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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철 논설위원이 간다] “해외서 벌어 국내 요금 안정에 기여” 주장…손실만 키울수도

한전이 적자 난다는 사업에 투자하는 속사정

지난달 30일, 한국전력공사는 이사회를 열어 인도네시아에 석탄 발전소 2기를 짓는 투자계획을 승인했다. 한전은 이날 홍보자료가 아닌 해명자료를 내야 했다. 환경단체들의 비판이 쏟아진 데다, 언론의 시선도 곱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수행한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적자가 날 가능성이 크다는 판정을 받았다. 한전은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적자를 냈다. 그런 한전이 적자 경고를 무시하고 사업을 강행하는 이유가 뭘까?
  

인도네시아서 4조 화력발전 수주
한전, 구매보증계약 있다지만
“늘 100% 가동은 사실상 불가”
환경오염 주장에 운영 힘들수도

한전측 "5년내 빚 갚고 7000억 수익 가능”
 
지난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는 한국대사관 앞에서 한전의 자바 9·10호기 건설 참여에 항의하는 현지 주민들이 시위를 벌였다. [사진 기후솔루션]

지난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는 한국대사관 앞에서 한전의 자바 9·10호기 건설 참여에 항의하는 현지 주민들이 시위를 벌였다. [사진 기후솔루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서쪽으로 70㎞가량 떨어진 수라라야 지역. 인도네시아 전력청(PLN)은 2016년부터 이곳에 1000㎿짜리 석탄화력발전소 2기(자바 9·10호기)를 짓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부지를 현물로 출자한 PLN이 51%의 지분을 보유하고 나머지 지분은 현지 민간 전력회사인 바리토 퍼시픽이 갖고 시작했다. 한전이 뛰어든 것은 지난해 초. 협상 끝에 5100만 달러(약 610억원)를 투자해 지분 15%를 인수했다. 2025년 발전소가 완공되면 25년간 여기서 나오는 전기를 팔아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이다. 공사는 두산중공업이 맡고,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등 13개 금융회사가 공사비를 빌려주기로 했다. 전체 사업 규모는 34억 달러(약 4조원). 전기 판매수익으로 5년 안에 빚을 다 갚고도 약 7000억원의 수익이 난다는 게 한전의 추산이다. 한전으로선 10년 넘게 인도네시아 발전소 프로젝트에 도전했으나 번번이 고배를 마시다 이뤄낸 첫 성과라는 의미도 있다.
  
KDI의 분석, 딴지?
 
물론 온실가스를 많이 뿜어내는 석탄발전소 건설에 한전이 나서는 것에 대해 국내외의 비판이 잇따랐다. 현지 주민들도 더는 석탄발전소를 짓지 말라며 항의 시위를 했고, 한국 법원에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까지 냈다. 하지만 한전은 눈 딱 감고 강행하기로 했다. 그리고 KDI에 투자에 대한 예산타당성(예타) 분석을 의뢰했다.
 
그런데 형식적 절차 정도로 여겼던 예타에서 급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10월 KDI가 중간 보고서를 통해 한전이 이 사업에서 100억원가량 적자를 볼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한전은 부랴부랴 몇 가지 조건을 변경하고, 설명자료를 추가해 재분석을 요청했다. 그런데 이마저도 80억원가량 적자라는 최종 결론이 나왔다. KDI는 종합평점에선 투자 가능 기준치인 0.5 넘겨 0.549를 부여했지만, 위험이 크다는 점은 분명히 한 것이다.
 
7000억원 흑자와 80억원 적자라는 엄청난 차이는 어디서 왔을까? 프로젝트 구조상 수익은 전기를 얼마나 팔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한전은 전기를 만들기만 하면 PLN이 무조건 산 것으로 간주하는 ‘구매보증 계약’이 체결됐다고 강조한다. 발전설비를 완전가동했을 때 생산 가능한 양의 86%(계획송전비율)까지가 한도다. 예정된 정비 기간(25일)과 예측 못 한 고장으로 멈춰서는 시간(25일)까지 고려한 것인 만큼 이 비율을 맞추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것이 한전의 설명이다.
 
