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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안희정·오거돈 사건 발생 때도 성추행 안 멈췄다”

박원순 시장 고소인 관계자의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이 13일 서울 녹번동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열렸다. 장진영 기자

박원순 시장 고소인 관계자의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이 13일 서울 녹번동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열렸다. 장진영 기자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 비서 A씨 측이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비서로 재직했던 4년간은 물론이고 다른 부서로 발령 난 이후에도 박 시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이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미투’ 사건을 목격하고도 성추행을 멈추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 비서 측 변호사 기자회견
집무실 내 침실 불러 안아달라해
퇴근 후엔 텔레그램 비밀대화로
음란문자, 속옷차림 사진 전송
비서 4년, 타부서 발령나도 지속

A씨는 이달 8일 박 시장을 성폭력특례법 위반(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강제추행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했다. 고소 당일 진행된 고소인 조사는 이튿날 새벽 2시30분까지 이어졌다. 박 시장은 A씨 조사가 끝난 9일 오후 실종됐고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한 상태로 발견됐다. 이후 각종 논란에도 침묵해오던 A씨 측은 박 시장 장례 절차가 종료된 직후인 이날 오후 2시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 사실을 비교적 자세히 공개했다.
  
변호사 “올해 5월 12일 피해자 1차상담”
 
A씨의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올해 5월 12일 피해자를 1차 상담했고, 26일 2차 상담을 통해 구체적인 피해 내용에 대해 상세히 듣게 됐다. 하루 뒤인 5월 27일부터 구체적으로 법률적 검토를 시작해 나갔다”고 고소에 이르기까지의 경위를 설명했다.
 
그는 “피해자가 비서로 재직한 4년간 성추행과 성희롱이 계속됐고,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난 뒤에도 지속됐다. 성추행이 발생한 장소는 시장 집무실과 집무실 내 침실 등이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박 시장은 피해자에게 ‘즐겁게 일하기 위해서 둘이 셀카를 찍자’며 신체를 밀착해 추행했다”며 “집무실 내 침실로 피해자를 불러 ‘안아달라’며 신체 접촉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시장이 A씨 무릎의 멍을 보고‘호’ 해주겠다며 무릎에 직접 입술을 접촉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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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에는 텔레그램 ‘비밀대화’로 은밀하게 성추행이 이뤄졌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박 시장이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에 초대해 지속적으로 음란한 문자메시지나 속옷만 입은 사진을 전송하면서 피해자를 성적으로 괴롭혀왔다”고 말했다.
 
증거도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가 사용했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한 뒤 거기서 나온 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피해자가 비서직을 그만둔 이후인 지난 2월 6일 박 시장이 심야 비밀대화에 그를 초대한 것도 증거로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텔레그램 문자나 사진은 피해자가 친구들이나 평소 알고 지내던 기자, 동료 공무원에게 보여준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A씨 측은 이번 사건을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으로 규정했다. 박 시장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비서를 성추행했다는 얘기다. 고소장에 적시한 박 시장의 혐의 사실에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가 포함된 것도 이 때문이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박 시장은 비서가 거부나 저항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업무시간은 물론이고 퇴근 후에도 사생활을 언급하고 신체를 접촉했다. 전형적인 ‘권력과 위력에 의한 피해’가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2018년 박 시장 “미투는 용기 있는 행동”
 
오거돈, 박원순, 안희정.

오거돈, 박원순, 안희정.

이어 “박 시장은 여성인권에 관심을 갖고 역할을 해 온 사회적 리더였지만, 정작 본인은 직장 내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성희롱, 성추행했다”며 “직장 내 성폭력 예방 교육을 성실히 진행해온 듯했지만, 본인 스스로는 가해행위를 성찰하지도 멈추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특히 “그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건과 관련해 가까이에서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위치였지만, 그 사안이 자신에게 해당한다는 점을 깨닫지 못한 채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성추행을) 멈추는 선택을 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박 시장은 안 전 지사 미투 사건이 보도된 직후인 2018년 3월 한 토크쇼 현장에서 “미투는 용기 있는 행동이지만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사회적 연대가 필요하다. 남자로서, 시민으로서, 시장으로서 굉장히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었다. “나는 페미니스트”라고 말한 적도 있다.
 
이 소장은 “이 사건은 결코 진상 규명 없이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박 시장의) 죽음이 사죄의 뜻이었다면 어떤 형태로든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책임을 진다는 뜻을 전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이 유서에서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고 했으면서도 A씨와 성추행 의혹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도 “피고소인이 없다고 사건의 실체가 없어지지는 않는다. 경찰은 조사를 통해 파악한 사건의 실체를 토대로 판단 내용을 밝히고, 서울시는 제대로 된 조사단을 구성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변호사는 떠도는 소문들과 관련해 “A씨는 서울시장 비서직에 지원한 것이 아니라 다른 기관 근무 중 서울시청의 연락을 받고 면접을 봐 비서가 됐다”며 “현재 고소장이라고 인터넷상에 떠돌아다니는 문건 역시 우리가 수사기관에 제출한 문건이 아니다”고 말했다. A씨 측은 해당 문건 유포자와 2차 가해자들을 처벌해 달라고 경찰에 추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한 신변보호에 착수했다.
 
정진호·허정원·권혜림·김지아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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