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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보고 많이 배웠다" 뉴질랜드의 코로나 종식 비결 [시크릿 대사관]

 

“우리는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이겼습니다.”  

 
한국인, 아니 세계인이면 누구나 하고 싶을 이 말. 뉴질랜드의 저신다 아던 총리가 지난 4월28일 한 말입니다. 사실상 최초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종식을 선언한 국가가 뉴질랜드입니다. 약 76일이 지났지만 뉴질랜드는 여전히 코로나19 청정국입니다.  
 
궁금했습니다. 비결이 뭘까. 주한 뉴질랜드 대사관저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흔쾌히 환영해준 필립 터너 대사의 이야기, 들어보시죠. 뉴질랜드 대사관은 서울시 종로구 정동에 있지만 관저는 이태원에 있습니다.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 패션 센스가 남다르다. 김성룡 기자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 패션 센스가 남다르다. 김성룡 기자

 
인터뷰엔 터너 대사와 26년째 해로(偕老) 중인 동성 파트너 이케다 히로시(池田宏)씨도 함께 했습니다.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은 터너 대사 부부를 청와대로 초청했죠. 주한 외교단 리셉션 행사였습니다. 터너 대사와 이케다 씨는 청와대에 처음으로 초청된 동성 커플인 주한 대사 내외로 기록됐습니다.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가 지난해 10월 19일 트위터에 "제 남편 히로시와 함께 주한외교단 초청 리셉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영부인을 뵙게 돼 커다란 영광이었다"며 올린 사진. [트위터]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가 지난해 10월 19일 트위터에 "제 남편 히로시와 함께 주한외교단 초청 리셉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영부인을 뵙게 돼 커다란 영광이었다"며 올린 사진. [트위터]

 
당시 터너 대사는 “제 남편 히로시와 함께 (중략) 문재인 대통령과 영부인을 뵙게되어 커다란 영광”이라는 한국어 트윗을 올려 화제가 됐죠. 터너 대사 부부의 러브스토리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얘기부터 먼저 들어보시죠.  
  
 
코로나19 종식 선언을 한 뉴질랜드가 부럽다. 비결이 뭔가.  
“신속하게, 엄격하게 조치를 취하고 과학에 근거해 전문가의 조언을 따른 게 주효했다. 뉴질랜드는 5주간 봉쇄 및 국경 폐쇄 등의 조치를 했다. 뉴질랜드 국민은 꽤나 독립적이다. 정부가 지시를 내린다고 해서 고분고분하게 듣지만은 않는다(웃음). 그러나 이번 코로나19와 관련해선 소통이 주효했다.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정부가 공을 들여 전달했고, 과학자의 자문을 구했다. 그 결과 국민도 사태 심각성을 이해하고 엄격한 봉쇄 조치를 잘 소화해주셨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AP=연합뉴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AP=연합뉴스]

 
아던 총리의 리더십도 한국에선 주목받고 있다.  
“아던 총리가 처음부터 강조했던 게 있다. 코로나19와의 싸움은 500만 뉴질랜드 국민 모두의 팀 프로젝트와 같은 거라고. 국민 한 명 한 명이 힘을 합쳐야 바이러스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게 한결같은 메시지였다.”  
 
한국 신규 확진자는 계속 발생하고 있는데.  
“뉴질랜드는 한국의 코로나19 대처에서 많이 배웠다. 한국도 조기에 확산을 막았고 효과적으로 대처했다. 중요한 건 코로나19 팬데믹이 전세계에서 아직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희생자들과 그 유족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다. 끔찍한 상황이 끝날 때까지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가 뉴질랜드 상징인 고사리가 그려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가 뉴질랜드 상징인 고사리가 그려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터너 대사의 남편 이케다씨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케다씨는 미국 컬럼비아대를 졸업하고 현재 성소수자의 권리를 위해 활동하는 인권 운동가입니다. 둘은 어떻게 만났을까요. 터너 대사는 “일본 도쿄에 외교관으로 부임했던 26년 전, 히로시를 처음 만나 지금까지 행복하게 살아오고 있다”며 “멋진 26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사반세기를 함께 해온 이 커플에게선 여전히 꿀이 뚝뚝 떨어지더군요. 조심스럽지만 이런 질문도 했습니다.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오른쪽)와 그가 자랑스럽게 '남편'이라 부르는 이케다 히로시. 김성룡 기자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오른쪽)와 그가 자랑스럽게 '남편'이라 부르는 이케다 히로시. 김성룡 기자