하지만 KDI는 실제로 계획송전비율을 78% 이상 올리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연평균이 아니라 월간(또는 분기별)으로 계획량을 맞추지 못하면 페널티를 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다음 달에 더 많이 생산해도 보상은 거의 없다. 한전이 제출한 자료에도 수라라야에 있는 다른 발전소들의 평균 이용률이 65~78%, 국내 비슷한 기종 발전소의 평균 이용률은 80%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한전 해외사업개발처 이정호 실장은 “KDI가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평가한 데다, 오해도 있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26개 국가에서 발전사업을 진행했지만 이런 목표를 맞추지 못한 적은 거의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국내 환경단체인 기후솔루션의 윤세종 변호사는 “KDI 보고서는 한전이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작성됐는데 불리한 결과가 나오니 다른 자료를 내미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전력공급 과잉 상태에 빠진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5년 전력수요 예측에 따라 35GW 규모의 발전소를 새로 짓기로 했다. 자바 9·10호기 건립 계획도 이때 나왔다. 그런데 이 예측이 지나치게 부풀린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자카르타 포스트는 “이미 PLN 산하 발전소가 생산한 전기의 40%가 소비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2019년 수요예측에선 2015년의 예측량보다 34%나 낮췄다. 그래도 인도네시아 에너지광물자원부는 지난해 자바와 발리 섬의 전력예비율이 41.5%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PLN의 재무상태는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상당수 발전소를 민간에 위탁해 건설·운영하고, 한전과 같은 방식의 구매보증계약도 맺었다. 민간 발전소들이 만든 전기를 가져다 수요자들에게 공급해야 요금을 받을 텐데, 예상만큼 공급은 못 하고 비용은 계속 지불하니 자금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에너지경제·재무분석 연구소(IEEFA)는 “2021년 PLN이 8.6조원의 정부보조금을 받아야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PLN이 기존에 맺은 구매보증계약을 변경하자고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물론 한전은 “공기업인 PLN이 계약을 어기면 앞으로 돈을 빌리거나 신규 사업을 할 수 없는 만큼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하지만 이미 인근 찌레봉 발전소에서 계약 변경 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현재 태양열 발전 단가가 떨어지는 속도로 볼 때 2028년에는 석탄보다 싸질 가능성이 크다. 또 석탄발전이 지닌 치명적인 약점인 환경오염 문제로 현지 주민들의 항의와 가동 중단 압력도 커졌다.
 
한전은 해외에서 전기를 팔아 국내 전기요금 안정에 기여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해외 손실로 국내 전기요금만 더 불안하게 할 수 있다는 우려를 말끔히 지우지 못한 것이다. 비슷한 사례가 실제로 나오기도 했다. 2012년 사업권을 따내 8000억원 넘게 투자한 호주 바이롱 광산이 환경 오염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끝내 좌초된 것이다. 한전은 한 번도 채굴을 못 한 이 광산에 대한 투자금 중 5000억원 이상을 지난해 손실 처리했다. 지난해 전체 적자의 40%에 가까운 규모다.
  
시공 맡은 두산, 저가수주 우려
 
한전은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인다. 에너지 업계에선 두 가지 이유를 꼽는다. 우선 10년 만에 인도네시아 시장 입성에 성공했는데 지금 계약을 포기하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이란 우려다. 한전 관계자는 “인도네시아가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더라도 한전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새로운 사업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하나가 두산중공업이다. 두산은 설계와 조달, 시공까지 책임지고 수행하는 방식(EPC)으로 1조6000억원에 공사를 수주했다. 석탄과 원자력 발전소 발주가 끊기면서 두산은 벼랑 끝에 몰려있다. 최근 구조조정을 하는 조건으로 1조원 넘는 공적자금을 받은 두산으로선 새로운 공사가 절실한 상태다.
 
하지만 자바 9·10호기 공사가 오히려 두산에 독배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DI는 유사 발전소 사례를 검토해본 결과 실제 공사비용은 계약 금액보다 34%나 높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그래도 두산은 계약 금액 이상을 받을 수는 없다. 이 때문에 최대 6000억원까지 손실이 날 수도 있다고 예타 보고서를 통해 지적했다. IEEFA는 “지난해 말 기준 두산이 공사하고도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금액이 1조3000억원이나 되는데, 대부분 이런 식의 저가수주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후 악당' 이미지 굳히는 해외 석탄발전소 투자
지난달 워싱턴포스트에 국제환경단체들이 낸 전면광고. [사진 마켓 포시스]

지난달 워싱턴포스트에 국제환경단체들이 낸 전면광고. [사진 마켓 포시스]

지난달 22일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문재인 대통령 얼굴과 발전소 굴뚝을 나란히 그린 전면광고가 실렸다. 국제 환경단체 9곳이 자바 9·10호기 건설 강행을 비판하며 낸 광고다. “한국이 기후 악당으로 간주되지 않으려면 해외 석탄발전소에 대한 투자를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후 악당’이란 표현은 2016년 영국 기후 관련 매체인 클라이밋 홈 뉴스에 처음 등장했다. 영국 NGO 기후행동추적의 분석을 바탕으로 한국과 호주·뉴질랜드·사우디아라비아를 세계 4대 기후 악당으로 지목했다. 한동안 뜸하던 이 표현이 최근 다시 소생했다. 국내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만족스럽지 못한데, 개발도상국에 석탄발전소 건설하는 사업에는 공격적인 투자를 계속하기 때문이다. 국제 환경단체인 지구의 벗에 따르면 이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해외 석탄 관련 사업에 투자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밖에 없다. 일본도 슬슬 발을 빼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악당 표현에)동의할 수 없다”고 했지만, 자바 9·10호기가 최근 국제 환경단체들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여서 당분간 이 오명을 벗기 어려워 보인다. 인도네시아에 이어 베트남의 붕앙2 발전소 건설에도 한전이 참여할 예정이어서 또 한 번 홍역을 치르는 게 불가피하다. 이 사업에 대해 KDI는 자바 발전소보다 훨씬 많은 950억원의 손실이 날 것으로 분석했다.
 
최현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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