반 선고공판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편 양승오 주임과장 등은 1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뉴스1]

1심에서는 박씨가 ▶2011년 병무청에서 직접 CT 촬영을 받았는지 ▶2012년 세브란스 병원에서 직접 MRI 촬영을 받았는지 ▶촬영 당시 대리인이 개입한 적은 없었는지 등이 쟁점이 됐다. 당시 1심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심규홍)는 양 박사 등이 주장한 내용이 허위라고 인정했다. 법원은 "피고인들은 대리신검의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가능성만 제시하고 구체적인 소명자료는 내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피고인들은 제출된 MRI나 X-ray 사진에 나타나는 ‘의학적 차이’를 볼 때 제출된 사진에 찍힌 사람이 박씨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박씨가 제출한 MRI 영상 및 X-ray 사진에서 ‘황색 지방 골수 비율’을 볼 때 최소 35세 이상인 사람의 것으로 보이고, 치아 상태로 볼 때 “요즘은 잘 쓰지 않는 저렴한 아말감으로 치아 14개 이상을 치료했는데 이는 중산층 가정에서 나고 자란 20대 박씨의 치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들의 주장을 모두 배척했다. 법원은 “피고인들의 주장만으로는 MRI에 찍힌 피사체가 20대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치아 관련 주장도 실제 박씨를 치료한 의사가 법정에서 증언한 점의 신빙성을 인정해 피고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피고인들이 사실확인에 대한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고 후보자를 떨어뜨릴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점을 유죄로 인정해 양 박사 등에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밝히며 “피해자인 박씨가 4년째 병역기피자 또는 병역 비리 사실을 덮기 위해 사기극을 벌인 사람이라는 의혹에 시달렸다”고 판결문에 썼다.
 

2016년 시작된 항소심 4년째 계속 중

차기환 변호사가 1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박주신씨의 법원 소환 촉구 기자회견'에서 박씨의 치아 엑스선 자료를 보며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차기환 변호사가 1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박주신씨의 법원 소환 촉구 기자회견'에서 박씨의 치아 엑스선 자료를 보며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양 박사 등은 항소했다. 항소심에서 피고인들은 "박 씨를 증인으로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1심에서는 박씨에 대한 증인 신문 없이 판결이 나왔고, 항소심에서는 박씨를 반드시 증인으로 불러 신체 검증을 해야 한다는 취지다. 검찰과 변호인측이 모두 박씨에 대한 증인 신청을 해 항소심도 이를 채택하고 박씨의 증인신문을 위해 영국에 형사사법공조요청도 했지만, 소환은 이뤄지지 않았다.
 
13일 변호인이 재판부에 박씨의 증인 신문을 위한 기일 지정 신청과 신체 검증기일 지정을 해달라고 내면서 멈춰있는 재판이 다시 재개될 가능성이 열렸다. 하지만 항소심이 당장 박씨를 소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씨는 사건의 피해자이자 증인 신분이고, 제대로 소환장을 송달 받은 적도 없기 때문이다. 형사 재판에 채택된 증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할 경우 법원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이는 소환장 송달이 전제돼야 한다. 또 부친상으로 박씨가 한국에 체류 중이긴 하지만 본인에게 소환장을 송달할 정확한 주소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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