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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기소중지 이혁진,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과 버젓이 교류

이혁진(왼쪽) 옵티머스자산운용 전 대표가 9일(현지시간) 새너제이 사무실에서 LA중앙일보 기자에게 2018년 3월 22일 출국 당시 항공 예약자료를 보여주고 있다. LA중앙일보 김상진 기자

이혁진(왼쪽) 옵티머스자산운용 전 대표가 9일(현지시간) 새너제이 사무실에서 LA중앙일보 기자에게 2018년 3월 22일 출국 당시 항공 예약자료를 보여주고 있다. LA중앙일보 김상진 기자

횡령 혐의로 기소 중지된 이혁진(53) 옵티머스자산운용 전 대표가 미국 샌프란시스코(SF)에서 한인회 활동을 하며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 측과 1년 이상 교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소중지는 피의자가 해외로 출국하는 등 소재가 파악되지 않을 때 내리는 조치다. 
 

한인회장 "지난해 중순 찾아와 한인회 일 돕겠다고 해" 

곽정연 샌프란시스코 한인회장은 지난 9일(현지시간) LA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중순쯤 알렉스 리(이 전 대표의 영어 이름)가 한인회를 돕고 싶다고 찾아왔다. 젊은 세대가 필요했기에 한인회 사무총장 일을 맡겼다”며 “한인회 사무총장은 지역 행사를 준비할 때 총영사관과 일을 진행한다. 행사장 등에서 총영사관 고위 인사와도 여러 번 만났다”고 말했다.
이혁진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온라인몰 주소지로 명시한 샌프란시스코 한인회 건물. LA중앙일보 김상진 기자

이혁진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온라인몰 주소지로 명시한 샌프란시스코 한인회 건물. LA중앙일보 김상진 기자

 
70억원대 횡령 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이 전 대표는 2018년 3월 해외로 출국했다. 출국 후 베트남과 아랍에미리트(UAE)를 거쳤는데 당시 일정이 문재인 대통령의 순방 일정과 겹쳐 논란이 일고 있다. 베트남에선 문 대통령을 수행한 당시 최종구 금융위원장을 만나 함께 사진을 찍었다. 문 대통령의 UAE 방문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수행했다. 임 전 실장은 이 전 대표와 한양대 86학번 동기다. 미래통합당에선 "이 전 대표가 대통령 순방 루트를 따라 해외 도피를 한 것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지만 청와대는 "이 전 대표는 공식 수행원이 아니며 행사 초청 대상도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9일 LA중앙일보 기자와 직접 만나 "임 전 실장은 후배를 통해 알았다. 하지만 사적으로 만날 정도로 친분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고소당했다고 출국금지가 되지 않는다. 나는 떳떳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미국에서 김치 등 한국 특산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전 대표의 업체는 샌프란시스코 한인회관 건물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가 한인회 사무총장 일을 열심히 해 한인회 측에서 무상으로 사무실을 제공했다고 곽 회장은 설명했다. 
 

SF총영사관 "기소중지자인지 몰라. 우리가 대응할 사안 아냐" 

곽 회장은 “이날 오전 박준용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가 알렉스 소식을 듣고 먼저 문자메시지로 상황을 물어봤다”며 “내가 한국 뉴스는 잘못된 것이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광용 샌프란시스코 부총영사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총영사는 부임한 지 2년 6개월이 됐다. 한인회 등 한인 행사 때 회장과 이사장을 만나지 사무총장(이 전 대표)은 알지 못한다”며 “저는 이 전 대표를 행사장에서 3번 정도 만났지만, 기소중지자라는 사실은 오늘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기소중지자 소재 파악에 따른 향후 총영사관 대응을 묻는 말에 정 부총영사는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에는 경찰·검찰 영사가 없다. 우리가 따로 대응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본지는 박 총영사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북미 재외공관에서 영사로 일했던 한 검사는 “재외공관은 재외국민 보호 역할이 우선”이라고 전제한 뒤 “해외로 도주한 기소중지자는 형사범이나 금융 사범 구분을 두지 않는다. 한국 당국에서 미국 정부에 범죄인인도 요청을 하는 일이 먼저지만, 재외공관이 해당 기소중지자 소재를 파악했다면 본국에 보고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혁진 소재 드러났는데도 수사팀 반응은 '미지근'

검찰 안팎의 의견을 종합하면 검찰은 범죄의 객관적 혐의가 충분하더라도 수사 중인 피의자가 해외 출국 등 소재 불명으로 수사를 종결할 수 없는 경우 일반적으로 기소중지한다. 이 전 대표에 대한 기소중지 처분이 이례적인 처분은 아니라는 의미다. 이 전 대표의 주장처럼 출국 금지도 돼 있지 않은 상태라면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출국을 막을 장치는 없다. 
 
다만 증권범죄합수단 출신의 한 인사는 "이 전 대표가 기소중지 상태에서도 총영사관 측과 대놓고 교류를 이어왔다는 점은 이례적"이라며 "누군가 믿을만한 배경이 있다고 보이는 측면"이라고 지적했다.  
 
언론사 인터뷰 등을 통해 이 전 대표의 소재가 드러났는데도 수사 당국이 재수사 의지를 내비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사를 맡았던 수원지검 관계자는 “아직 수사가 끝나지 않았다. 공개금지 규정에 따라 구체적 내용을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검찰 간부는 "이 전 대표가 받는 횡령 혐의에 대한 명백한 증거가 발견되거나 옵티머스 펀드 환매 중단 사건에서 이 전 대표가 연루된 정황이 발견돼야 강제 송환 등의 조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보통 불구속 상태의 피의자들이 해외로 나가 기소중지가 되면 해당 사건은 창고에 틀어박혀 있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며 "언론에서 이 전 대표의 소재가 드러났으니 앞으로 재수사 여부는 검찰의 수사 의지와 혐의 인정 여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LA중앙일보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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