 
동성 커플 외교관이라는 건 흔치 않은 특징인데.  
“뉴질랜드는 혁신의 역사가 있다. 경계를 허물고, 다른 어느 국가도 하지 않은 일을 해낸 역사가 있다. 뉴질랜드가 완벽하다는 건 아니지만(웃음). 여성이 처음으로 참정권을 획득한 국가가 뉴질랜드다. 차별 반대법도 제정했고, 원주민 보호에도 주력해왔다.”    
 
이케다씨는 한국에 대한 애정도 지극합니다. 좋아하는 곳을 묻자 “(부산) 범어사가 특히 기억에 남는데, 가을 단풍이 한창 아름다울 때 갔다”며 “백제 시대에 해당하는 (전라도) 지역도 꼭 가보고 싶다”고 답하더군요. 미소 지으며 듣고 있던 터너 대사가 “경주도 잊지 마”라고 하더군요. 터너 대사는 “경주의 역사와 유물이 인상적이었다”며 “중국과 일본에서 오래 근무했던 터라 한국의 역사를 만나는 건 더더욱 흥미롭고 특별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제 터너 대사와 남편 이케다씨의 안내를 받아 대사관 곳곳을 둘러볼 차례입니다. 먼저, 대사관의 외관을 안내하는데요, 터너 대사가 이렇게 묻네요. “건물 보니 어떤 영화가 떠오르지 않나요?” 답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라고 합니다. 터너 대사는 “오는 손님마다 ‘기생충’에 나오는 (이선균 부부의) 집과 외관이 닮았다고 한다”며 “사실은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비밀 계단도 있는데, 그 밑에 뭐가 있는지 우리도 모른다”고 너스레를 떨더군요. 영상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비밀 계단은 사실 대사관저의 주방으로 통한답니다.  
 

영화 ‘기생충’의 주요 배경이 된 집.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주한 뉴질랜드 대사관저. 영화 '기생충'을 연상시킨다. 김성룡 기자
 
대사관 곳곳엔 뉴질랜드 특유의 편안함과 심플함, 동시에 위트가 녹아 있습니다. 들어서자마자 새소리가 들리는데요, 이건 뉴질랜드의 여러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녹음해온 소리랍니다. 뉴질랜드 예술가들의 작품 소개는 영상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주한 뉴질랜드 대사관저. 조명부터 미술 작품, 카펫까지 뉴질랜드 감성이 녹아있다. 김성룡 기자

주한 뉴질랜드 대사관저. 조명부터 미술 작품, 카펫까지 뉴질랜드 감성이 녹아있다. 김성룡 기자

 
양국 관계는 내후년에 수교 60주년을 맞습니다. 뉴질랜드는 6ㆍ25 당시 6000명 규모의 군대를 대한민국을 위해 보내준 우방이기도 합니다. 터너 대사의 설명에 따르면 뉴질랜드 인구의 약 1%가 한국계라는 통계도 있다고 합니다. 터너 대사는 “뉴질랜드와 한국의 관계가 앞으로도 더 깊어지길 바라며 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인터뷰를 마무리했습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시크릿 대사관 다음편은 영국입니다. 사이먼 스미스 주한영국대사에게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e메일ㆍ댓글 등 편한 방법으로 알려주세요. 시크릿 대사관의 독자 여러분이 바로 외교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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